IMF때 대거 명예퇴직, 학급 당 인원 35명 감축으로 인한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위해 전국적으로 극심한 초등교사 부족 현상이 발생되었고 이에 따라 2001년 전국적으로 2500명의 중초교사를 선발했음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2001년 시험을 통해 선발된 2500명의 인원은 교대 학생들의 반발 무마를 위해 초등교사의 질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2년 동안 전국6개 교육 대학에 교육감 추천 편입학의 형태로 2년의 교육과정을 이수, 지금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 과정은 실로 뼈를 깍는 고통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시험을 칠 당시 저희들에게 알려진 것이라곤 그저 2년여의 과정을 마치면 교단에 설 수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저희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신 모든 분들도 아마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에도 몇 차례 교육청에서는 너희는 임용 걱정말고 훌륭한 초등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을 되풀이하여 왔습니다. 저희 경인교대(구 인천교대)의 교수님 어느 분에게 알아 보셔도 저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는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그 소중한 꿈이 저희를 지탱하는 힘이었던 것입니다. 임신을 한 채 무리한 체육 수업을 받다가 유산이 된 친구들도 있으며, 심하게는 몸을 풀고 조리도 못한 채 수업을 받다가 산후풍에 걸린 학우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휴학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 교수님께서는 저희 처지를 단 한번 운행되는 기차에 비유하셨습니다. '만약 이 기차를 놓치면 다시는 탈 수 없다. 너희들을 구제하기 위한 어떤 방안도 학교측에는 없다. 왜냐 너희는 일반편입이 아니라 특별편입이니까.'
저희는 3번 이상 결석하면 F학점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실 겁니다. 내 아이가 아파도, 집안에 행사가 있어도, 몸을 가눌 수 없이 아파도 학교에 갔습니다. 저희가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특편생일 뿐이었습니다. 그 사슬을 목에 걸고 10년 이상 차이나는 어린 학부생들의 모멸스런 눈빛을 참아가면서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부생에 맞춰 식당도 운영되고, 저희 수업이 끝나는 늦은 밤이면 모든 문이 잠겨 열려진 한 문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막차 시간을 댔습니다. 그래도 참고 해냈습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힘은 들지만 이렇게 배우고 나가 다행이다 자위하면서 견뎠습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으로 저희를 지탱할 힘이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건 바로 졸업 후 임용에 관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예산 감축으로 인한 교원수급 감소로 우리를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년보다 적은 인원을 선발할 예정인데다 현직교사 응시제한조처가 풀려 경기도는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보일 전망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수 차례에 걸친 교육청과의 질의 응답과 공청회를 통해 임용을 약속해놓고, 교생 실습을 하는 곳에 초등 교육과에서 나와 현직 교사들도 있는데서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제 와서 어떤 보장도 해줄 수 없다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초등임용시험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교육청에서는 아직도 우리에 대한 어떠한 확실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면서요. 겨우 2년 앞의 상황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청과 책임자가 바뀌었으니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졸속행정에 분노가 치밀 뿐입니다. 저는 중초교사 선발에 합격하면서 공무원을 그만 두었습니다. 저희 중에는 올해가 지나면 연령 제한에 걸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리한 과정 이수를 위해 유산 등의 아픔도 겪었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타임머신이라고 가지고 있나 보죠? 죽은 아이를 다시 살릴 수도 있나 보죠?
부디 방송국 관계자 여러분, 단순히 2500명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들여댔던 이 무리한 잣대( 편의주의적이고 졸속적인 교육 정책)가 우리들의 자신과 우리의 아이들까지도 미칠 수 있습니다. 원칙과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디 저희에게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