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시대통령이 유엔 개막연설을 했습니다.
예측대로 유엔 회원국에게 전후 이라크를 위한
자금과 병력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 또한 제각각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뉴욕에선 지금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외교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은 단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입니다.
그동안 독일,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에 대해 쌍수를 들고 반대해왔죠. 요즘도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이라크 재건 사업에 대해
비판의 시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기를
쓰고 통과시키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더군요.
대신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과도 통치위원회에
주권을 이양하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표결에서 기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전의 거부 입장에서 한발짝 누그러진 입장
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프랑스가 미국에 내놓은 이라크 주권 양도 방안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단계로 미국이 상징적으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주권을 이양한 뒤 향후 6개월~9개월 내에 실질적인
주권을 양도한다는 안입니다.
미국이 형식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들과 함께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지요.
돈이 걸려있는 문제니, 질질 끌 이유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새 이라크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통과
되면, 자국민의 반대로 추가파병을 미루는 약소국
정부들에게 새로운 압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요. 유엔 결의가 나면
파병의 명분이 더욱 뚜렷해질테니까요.
프랑스나 독일, 러시아 같은 나라는
파병과 같은 손해보는 장사는 교묘히 피해가고
전후 복구 같은 경제적 이익이 나는 부문에만
참여할 테고, 돈 없고 빽 없는 약소국들은
유엔을 등에 업은 부시의 요구에 굴복해
젊은 청년들을 전장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운명입니다.
전후 이라크를 두고 이처럼 강대국과 약소국
의 운명이 갈리는 냉혹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릴 여유도
없이 전쟁터로 대가없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