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라크 파병문제로 한바탕 곤혹을 치뤘던
노무현 정부가 또다시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한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자못 궁금하다. 당시 이라크 파병에
대한 명분으로 제시됐던 '국익론'에 밀려 이라크전
을 반대하더라도 파병은 불가피한 쪽으로 여론이 형
성되었고, 비교적 큰 무리 없이 파병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불거진 미국의 파병 요청은
'뜨거운 감자'처럼 정부가 섣불리 결론을 내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된다. 지난 파병시 국민 설득용 명분
이었던 '국익론'이 실제적인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
했으며, 미국 '네오콘'들의 무리한 전쟁에 대한 시
각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이라
크에 파병될 군인들이 이라크 사람들과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치안유지를 담당하게 된다는 점 등등
파병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는 얻기는 커녕 자칫
세계적으로 왕따를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정치적, 경제적 국익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지난 몇달간 진행된 북핵 회담과 경제 상황만 되돌
아봐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부시독트린을 추앙
하던 불레어조차 자국민들에게 차가운 질시를 받고
있는 데다 유럽을 비롯 상당수 국가들이 부시의 파병
요구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파병을 한다고 갑자기 북핵문제가 시원
스럽게 풀릴 리 없고, 안한다고 한국경제가 갑자기
추락하는 일도 없다.
정부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 테지만, 한미공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평화이며, 세계 평화의 토대
위에서 비로소 한미공조도 건강한 틀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원칙에 충실해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
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