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전북도민들의 KOC 성토
전북 '보이지 않는 손'에 당했다..
국제스키연맹(FIS)의 엉터리 실사와 편파적인 보고서에 이어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기습적인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강원도 평창을 2014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한 데 대한 도민들의 분노가 요원의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도민들은 지금까지 진행돼온 일련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전북 무주를 짓뭉개고 강원도 평창을 밀어주기 위해 조직적이고 치밀한 음모가 진행됐다며 이번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는 도민의 자존심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2014동계올림픽을 위한 도의 노력=전북도는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1992년 2월 2010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부 산간지방의 설원을 배경으로 세계의 동계스포츠의 건각들이 기량을 뽐내는 올림픽을 치러 전북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거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차분히 세웠던 것이다.
이후 1년뒤인 93년 5월에 전북도는 동계올림픽 추진협을 구성한 데 이어 97년에는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전북의 저력을 확인한 정부와 KOC는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전북을 돕기 위해 나섰으나 돌연 강원도가 유치를 선언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양 도 사이의 신경전이 첨예하게 전개되자 KOC는 2001년 11월 임시총회를 열고 공동유치를 결정했으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2002년 5월29일 대승적 차원에서 전북도가 강원도에 양보하게 된다. 문제가 된 동의서는 이때 작성이 됐으며 전북도는 대국민 약속인 동의서를 담보로 강원 유치를 지원하게 되지만 결국 지난해 열린 IOC총회에서 강원도가 캐나다 벤쿠버에 밀려 탈락하게 된다.
유치 실패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강원도는 표면적으로는 아깝게 탈락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 불거질 유치 실패에 따른 책임회피를 위해 전라북도와의 동의서를 파기하고 즉각 재유치를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나서 ‘대통령 프로젝트’임을 내세워 밀어붙이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전북도는 이에 대응해 2003년 12월23일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창립하고 이듬해인 올해 2월 전국동계체전을 개최해 개회식을 전국에 생중계하는 등 세몰이에 나서게 된다. 이어 도의회 9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유치지원특별위원회가 5월에 구성되고 뜻있는 도민들과 경기단체들도 힘을 보태기에 이른다. 이와 때를 같이해 KOC는 국내후보지심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세차례의 회의를 통해 동의서의 조항대로 전북의 경기장 예정지역이 IOC의 공식시설기준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실사를 논의했다.
그러나 실사의뢰를 받은 FIS는 1차 검증을 마친 뒤 곧바로 결과 보고서를 통보하지 않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기술임원 1명을 추가해 2명을 파견한다고 통보해 왔다. 일부에서는 이때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전북의 시설기준이 국제경기를 치르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FIS가 다른 문제점을 부각시켜 전북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전북도의 자문관으로 활동하는 톰 윈터스씨가 밝힌 대로 ‘전북의 플랜B(남덕유산 경기 예정지)는 세계 6위 수준의 코스’라는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시설기준으로는 문제삼을 것이 없어지자 환경문제를 걸고넘어지겠다는 음모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결국 정해진 수순처럼 1차 실사에 참가했던 기술임원이 친 강원계 인사로 전격 교체되고 우려했던대로 시설 기준이 아닌 환경을 문제삼아 ‘전북을 지지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보내오게 됐다.
여기에 FIS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OC는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도민들의 반발을 두려워한 나머지 작전을 감행하듯 지난 23일 새벽에 서울시내 모처에서 집결해 버스를 동원, 회의장에 잠입해 서둘러 의결을 마치는 헤프닝을 벌였다. 이날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는 제대로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전북도가 이의를 제기하는 문제점은 아예 묵살됐다. 게다가 KOC의 규정조차 무시한 채 총회일정을 잡았다가 전북도가 문제를 제기하자 총회를 하루 연기하는 웃지못할 촌극을 벌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유있는 도민들의 분노와 대책=이처럼 절차와 규정이 무시되고 짜여진 각본대로 일정이 진행되자 지난 2001년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를 했던 전북도와 도민들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일시에 폭발하기에 이른다. 동계경기단체 연맹은 전국체전 출전 거부를 선언하고 새벽 찬바람을 마다않고 팔순에 이르는 고령의 목회자들이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태릉경기장을 찾아 불공정을 호소하기에 이르렀지만 대답없는 메아리로 묻히고 만다. 결국 전북발전추진 민간사회단체 총연합회는 산하 300여 시민사회단체 회원 5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해 도민의 한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북도 차원에서도 변호인단을 구성해 부당한 결정에 대한 법률적 대응에 나서기로 해 정부와 KOC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 민간단체 대표는 “대국민 약속을 전제로 2014동계올림픽은 전북에서 유치하기로 했음에도 FIS와 KOC가 합작해 이를 강탈한 것에 다름아니다”면서 “우리는 투명한 선정 절차를 거치고 그동안 의혹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평창도 절대 안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북도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명이 있기 전까지는 KOC의 결정을 절대 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의혹을 해소하고 도민을 달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일보 김대홍 기자 / 95minky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