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光州)는 “과앙주”가 아니다.
요즈음 방송인들의 발음을 듣다 보면 짜증스러운 경우가 많다. 발음을 제대로 못 한다든지 필요 없는 경음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실수는 허다하거니와 장,단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방송인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기까지 한다. 특히 특정지역의 지명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 중의 하나가 광주(光州)와 광주(廣州)를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 읽는 바람에 듣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광주광역시(光州廣域市)’를 약칭하여 ‘광주시(光州市)’라 불러 왔는데, 몇 년 전에 경기도 광주(廣州)군이 광주시(廣州市)로 승격이 되면서 한글 표기상 두 지역이 구별하기가 어렵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많은 방송인이 두 지역의 지명을 서로 혼동하여 발음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광주광역시(光州廣域市)의 광(光)은 짧게 발음해야 하고 광주시(廣州市)의 광(廣)은 길게(“과앙주시”로) 발음을 해야 옳은 것인데, 대다수의 앵커나 기자들이 짧게 발음을 해야 하는 광주시(光州市)는 “과앙주시”로, 반면에 길게 발음을 해야 할 광주시(廣州市)는 “광주시”로 짧게 발음하는 통에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두 지역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우연인가는 몰라도 두 광주시가 최근 뉴스거리가 되어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데 하나는 수능부정이요, 다른 하나는 시장의 뇌물수수 사건이 그것이다. 두 사건을 보도하는 방송인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두 도시의 지명을 제대로 구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가을인가 '한국어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운동본부'에서 어느 방송국의 앵커,기자들의 발음을 정확도에 따라 A~E급의 5단계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표준발음에 가까운 A,B급은 한 명도 없는 반면 꼴찌인 E급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용규 경기도 광주(廣州)시장과 최모 시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광주(光州)광역시와 시의회가 일부 광주(光州) 시민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수능부정사건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속이 상해있는 광주(光州)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방송인들의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로 말미암아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광주시(廣州市)의 뇌물수수 사건까지 관련된 것으로 오인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한 일이겠는가.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신문 같은 인쇄매체에서도 한글 지명 뒤에 한자를 병기하여 두 도시를 구분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도와주면 더욱 좋을 일이다.
‘서울’을 “서어울”이라고 발음한다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유쾌하지 못할 일이겠는가 말이다.
☞ "방송뉴스, 장,단음 발음 엉망"☞ <지방안테나>`광주시 수난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