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에 새롭게 눈떴죠"
기전여대가 마련한 전통문화 한마당에 참가한 전주여상 3학년생들이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다례를 체험하고 있다.
“내가 마실 잔의 물을 먼저 비우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뜻이예요. 차 한잔 나누는 일에도 이런 깊은 뜻이 담겨있지요.”
다례 지도선생님의 나즈막한 설명에 아이들의 고개짓은 크다. 작은 잔에 차를 우려 따르는 일에 뭐 그리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할까 했는데 모든 과정에 심오한 뜻이 있었음을 이제 알겠다 싶은 모양이다.
소똥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는다는 열여덟 열아홉 소녀들은 맑고 예쁘다.
지난 1일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린 ‘전통문화 한마당’에 참가한 전주여상과 전주농고 학생들의 문화체험 현장.
풍물공연과 전통혼례시연 등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진 체험 시간, 아이들은 흥미로운 전통문화체험에 한껏 마음을 열었다.
‘전통문화한마당’은 전주 기전여대가 수능이 끝난 고3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직업 소양을 위한 교양이라 이름 붙여 놓았지만 고3생들에게 전통문화체험은 흥미로운 놀이이자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학 입시철에 이루어지니 대학홍보의 혐의(?)가 훨씬 더 짙지만, 대학측은 청소년들에게 우리문화체험의 계기를 갖게하는 것이 목적이고, 대학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부가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라고 설명한다. 명분이야 어찌됐든 대부분의 대학입시 설명회가 캠퍼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온 기전여대의 선택은 특별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기전여대의 ‘전통문화 한마당’은 올해 참가를 희망하는 학교가 늘었다. 아이들에게도 흥미롭고 이색적인 문화체험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더 반가워한 사람들은 고등학교의 입시 담당교사들이다. 철저한 대학 홍보로 부담을 안게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우리 문화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덕분이다.
올해 참여한 학교는 12개. 1천 6백여명의 고3생들이 참여했다.
랩과 락에 익숙한 10대들에게 우리 문화는 낯선 대상. 새롭고 자극적인 것 들에 길들여진 세대의 아이들에게 조용하고 느리고 진지한 우리문화는 언제까지 낡고 지루한 영역으로 있을까.
전통문화체험의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답해준다.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싶어요. 이번 체험이 우리 것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것 같아요.”
입시에 찌들려 수많은 날을 갇혀 살았던 고3생들에게 세상의 새로운 일이 어디 이 뿐이랴.
웃음 가득찬 아이들의 얼굴이 맑다.
열아홉 순수한 시절, 그들 앞에 놓여진 세상은 넓고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