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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北공작원 탈북자 위장 간첩활동



● 북한 공작원 탈북자로 위장 간첩활동



장부, 올 7월 검찰 송치 넉달간 공개 안해



이영종 기자



중앙일보 2004년12월2일 06:34 입력 / 2004년12월2일 09:52 수정



북한군 정보보안기관 소속 요원이 탈북자로 위장 귀순한 뒤 1년3개월간 국내에서 간첩으로 암약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핵심 당국자는 1일 "관계당국이 지난해 1월 중국을 거쳐 입국한 탈북자 이모(28)씨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간첩 혐의가 드러나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탈북자 신분으로 들어와 한국국적을 얻어 간첩활동을 해온 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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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에 따르면 북한군 제11 보위사령부 소속 공작원인 이씨는 2002년 11월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다른 탈북자와 함께 진입해 한국행을 요구했다. 두 달 뒤 동남아 국가를 경유해 한국에 온 이씨는 탈북자 신문기관인 '대성공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 대성공사는 국군정보사령부가 운영한다. 또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가'급 국가 보안설비인 탈북자 정착지원시설 하나원의 위치와 경계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씨는 지난 4월 북한의 가족을 만난다면서 여권을 발급받아 출국한 뒤 보위사령부의 공작루트인 북.중 국경을 통해 입북해 북한군 국경경비총국 보위부장에게 남한에서 얻은 기밀을 서면으로 보고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또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평남 평성시에 있는 국경경비총국의 초대소에서 보위사령부 소속 대남공작 지도원(공작명 한사장)에게도 정보를 보고했다.



이후 이씨는 5월 7일부터 열흘간 평북 신의주시에 있는 초대소에서 대남공작지도원으로부터 밀봉교육을 받고 공작 암호명(127)과 비밀통신용 약정음어를 받았다. 북한 당국은 이씨에게 탈북자동지회와 통일 관련 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뒤 회원증 등 증거물을 갖고 재입북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중국을 경유해 5월 19일 인천항에 도착한 뒤 '무사히 도착했다'는 보고를 중국 내 북한 공작망에 보냈다.



관계 당국자는 "이씨가 6월 초 심경 변화를 일으켜 관계기관에 자수한 뒤 2주간에 걸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함남 덕성군 출신인 이씨는 함북 온성군의 국경경비대 소속 하사로 근무하다 1997년 6월 탈북한 뒤 중국 공안당국에 잡혀 강제로 북송됐다. 북한 당국은 이씨에게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며 충성맹세를 받은 뒤 인민폐로 공작금을 제공하면서 '중국 내 남조선 관계기관의 반(反)공화국 활동상황과 반김정일 음모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씨는 2002년 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중국 내에서 탈북자들의 동향을 감시해 보고하는 공작활동을 하다 북측 지시에 따라 대남공작을 위해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로 위장 귀순했다. 이씨는 1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첩활동을 하거나 자수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 공안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북한당국이 남한사회에 간첩활동을 위한 공작원을 직접 침투시킨 사례가 밝혀진 것은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처음이다.



정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탈북자 간첩 검거 사실을 관계당국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넉달이 넘도록 이를 공개하지 않고 숨겨왔다.



http://news.joins.com/society/200412/02/200412020634155201300030103011.html







● '탈북자 간첩' 우려가 현실로



불순세력 심사, 적발 시스템 구멍



이영종 기자



중앙일보 2004년12월2일 07:07 입력 / 2004년12월2일 09:38 수정



탈북자 위장간첩 사건은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에도 북한 당국의 대남공작이 계속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탈북 귀순자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탈북자 사회를 파고드는 새 수법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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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탈북자인가=우선 남한 내 탈북자 사회에 대한 정보 파악이 필요했을 것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다. 2000년대 들어 급증하는 탈북자에 대해 북한은 체제위기 차원에서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정착지원금 같은 정부의 지원 규모가 탈북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이들 사이에 반정부 분위기 등을 조성하려 시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국은 북한 측이 탈북자의 한국행 루트를 이용할 경우 안전하게 공작원을 남한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 탈북자의 급증으로 입국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어려운 점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468명의 집단입국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탈북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입국심사나 탈북동기.경위조사가 어려워졌다. 해마다 탈북자 사이에 중국 조선족이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468명 가운데에도 조선족이 포함돼 추방됐다.



올해 입국 탈북자 수는 9월 말 현재 151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2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자 수는 1999년 100명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 2002년 1139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281명을 기록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 과감해진 침투수법=북한은 간첩 이씨를 다른 탈북자와 함께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로 진입시켰다. 현지 대사관 요원에게서 심사를 받은 이씨는 동남아를 거쳐 입국한 뒤 국군정보사령부와 국정원.경찰 등으로 짜인 합동신문조의 조사를 받았다. 또 경기도에 있는 탈북자 수용시설 하나원에서 두 달간 정착교육도 받았다. 관계자는 "공관 진입에서 제3국 경유와 국내 입국.신문과정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와 국가기밀이 북한에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씨에게 공작 암호명과 약정음어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그를 밀입북시켜 초대소에 머물면서 밀봉교육을 받게 하는 등 전형적인 대남 침투공작을 벌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구멍 뚫린 탈북자 관리=탈북자 급증으로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주택지원과 정착금 지급에만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더구나 해외여행에 나서는 탈북자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이를 막을 경우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대우하느냐"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과거 관할경찰서 보안과에서 이뤄지던 탈북자 동향 점검 등도 어려워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탈북자 사이에 극히 소수지만 불순한 세력이 끼어 있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며 "전체 탈북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ttp://news.joins.com/politics/200412/02/200412020707096331200024002420.html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