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경기도 고시계의 행정착오로 인해 빚어진 일에 대해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질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억울하면 법으로 해결하라니요. 그런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내뱉을수 있는 한마디지만 가난한 서민들이 법으로 쉽고 단기간에 구제받을수 있는 비용도 들지 않는 방법이 과연 있습니까?
열심히 노력하는 많은 힘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될까요.....
저는 이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억울함과 무력함에 눈물이 끊이지 않습니다.
저는 3살 1살의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 안정된 직장을 찾던 남편은 3년전부터 2년마다 한번씩 행해지는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을 준비했으며 2년전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빚을 져가며 6개월간 공부해서 1차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2년후에 2차만 붙으면 된다는 생각과 근무경력을 쌓기 위해서 2년 전부터 적은 월급을 받고 작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하나 더 생겼고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었지만 2년만 더 참고 고생하면 좋은일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날을 지내왔습니다. 시험 준비기간 3년여 동안 우리 가정에 쌓여진 거라곤 뒤늦은 공부에 희끗해진 남편의 머리칼과 아이 하나와 빚뿐이었습니다.
남편은 근무가 끝나고 나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다음시험을 준비했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들은 지쳐 잠들기가 일쑤였고, 우리 부부는 큰애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과일이나 과자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저 또한 연년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치기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자격증만 따면 이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모든걸 참고 견뎌낼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11월 21일 주택관리사시험을 치르기 위해 남편이 시험장을 향해 떠났습니다. 남편은 긴장을 한 눈치였으나 십여차례의 모의고사에도 모두 합격했으므로 잘될거라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저는 남편의 시험이 끝나면 오랜만에 같이 쇼핑도하고 시험합격 후 소장이 되면 빚도 갚고 저축도 하고 애들 보험도 들고 하면서 미래의 계획을 세우며 철없는 아이처럼 마냥 들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험이 끝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남편이 힘없는 목소리로 “답안지에 답을 다 옮겨적지 못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순간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또 다시 이런생활을 해야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삶의 의욕마저 없어져 버리고 눈물만 끊임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여러시간이 지난후에 돌아온 남편의 모습은 모든 소망을 잃은 사람처럼 메말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억울하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내용을 들어보니 평소 모의고사 때처럼 시간여유를 두고 답안을 옮겨 적는데 시험지와 답안지의 번호가 달라서 당황했고 실수할까봐 여러번 답안과 시험지를 맞추면서 신중하게 옮기느라 평상시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고 시험 끝종이 울렸으며 감독관은 인정사정없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회수해 갔다고 했습니다. 같은반에서 시험을 치른 여러명의 응시자들도 답안을 다 작성하지 못하고 강제로 빼앗겼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의 눈물을 보았고 서로를 위로해줄 힘 마저도 남지 않은 남편과 저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뒤척여야 했습니다.
다음날 의외의 소식이 우리 가정에 소망의 빛을 주는 듯 했습니다.
중앙일보에 주택관리사보 시험 말썽이라는 기사가 났고 경기도지역 응시생들의 문제지와 답안지 번호가 달라서 건교부와 경기도 고시회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1,2차수험생들에게 5분간의 추가시간을 주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만 치른 남편은 추가시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건교부와 경기도 고시계에 형평성의 문제로 인한 억울함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담당자들은 잘못은 인정하고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구제받을수 있는 법률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상대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고 억울하면 법으로 대응하라는 냉담한 반응만을 보였습니다.
자신들의 행정착오로 인해 빚어진 일인데도 덩치 큰 그들은 우리 네식구의 작은 소망의 불씨를 일언지하에 잔인하게 짓밟아버린 것입니다.
저는 점수가 되지 않아서 불합격 되는걸 합격으로 해달라는게 아닙니다. 다만 예외를 인정하고 공평한 추가시간의 혜택을 주던가 아니면 문제지로 채점을 해주던가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네식구의 생계가 걸려있는 이 중요한 문제를 담당공무원들은 앵무새같은 말만을 되풀이 하며 무시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많은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