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험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시험문제 사전유출사실(의혹이 아닌 사실!!!)과 관련해서는
이제 언론도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이번 시험문제의 지문이 얼마나 길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험지에 나와 있는 글자를 일일이 다 세어 봤다.
부동산학개론은 1문제당 평균 246.9글자, 민법은 평균 308.9글자였다.
뭔 씨나락까먹는 소리냐구?
1. 부동산학개론은 작년 대비 35% 이상, 민법은 29%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부동산학개론은 작년 민법 시험보다도 더 길었다)
작년 시험 같은 경우도 주어진 80분 안에 모든 푼제를 푸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2.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겠다.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을 푸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총 80분이다.
이중 통상 5분은 OMR카드에 마킹하는 시간으로 본다.
그렇다면 남는 시간은 모두 75분.
부동산학개론 40문제와 민법 40문제를 모두 풀려면
1분당 296.4글자를 읽어내려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어느 자격고시가 이렇게 긴 지문으로 시험을 본단 말인가?
3. 분당 296.4글자가 어떤 의미냐구?
성인의 경우 글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독서속도가 분당 400~600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물론 일반적인 글읽기에서 측정한 결과로 말이다.
토씨 하나에도 신경써 가면서 읽어야 하는 시험문제의 경우
분당 가독 글자수가 그보다 더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문제를 읽는데만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4. 그래도 조금만 더 집중해서 풀면 다 풀 수 있지 않았겠냐구?
지문을 읽는 즉시 굳이 생각할 필요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별로 없었다.
민법 40문제 중 사례형 문제가 26문제나 되었고
이것은 사시의 경우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해당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항이라 더 설명하지 않겠다.
부동산학개론의 경우는
<다음 중 가장 적합한 것은?> 혹은 <다음 중 가장 거리가 먼 것은?>
같은 유형의 문제들이 있다.
그런 문제가 작년 시험에서는 6문항 출제되었다.
이번 15회는?
무려 80%에 해당하는 32문제.
나머지 8문제 중엔 계산문제도 몇 개 끼어 있다.
나는 그런 문제들이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그 32문제 중에는 비교적 쉬운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가장~>이 들어가는 문제들과 사례형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지문을 읽는 시간 외에 생각할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5. 이제 이쯤 설명했으면 대충 알아들을 거다.
나는 솔직히 이번 시험의 난이도가 높았는지 어쨌는지 잘 모른다.
시간에 쫒겨 문제를 풀다 보니
보기 다섯 개를 모두 다 읽고 푼 문제가 몇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도 마지막 7문제는 구경도 못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 5~10문제 정도는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도 모를 것이다.
만약 이번 시험문제가 지금까지의 어떤 문제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더라도
문제를 충분히 다 읽고 충분히 생각하고 풀 수 있게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나는 인정했을 것이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거라고
하지만 나만의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험이었다.
7. 이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출제위원들의 실수?
아니다 .
사상 유래 없는 이 최악의 시험은(사실 시험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의도적인 떨어뜨리기일 뿐이다.
누구를 위해서?
그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건교부에 요구한다.
이번 시험을 무효화할 것과
이미 협회 측에 의해 유출된 문제들에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할 것,
그리고 지금까지 시험을 통해서 공인중개사 수를 조절하라고 압력을 행사해 온 협회와
산업인력공단과의 유착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