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뛴다!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우오즈 시의 시립 야구장이 아닌,
서울의 잠실 야구장에서.
비밀리에, 다시 한번 애국가를 부르자.
<여자 야구 친선 경기>
한국 VS 일본
2004. 11. 21. 일. 오전 10:00
잠실 야구장
한국 여자 야구의 시작, 안향미
- 이제껏 가장 인기 있는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의 하나인 야구에 있어서 여자는 관중이거나 치어걸이거나,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 해도 매니저이거나 기록원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여자들에겐 배트를 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랬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이고, 영화일 뿐이었다.
그 속에서 안향미는 '야구는 내 인생(Baseball Is My Life)'이라는 간절한 바램으로 남자 선수들의 틈에서 남자 선수팀에서 투수로서 선수 생활을 했던 국내 유일의 여자 야구 선수이다. 덕수 정보고 졸업 후, 한국에서 선수 활동할 길이 막힌 그녀는 미국과 일본의 여자 야구팀 입단 제의를 받고, 일본에 있는 ‘드림 윙스’라는 세미프로팀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다.
한국 최초 여자 야구팀 ‘비밀리에’ 창단
- 선수로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던 그녀가 귀국과 동시에 한국에 여자 야구팀을 창단한 이유는 같이 선수 활동하던 일본 친구의 말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너는 꿈이 뭐니’ ‘한국에 여자 야구단을 만드는 거야’ ‘그런데 왜 여기 있어? 얼른 한국에서 하루빨리 팀을 만들어 성장시켜야지’. 나이도 어렸고 팀을 운영할 돈도 없었다. 그러나 돈이나 스물넷의 나이쯤은 주저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여자 야구 동호회를 만들고 일주일에 한번씩 연습을 했다. 드디어 2004년 3월 21일, Baseball Is My Life의 이니셜을 따서 이름을 지은 ‘비밀리에(BIMYLIE)’ 여자 야구단이 창단되었다.
제 4회 여자 야구 월드 시리즈 참가(2004. 7. 18~ 21)
- 일본 도야마현 우오즈시에서 열린 제 4회 여자 야구 월드 시리즈. 코리아 헤럴드 지에 실린 비밀리에 팀에 관한 기사를 보고 한국팀의 존재가 미국에서도 알려져 Jim Glennie 세계 여자 야구 협회장으로부터 정식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한국팀 외에도 개최국 일본과 참가국 미국, 인도, 호주, 캐나다, 홍콩, 대만 모두 8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는 홍콩과 일본, 캐나다를 상대로 3게임을 단 10명의 선수만으로 교체 없이 자리만 교체하면서 경기를 했다. 부상에, 응원하는 이 하나 없는 타국에서, 안향미 감독외에는 나이도 많고 경기 경험도 전무한 선수들이 결국 일본전에서 0:53이라는 스코어로 패배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일본내에서 감동과 화제거리가 되었다. 일본 관중과 일본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모습에 감동했다며 곧 실력이 향상될 거라는 격려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일본 언론도 한국팀에 지면을 할애하고 감독 인터뷰등을 상세히 실어 보도하자, 이에 한국 언론도 우리의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이를 통해 팀웍도 다지고 한국 여자 야구를 이끈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국제적인 규모의 경기를 개최하여 치르는 것을 보고,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음으로써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다. 또한 세계 여자 야구의 흐름을 접하고, 거기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다.
귀국 후, 비밀리에는 많이 알려져서 선수도 늘고 규모도 커졌으나, 여전히 장기적인 안목의 후원자 없이 연습할 구장도 변변찮아서 이곳 저곳 눈치 봐가며 연습을 하곤 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지만, 비밀리에 팀을 쭉 지켜봐온 사람들에 의하면 그전보다 눈에 띄게 실력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남자 사회인 야구팀과 친선경기를 하면서도, 비밀리에 내부적으로 두 팀을 나누어 청백전을 통해 실전에 대비한 연습을 한 덕택이다. 주말 연습에 직장인, 주부, 학생들이 먼 지방에서도 와서 연습을 하는 열성을 보인다. 나이대도 고등학생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Bar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태권도 사범, IT 컨설턴트, 간호사, 과학 실습 조교, 시민 단체 상근자 등 다양하다.
일본에서의 친선경기 제안
- 친선 경기 제안은 월드 시리즈 때 일본팀에서 우리팀 숙소로 직접 찾아와 꼭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함으로써 시작되어 일본 여자 야구 협회를 통해 안향미 감독에게 이메일을 통해 계속 연락을 취했다. 그들은 월드 시리즈 개최도시인 우오즈 시에 있는 아마추어 여자 야구단(아틀란타 96)으로서 친선경기를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하여 관광을 겸하겠다고 했다. 운동장 대여비나 숙소, 기타 모든 비용을 그쪽에서 부담하겠다고 했으나, 국가적인 위신을 고려하여 운동장 대여 만큼은 우리가 하겠다고 했다. 친선 경기라고 하더라도 국제 경기에 해당되고 그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해서 어렵게 구한 곳이 잠실 야구장이다. 100만원이 넘는 구장 대여비는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해결되었다. 현재 비밀리에 팀은 친선경기에 대비한 연습 뿐 아니라, 경기 개최 관련한 준비로 분주하다. 스스로 직접 손님을 맞는데 소홀함이 없게 하기 위해 선물이나 이벤트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친선 경기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처음 열리는 여자 야구 친선 경기이다. 민간차원에서의 친선 교류 확대와 스포츠를 통한 양국 유대감 증진이 기대된다. 추후에 팀끼리 자매 결연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이제 막 부산에서 여자 야구를 시작한 부산 여자 야구단 빈(彬)팀도 서울로 올라와 친선 게임에 합류를 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빈팀과 비밀리에 팀의 교류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밀리에 팀으로서도 긴장감을 갖고 연습에 임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비밀리에 팀의 각오
-창단한지 8개월. 창단일로부터 만 8개월이 되는 11월 21일. 아직 월드 시리즈 우승국이자 세계 최강의 미국을 압도적 점수차로 누른 일본에 맞대결해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도, 점수차를 줄여보겠다는 비밀리에의 각오가 당차다. 열정의 그녀들에겐 눈부신 승리보다 오늘의 땀방울이 더욱 값지다. 아직 공식적인 1승조차 거두지 못했지만 여자 야구팀으로 경기를 할만한 상대팀마저 별로 없는 그녀들에게는 장차 한국 여자 야구의 진정한 ‘대표’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 http://biml.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