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로 화학발전소에서 석유나 석탄 또는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듯이 원자력발전에서는 핵연료를 사용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원료로 쓰는 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며 이때 나온 열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핵연료를 약 3년정도(월성발전소의 경우는 1년) 원자로내에서 연소시키면 더 이상의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계속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새로운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고 다 타고난 핵연료는 사용후핵연료(使用后核燃料, spent fuels)라고 부른다. 즉, 사용후핵연료는 석탄발전소에서 타고난 석탄찌꺼기와 연탄아궁이에서 타고난 연탄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외형상으로는 원료물질인 핵연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지만 발전소의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반응중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또 핵분열 반응은 끝났어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때문에 취급할 때나 저장할 때 사람이 직접 접촉할 수는 없고 방사선을 막아주는 차폐구조를 밖에서 다루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한 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하며 우리 연구소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이유도 이 분야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술축적이 잘 되어 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에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수로에서 나온 것, 또 하나는 중수로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내자마자 물속에 일시 보관하는데 이는 물 속에 있는 동안 발열량과 방사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 속에서 1년 간 냉각된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발열량은 약 12kw/톤U이고 방사선량은 약 2700kCi/톤U이지만 약 5년이 경과하면 처음보다 약 3/1,000정도까지 감소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취급할 수는 없고 방사능과 열을 차단해주는 용기에 넣어서 취급하고 있다. 이 용기는 캐스크(cask)라고 부른다. 사용후핵연료 중에는 여전히 핵연료로 다시 쓸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우라늄만 가지고도 앞으로 수천 년 간의 발전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에는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가지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500 미터 이상의 암반에 넣고 인간생태계와 철저히 격리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영구처분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재활용 물질을 분리하여(이 과정을 '재처리'라고 부름) 핵연료 물질은 다시 사용하고 고방사성 물질은 영구 처분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구처분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서 채택할 수 없고 재처리는 채택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제 여건이 변하던가 처분 안전성이 확고히 입증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최종관리 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관리하기 위하여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부존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에너지 준 자립을 통한 자주국가 건설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발전기술의 자립, 원자력 안전성 확보, 그리고 미래의 에너지 자원인 사용후핵연료의 장기 안전관리 및 관리기술 자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 바로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