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보이는 교육개혁
요즘 너무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고교평준화와 관련된 교육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도 드물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특히 큰 문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고교평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실시되어 그 결함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와 같은 좌파단체들은 그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이 제도를 더욱 더 철저하게 실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원부 장관도 문제를 직시하면 그 해법이 간단히 나올 법도 한데, 무엇이 무서워서인지, 잘못된 현행제도를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라는 소위 3불 정책으로 고수하고 있다.
한편 오래전부터 전교조는 “비리의 온상”을 제거한다는 미명 아래 사립학교 설립자들의 사립학교 경영권을, 마치 북한에서 지주들의 토지소유권을 빼앗는 것을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빼앗으려 하고 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좌파단체들은 사립학교를 설립자들의 손에서 빼앗아버리면, 그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교육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완성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미래가 북한처럼 악화될 것이 거의 분명함에도, 이들은 최근 일부 사립대학교들이 소위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실시했다는 교육부의 공표를 계기로 더욱 극렬하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그들이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사립학교법의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대한 사립학교 관련단체들의 저항이 강렬해진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고교등급제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통해서 사립학교법의 개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유도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립대학교들이 소위 고교등급제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의 공개로 밝혀지고 있는 바와 같이 고교내신제도라는 것이 전혀 객관적으로 실시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각 학교와 그 학교의 교직원들은 자기들이 가르친 학생들이 가능하면 더 좋은 대학교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학생이나 그 부모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내신을 부풀린 학교의 교장을 아무리 냉혹하게 처벌하고 또 교육부에서 아무리 엄격한 감사를 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신제도가 정착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질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왜냐하면 모든 관련된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방법을 결국은, 은밀하게라도, 채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선의로 하는 일을 범죄로 만드는 나쁜 측면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의 이기적 속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이 더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대학본고사제도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각 학교가 자기 학생들을 가능한 한 더 좋은 학교에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대학교본고사가 정말로 객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관련자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제도는 이기심을 범죄의 근원이 아니라 성취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이 더욱 향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능시험제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이 향상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그 동안 소위 “족집게 과외”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전국적 규모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비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비리가 생길 가능성 측면에서는 본고사도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수능시험과는 달리 본고사는 비리가 한 대학에 국한되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의 질을 생각해보자. 누구도 그것을 한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양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교, 전문대학교 그리고 실업고등학교 등 다양한 학교들이 이런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 설립에 충분한 융통성을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어울리는 입학제도가 무엇이냐 하는 관점에서 보아도 대학별 본고사는 수능시험보다 더 좋다. 왜냐하면 각 대학교는 자기들의 교육이상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가르치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자질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본고사를 치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별 본고사는 고교등급제보다도 더 좋다. 왜냐하면 어떤 벽촌 또는 등급이 낮은 고교 학생이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의 여부를 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그런 학생이 발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교별 본고사제도의 채택만이 정말로 미래가 있는 교육개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고사제도에 대해서 전교조와 이들의 힘을 무서워하는 교육부가 철저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교조도 다양성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학교교육(수요)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려면 학교도 다양할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학교를 국가가 전부 설립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 자체도 효율성을 고려하면 찬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즉 교육의 진정한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역할이 불가결한 것이다.
전교조도 사립학교들의 설립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은 사립학교가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재단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이 경영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도 이런 주장에 동조해서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학교 선생님들이 비록 학교 경영권을 장악한다고 해도 비리가 없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 학교재단을 설립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교육이상을 실현시키려는 열망이 있어서 학교재단을 설립하는 것인데, 그런 자기 이상을 실현시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교재단을 설립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출자한 사람에게서 그 기업을 경영할 권한을 빼앗아 노조원들에게 주는 제도 밑에서는 기업을 설립할 사람이 없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요컨대, 각 대학교별로 본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고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다양한 설립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즉 대학교만이 아니라 실업학교, 전문학교 등의 민간설립을 권장하여 다양한 교육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립학교의 설립을 권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학교재단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전교조와 교육부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교육문제에서 이렇게 의견이 달라서 서로 싸우고만 있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측은 우리 청소년들이고,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그러나 전교와 교육부가 찬성하는 제도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는 것이 그렇게 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는 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전교조와 교육부는 그 반대로 가는 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해법은 일단 학교제도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전교조가 주장하는 평준화된 교육제도는 국공립학교에서 실시하고, 경쟁적 교육제도는 사립대학교, 사립고등학교 등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이원적 교육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그 효과를 몇 십 년에 걸려 비교분석해보는 것이다. 어느 쪽 제도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더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또 얼마나 더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하는가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또 어느 쪽이 소위 좌파들이 주장하는 “가난의 대물림”을 더 방지하여 주는지도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러는 동안에는 우리 사회가 완전히 정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임으로 최소한의 성장 동력은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는 경쟁적 교육제도를 도입한 사학들에게는 수업료를 자유화하고 기여입학제도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업료의 자유화와 기여입학제도가 허용된 경쟁적 교육제도가 교육의 질을 더 높여주는지의 여부, 그리고 학부모들의 교육비를 절약해(과외비의 절약을 통해)주는지의 여부, 그리고 기여입학제도를 통한 장학제도가 “가난의 대물림”을 조장하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교육제도를 이원화하여 실험을 통해 각자의 장점을 찾아보고, 장점이 많은 쪽으로 교육제도를 개혁해 가는 것이 청소년과 국가의 미래를 희생시키지 않는 다는 의미에서 정말로 미래가 보이는 교육개혁이라고 할 것이다.
2004.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