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호 기자는 SBS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와 전화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을 방송했다.
“보도프로그램마저 이처럼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맞춰 왜곡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SBS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김동민 교수는 철저하게 감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털어 놓습니다.”
“제가 모니터를 할 수 없었고, 민언련에서 모니터 보고서 나온 것에 대해서는 항상 제가 봤느냐…(고 묻고) 그리고 갖다주고 보게 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했거든요”
“민언련의 모니터 수준을 근거로 해서 SBS측에다가 방송정정이라든가 그런 것을 요구하셨군요?”
“그렇죠, 그 이상은 제가 어렵구요…”
이게 끝이다.
<신강균의 SBS 생트집 잡기> 3탄 사외이사인터뷰편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After Service 한다.
방송을 탄 인터뷰의 요지는 간단했다.
MBC 이상호 기자는 SBS의 보도프로그램마저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맞춰 왜곡되고 있었는데, 소위 시민단체의 대표로 SBS의 사외이사로 계신 김동민 교수님은 이를 어떻게 감시해왔느냐고 질문을 던지고,
김동민 교수는 직접 모니터를 할 수 없어서 민언련의 모니터 보고서를 토대로 문제가 있으면 시정을 요구했다고 답변하는 아주 짧은 대화였다.
MBC가 SBS 김동민 사외이사이자 한일장신대 교수를 인터뷰한 의도는 무엇인가?
MBC의 의도는 말하지 않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SBS의 보도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공정성을 잃고 주주들의 홍보 매체로 전락했는데, 많은 논란 속에서도 SBS의 개혁을 위해 소위 시민단체의 대표로 SBS 사외이사로 들어가서는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 않은가? 라는 간접적인 비난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민언련의 모니터 수준”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이상호 기자는 공개적으로 민언련은 SBS가 보도를 통해 주주들을 홍보하는 동안 아무런 감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로 비꼰다.
만약 MBC가 외부에서 SBS의 보도에 대한 감시를 잘 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보여주고자 했었다면, 당연히 방송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위원회 심의 관계자 또는 심의 책임자, 나아가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방송위원장을 인터뷰했어야 했다. 아니면 최소한 방송 모니터링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모니터링 담당자/책임자를 인터뷰했던지.
MBC가 생각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외이사가(물론 방송사라는 특수한 기업의 사외이사이긴 하지만) 본업을 제쳐두고, 또한 사외이사로서 해야 할 다른 역할을 제쳐두고, 방송 보도가 공정하게 잘 나가고 있는지 하루종일 TV앞에 앉아서 아니면 방송사 인터넷 다시 보기를 이용하든지 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사외이사 관련 법규를 찾아보던지 아니면 쉽게 Naver 정보검색란에 “사외이사의 역할”을 쳐서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알기 쉽게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정보검색 결과 중 하나를 끌어왔다.
<사외이사의 기능은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감독직무를 객관적으로 수행하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책사항의 결정을 위한 조언 및 전문지식의 제공 등 회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내부통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어쨌든 김동민 교수와의 짧은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교수님의 답변 치고는 너무 형편없고, 참으로 어눌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렇게 오해하게끔 만든 주체가 바로 다름아닌 MBC의 보도 방식이다.
오늘 오전에 데일리서프라이즈(www.dailyseop.com) 김동민 칼럼에 올라온 김동민 교수의 <MBC ‘사실은…’의 심각한 사실 왜곡> 칼럼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김동민 교수에 대해서 오해했던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었고, 다시 한번 MBC의 보도 태도에 실망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MBC의 교활함과 냉정함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일반인도 아니고, 안티조선의 선봉에 서 있는, MBC와 코드가 척척 맞는, 물론 지금은 MBC가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SBS의 사외이사로 있으니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SBS 사외이사 취임 전까지는 같은 길을 걸었던 김동민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무려 20여분동안 전화통화를 해 놓고서는, 달랑 몇마디만 취사선택하여 의도된 질문에 대한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서 보도하는, 한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MBC의 보도 태도. 이런 보도가 MBC가 소위 내세우는 정정당당한 보도, “시청자와만 눈을 맞추는 정신으로” 취재한 보도란 말인가?
SBS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홍보성 보도를 했다고 생트집을 잡기 전에 MBC는 자신들의 이러한 보도 태도에 대해서 깊은 반성과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
다음은 김동민 교수의 칼럼 내용중 일부분이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논술 공부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다.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사실의 절묘한 혼동, 모든 논지가 한 곳으로 쏠리는 깔때기식 논리, 미리 예정된 결론을 향해 유리한 근거만 끌어다 붙이는 아전인수식 논리 등등, 학생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갖가지 논리적 오류와 비약이 끝도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오마이뉴스 10월29일, ‘조선일보를 위한 논술 첨삭지도’)
한마디로,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고 유리한 근거만 조합하는 방식이다. 10월 29일의 ‘사실은··’이 다룬 ‘사기업이 방송을 소유하면···’이 그랬다. 방송에 앞서 26일 SBS와 태영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실은···’의 이상호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했다. 날짜를 꼽아보다가 전화로 몇가지 물어보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가 물어보면 인터뷰지 그것도 모르냐고 하지 말라. 그건 조선 동아 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특정 사안과 관련한 인터뷰라고 밝히는 건 기자의 기본 예의다. 나는 여러 물음에 20여분 동안 배터리가 열을 받은 후에도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오로지 취재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내 대답의 취지는 이런 것이었다.
“사외이사로서 나의 역할은 주로 아웃풋으로 나타나는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 부분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가 나오면 주지를 시키고 반영하도록 독려하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주의깊게 살펴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공익적 프로그램의 신설을 건의하기도 했다. 나의 목표는 SBS내부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MBC가 SBS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내가 그간 경험한 바로는 편성의 자율성이 비교적 잘 보장되고 있더라. 노조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개혁의 가능성이 있다.”
이 중에서 MBC는 자기들이 예정해놓은 결론에 따라 단편적인 사실(fact)들을 나열한 후 내 말의 극히 일부를 깔때기식 논리에 끌어들였다. 이 기자는 전화 통화에서 “SBS 뉴스가 주주들의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데 악용되었는데 그것도 몰랐느냐”고 추궁했다. 태영과 귀뚜라미 보일러, 맥도날드 햄버거와 관련한 보도를 지칭한 것이었다. 바로 이 보도들과 내 말을 짜깁기하여 나의 역할을 왜곡해놓은 것이다.”
(<신강균의 SBS 생트집 잡기> A/S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