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북한과의 핵 양자협상은 성공할 수 없어”
김연호 기자
자유아시아방송(RFA) 2004년11월01일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 국무부장관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양자협상의 틀 속에서는 북한이 합의된 사항을 어기지 못하도록 강제할 나라가 미국밖에 없고 중국의 영향력도 이용할 수 없다며 기존의 6자회담 틀을 지지했습니다.
# 전선 없는 전쟁, 새 미국 대통령의 제일 시급한 과제
헨리 키신저 씨는 70년대 초 닉슨 미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고, 뒤이어 포드 행정부에서도 국무부 장관을 지낸 정평 있는 국제문제 전문가입니다.
키신저 씨는 이번 기고문에서 2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뽑힐 새 대통령이 앞으로 4년간의 임기동안 다뤄야 할 주요 국가안보 과제들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키신저 씨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전선 없는 전쟁이야말로 새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챙겨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순전히 다른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라도 과학기술의 발달과 핵확산으로 인해 이것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 북한, 이란 핵무기 보유는 국제질서 흔드는 계기
키신저 씨는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군사억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국제질서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면 어느 나라를 어떤 방식으로 군사적으로 억지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오판으로 인한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핵보유국들이 핵무기를 방패삼아서 거리낌 없이 테러협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외화획득을 위해 얼마든지 핵물질을 팔아넘길 수 있다고 키신저 씨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따라서 차기 미국 대통령은 외교와 압박을 어떻게 섞어가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경제지원을 미끼로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 경제지원 미끼로는 북 핵포기 못시켜
키신저 씨는 또한 미국은 북한과 양자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해서도 안 된다며, 그 이유로 양자협상의 틀 속에서는 북한이 합의된 사항을 어기지 못하도록 강제할 나라가 미국밖에 없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나아가 그는 중국의 영향력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으며, 북한은 미국과의 새 양자합의를 나중에 또 미국을 공갈 협박하는데 써먹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키신저 씨는 따라서 현재의 6자회담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게 일정한 시한을 주고 그때까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압박을 가하겠다는 점을 인식시켜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http://www.rfa.org/korean/simcheongbodo/2004/11/01/kissinger/
* NEWSWEEK
America's Assignment
By Henry A. Kissinger
http://www.msnbc.msn.com/id/6370244/site/news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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