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dailyseop.com에서 퍼온 김동민 교수 칼럼내용임
MBC ‘사실은···’의 심각한 사실 왜곡
매체비평 프로그램으로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2004-11-02 11:30 한일장신대 교수
나는 ‘MBC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MBC를 선호해왔다. MBC에는 운동의 동지들도 많고 추천할만한 좋은 프로그램도 꽤 있다. 박권상 사장의 KBS가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일 때 MBC의 활약은 눈부셨다. MBC는 안티조선운동이 대중성을 얻게 된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기에 나에게는 특별히 각별하다.
MBC에 대한 나의 이런 애정편력은 지난 주 금요일(10월 29일)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으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 날 방송분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보도였다. 전교조의 송원재 대변인은 조선일보식 보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놓은 바 있다. 명문이라 대신 소개한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논술 공부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다.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사실의 절묘한 혼동, 모든 논지가 한 곳으로 쏠리는 깔때기식 논리, 미리 예정된 결론을 향해 유리한 근거만 끌어다 붙이는 아전인수식 논리 등등, 학생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갖가지 논리적 오류와 비약이 끝도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오마이뉴스 10월29일, ‘조선일보를 위한 논술 첨삭지도’)
한마디로,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고 유리한 근거만 조합하는 방식이다. 10월 29일의 ‘사실은··’이 다룬 ‘사기업이 방송을 소유하면···’이 그랬다. 방송에 앞서 26일 SBS와 태영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실은···’의 이상호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했다. 날짜를 꼽아보다가 전화로 몇가지 물어보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가 물어보면 인터뷰지 그것도 모르냐고 하지 말라. 그건 조선 동아 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특정 사안과 관련한 인터뷰라고 밝히는 건 기자의 기본 예의다. 나는 여러 물음에 20여분 동안 배터리가 열을 받은 후에도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오로지 취재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내 대답의 취지는 이런 것이었다.
“사외이사로서 나의 역할은 주로 아웃풋으로 나타나는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 부분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가 나오면 주지를 시키고 반영하도록 독려하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주의깊게 살펴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공익적 프로그램의 신설을 건의하기도 했다. 나의 목표는 SBS내부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MBC가 SBS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내가 그간 경험한 바로는 편성의 자율성이 비교적 잘 보장되고 있더라. 노조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개혁의 가능성이 있다.”
이 중에서 MBC는 자기들이 예정해놓은 결론에 따라 단편적인 사실(fact)들을 나열한 후 내 말의 극히 일부를 깔때기식 논리에 끌어들였다. 이 기자는 전화 통화에서 “SBS 뉴스가 주주들의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데 악용되었는데 그것도 몰랐느냐”고 추궁했다. 태영과 귀뚜라미 보일러, 맥도날드 햄버거와 관련한 보도를 지칭한 것이었다. 바로 이 보도들과 내 말을 짜깁기하여 나의 역할을 왜곡해놓은 것이다.
29일 소개된 문제의 SBS 보도들은 내가 이사를 맡기 전의 일이었으며, 문제 제기 자체도 맥락을 거세한 악의적 왜곡이었다. 전주(22일)에 방송한 ‘물은 생명이다’ 관련 방송에서 보듯이 기자가 태영의 건설현장을 샅샅이 헤집고, 알바들을 고용하여 수년치 SBS 보도를 이잡듯 뒤진 결과로 만든 프로그램이 사실을 왜곡한 억지 투성이었다니 ‘사실은···’은 결국 윤 회장을 도와준 꼴이 되었다. 왜곡의 사례들 중 하나만 소개한다.
‘사실은···’은 SBS 보도에서 대주주인 한국맥도날드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가 종종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자체로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2년 8월25일 보도된 김치버거 역수출과 관련해서는 다른 매체들도 기사가치(news value)를 인정하여 여러차례 보도한 사안이다. 마치 기사가치가 없는 사안을 대주주라는 이유로 SBS만 보도한 것으로 시청자들이 오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SBS는 ‘알레르기 반응 햄버거 손배책임(2003년 2월4일 뉴스와 생활경제), ‘장수촌 오키나와 비만촌 된 사연’(2004년 5월15일 8시 뉴스), ‘패스트푸드점 업체 아르바이트생 착취’(2004년 3월18일 8시 뉴스) 등 비판적인 기사가 더 많이 등장한다. ‘사실은···’은 이 ‘사실’들은 무시해버렸다.
SBS는 또 2004년 5월 2일 8시 뉴스에서 김천홍 기자가 ‘착취당하는 10대 아르바이트생’ 리포트를 통해 한국맥도날드의 아르바이트생 착취실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적도 있다. 이밖에도 외신과 단신기사들을 통해 맥도날드 문제를 여러차례 지적하였다. 이 비판적 보도들은 대개 내가 이사로 부임한 후의 보도들이다. 도대체 ‘사실은···’이 추구하는 ‘사실’은 무엇인가?
나는 22일 ‘사실은···’을 보면서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재허가 추천거부의 유력한 사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한겨레 10월29일자 17면, ‘프로그램 방송-공사 수주 연결고리 얼마나 강한가’ 참조).
한차례 왜곡을 경험한 후인 29일 방송을 보면서는 ‘사실은···’이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년치를 뒤져 고작 그거밖에 찾지 못하다니. 그것도 알고보니 전체를 파악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SBS를 공격하기에 유리한 사실들만 거두절미하여 모아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강요하다니 딱하지 않은가?
기사의 논지와 방향을 정했으면 먼저 객관적 사실과 명백한 근거에 의해 논리를 세운 후 보도를 하는 게 정석이다. 그게 확보되지 않으면 포기해야 옳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정략적인 목적으로 막무가내식 보도를 강행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게 조선일보식 보도다. 조선일보식 보도를 비판하는 ‘사실은···’이 이를 본받아서야 되겠는가?
매체비평 프로그램으로서 ‘사실은···’은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남을 가차없이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은 자신의 허물을 성역없이 취재하여 방송할 수 있을까? MBC는 왜 재허가 추천이 보류되고 있는가? 상암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기업이 방송사 주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 이는 지방 MBC도 마찬가지다. 주주들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찾는다면 부지기수로 나오지 않을까? 시청자위원에는 지역의 토호들은 물론이요 나이트클럽 사장도 있다. 이게 정상인가?
정황이나 예단이 아닌 객관적인 근거로 SBS를 비판하는 것은 SBS에게도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될 터이니 사회적으로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실은···’ 보도는 부정확한 사실과 사실 왜곡, 예의를 벗어난 사기성 인터뷰(?), 그리고 악의적인 거두절미식 짜깁기편집 등으로 나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성찰하고, 더 이상 무리를 저지르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