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같은 낙태 천국에선 좀 낯설게 느껴지는
뉴스 하나가 미국에서 한창 논란중이라더군요.
미국 플로리다에서 `폴 힐`이란 반낙태주의자의
사형선고를 놓고, `낙태/반낙태`를 둘러싼 종교적,
이념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답니다.
폴 힐은 1994년 낙태시술을 해온 존 브리튼이란
의사를 총으로 살해한 뒤 사형선고를 언도받은
극단적 반낙태주의자라고 합니다. 그의 사형집행을
놓고 미국내 반낙태주의자들은 탄환을 담은 협박
편지를 주지사에게 보내는 등 극렬한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몇년 전 봤던 `THE WALL`이란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낙태시술의사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부남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임신한 어느 여대생을 수술하던 여의사
가 총으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미국내 대부분의 주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독교 원리주의를 극단적으로 신봉하는
적잖은 사람들이 "생명을 죽이는 낙태시술의사를
죽이는 건 정당하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를 죽이는
것을 어떤 논리로 정당화했는지 궁금하지만, 그런
논리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여전히 여성에게
`낙태`가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는 미국의 진짜
`다양하기 짝이 없는`(?) 이념적 성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처럼 낙태 시술이 무분별한 동네도
큰 문제지만, 전근대적인 사고로 여성을
칭칭 동여매는 반낙태주의자들의 위협이 횡행
하는 동네도 그리 살만한 곳이 아니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