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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인정/ 내국인진료 허용' 이 국내 의료수준을 향상 시킨다고라?

'영리법인 인정/ 내국인진료 허용' 이 국내 의료수준을 향상 시킨다고라?



1) 국내 의료수준 향상을 위해서 외국계 병원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는 주장



외국계 병원이 들어오면 우리나라 의료의 질적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첨단 의료장비와 시술의 전문성을 의료의 질적 수준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 고가 의료장비의 블랙홀이라고 할 정도로 고가의료장비가 과잉인 상태이다. 또한 정부가 동북아 허브병원을 주장한 논리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이 비교우위가 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외국계 병원 도입의 근거로 의료기술 향상을 언급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인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생기면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보건의료부문에서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부분적인 서비스 개선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공급의 과잉과 과잉진료에 따른 문제, 의료비 상승, 자원 배분, 형평성의 문제 등 경쟁의 심화가 가져오는 폐해를 비교해볼 때 경쟁이 모자라 외국계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될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에는 의료서비스가 상업화, 개방화되면서 '93년 4.7% 수준이던 제왕절개술률이 '98∼'01년 무려 45.6%로 증가했다.

결국 남는 문제는 외국계 병원이 첨단 경영 기법과 의료기술 이외의 환자 만족도 프로그램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만 하더라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자발적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지불제도의 변화가 동반되었을 때 확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행위별수가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병원이 그러한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국내 병원에 활용되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일부 병원에서 선구적으로 병원 질 관리 프로그램 및 경영 기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지불제도 등과 같은 유인동기가 없었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들어올 외국계 병원이 이러한 부분에 비교 우위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비교 우위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불제도 등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에서 적용하기 어렵고, 국내 의료기관에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 때문에 외국계 병원을 유치하는 것은 들어갈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 하겠다.



2) 정부의 실제 의도와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외국인의 생활 편의 보장을 위한 외국계 병원 설립과 해외환자 유치 및 해외 의료이용 유출 흡수를 위한 동북아 허브병원 설립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한 주장이 아니며, 경제자유구역 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병원은 내국민 진료를 통한 영리 추구가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의료체계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이유를 내세우며 외국계 병원을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내국인 진료 허용과 영리법인 인정을 관철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남는 것은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관료의 상당수가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 보건의료의 문제는 감수해야 할 희생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보건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채 시장만이 문제의 해결사라는 극단적 자유주의적 사고가 지배적이기에 나타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두 가지 경향이 대립적인 생각은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성향이나 태도가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둘 모두 현재 시장의 무정부성 내지 사적 성격으로 인하여 왜곡되어 있는 보건의료를 더욱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사고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일각에서는 영리법인 인정 및 내국인 진료 허용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기업도시 주장과 기업도시 내 영리병원의 개설 허용 주장이 커지고 있고,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영리적 목적의 의료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의료법 개정과 영리법인 허용에 대한 입장이 제기되는 등 일련의 흐름을 볼 때 결코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한된 흐름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WTO DDA 협상을 앞두고 전면적인 의료시장개방을 이루려는 의도가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더라도 정부의 의도가 관철되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계 영리병원이 내국인을 상대로 한 진료 행위를 하게 될 경우 국내 병의원은 경쟁 상대인 외국계 병원에게 내국인의 수요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형평성 논리와 경쟁력 확보라는 논리로 영리법인과 민간보험의 전면 도입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영리법인의 인정이 경제자유구역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WTO 시장개방의 mode 3(상업적 주재)에 저해되는 국내 장벽을 제거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보건의료체계의 사적 성격이 극단적으로 강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하겠다. 구체적으로 영리법인 허용을 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 요구 확산, 의료비 증가 및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민간보험의 도입을 통한 의료보장 후퇴의 가시화, 시장의 무정부성 확대, 의료의 사적 성격 강화, 공공의료체계의 무력화 등 일련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