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사장의 근심
이제 학교가 어디로 갈런지~
글쓴이:교육지킴이
전남의 어느 사립학교 이사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평생을 모은 재산을 몽땅 털어 사립학교를 세웠습니다. 그 재산을 그대로 갖고 있었으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떵떵거리고 살 텐데도 학교를 세우는 데 재산을 바친 것은 교육에 대한 신념과 자신의 삶을 보람으로 마무리하고자 했던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으로 사립학교 이사장들의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연락을 취해야 했습니다. 여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넣었지만 사립학교법상 이사장은 월급도, 판공비도, 하다못해 교통비조차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는 학교를 세운 걸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철학을 반영하기는 어려웠지만, 자신이 세운 학교가 여타 학교에 비해 좋은 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가 신념으로 학교를 운영해 왔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는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져 있습니다.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운영권을 교사들에게 넘길 경우 과연 교사들이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명문으로 유지시킬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교를 명문으로 유지하는 일이 훨씬 더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헌신적인 교사는 언제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집단이 학교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일부 헌신적인 교사가 있다 하더라도 학교운영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학교운영이 교사들을 피곤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건 불을 보듯 빤한 일입니다.
요즘 그는 실제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