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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러첸 박사와 북한 인권의 그늘

대구에서 빚어진 북한 기자단과 시민단체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당한 폴러첸 박사.





이번 해프닝이 계기로 우리 언론에 그의 이름


이 크게 활자화되기 전에도 북한에서의


그의 활약은 단신으로 간간히 전해진 바 있다.





독일인 의사로 국제 비정부기구들과 함께


북한 주민의 탈북을 지속적으로 돕기 시작하


면서 그의 존재는 남북한에 뚜렷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던 중 중화상을 입은


환자를 위해 자신의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이식


수술을 하는 등 그의 활동은 한동안 북한에서


칭송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북한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당했다고 한다.





추방 이후 세계 곳곳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리면서 북한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이번 사건의 표적으로 부상을 당하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다.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탈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등 최소한의 생존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어떤 정치


적 계산이나 압박이 아닌, 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시각이 요즘 진보 진영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북한의 인권을 건드리는 것은 '공화국을


건드리는 미제의 모략이고, 북한인민의 아사는


미국의 경제 봉쇄'라고 못박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북한정권과 북한 주민을


동일시하는 관점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설득력


을 얻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인권에 대해 왈부왈부하는 것이 '부르조아


인권 개념'이라고 몰아부쳤던 해괴한 논리에선


이젠 벗어나야할 듯 싶다. 북한 정권의 경직성


과 폐쇄성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생존권에 대


해선 백안시하는 구조를 언제까지나 우호적인


시선으로만 지켜보는 건 위험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이미 한물간 '주의'라고 해도 좋으나, 체제적인


우위에 대한 고집스런 자만심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에 대한 민족적, 아니 최소한의 인간적


측은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진보가


진보의 논리에 발목 잡히지 않고, 보수가 보수의


우물에 갖히지 않은 시선과 발걸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