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6개월을 말한다"
"정책기본노선 검토 필요하다"
정혁기
학술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원 겸 NGO대학원)의 인터뷰. 노무현 정부 6개월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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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째다. 짧지않은 시간이다. 최근 노정부의 국정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 노무현 정부가 국정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상황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문제가 어디에서 꼬이고 있는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자체가 모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자체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가 개혁적 정책기조를 충실히 견지하면서 다양한 현실적 상황에 응전하는 일종의 실용주의적 노선을 배합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부분은 노정부에 참여한 개혁주체 세력의 인식혼란에서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관점은 일반 사회운동이나 부문운동에서처럼 단순히 매도하는 방식을 취해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노무현 정부는 과거 야당이나 시민운동과 같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도 시민운동을 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단일변수적 상황을 전제하고 발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리는 굉장히 많은 다변수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단일한 관점으로만 해석되지 않을뿐더러 ‘해석의 공백’ 상태에도 직면하게 된다.
보수적 상황해석 뚫고 나가야
여기에서 보수언론은 보수적 논조에 기반한 '상황해석'을 쏟아붓고 있다. 이로부터 노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색칠된 정보들에 의해 원래의 관점들을 포기하면서 보수적 상황해석에 압도당한 측면이 발생하고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상황에 대응해서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 저는 노정부가 개혁중도 자유주의적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 자신의 입장에서 새로운 상황을 해석하고 그런 입장에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로부터 상황이 꼬여버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그렇게 된 상황을 전적으로 노정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인가.
: 노무현 정부의 주체세력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진보세력들이 현실상황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제가 있다. 저는 그것을 ‘보수세력의 능동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개념에는 ‘조중동의 능동화’라는 측면이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과거에는 집권세력도 보수적 성격의 권력이었고 언론도 보수적 언론이었기 때문에 공생관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 공생관계가 해체된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이 해체로부터 보수세력의 ‘능동화’는 보수세력의 ‘위기의식’이 결합되어 있다. 보수세력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권력을 상실했다고 하는 위기의식, 그리고 권력자체와 이제 한 배를 타고 있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래서 잃어버린 5년에 대한 상당한 좌절감과 절망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2만불 시대’라는 담론
이런 상태에서 능동화된 보수세력은 권력에 대해 초기부터 격렬히 비판하고 보수적으로 견인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와 언론활동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저는 노무현정부가 조중동을 통해 다양하게 주어지는 해석되는 정보들에 현혹되는 방식으로 상황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데 시민사회의 보수성과 강고함으로 인해서 보수적으로 해석된 정보가 국민적으로 둔갑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노무현정부의 정책들이 현혹된 정보에 의해 현실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2만불 시대’라는 화두가 등장한 바가 있다.
이 ‘2만불 시대’라는 것은 사회와 기업, 시장과 정부를 친기업적으로 끌어가려고 하는 자본의 프로젝트다. 이것은 본래 한 거대기업의 프로젝트이고 담론이다. ‘2만불 시대’라는 사회적 담론도 능동화된 보수언론,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해석된 정보, 그 정보가 국민적 여론으로 둔갑되어 노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의 산출물인 성격이 짙다. 바로 여기에서 노정부의 개혁주체세력이 혼란을 경험하게되는 것이다. 자본이 만들어낸 ‘2만불 시대’라는 프로젝트가 노무현정부의 중요한 화두로 인입되어가는 과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노정부의 기본정책 방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인가.
: 물론 현재는 과거 야당시절처럼 행위할 수는 없다. 집권담당자에게는 모순되고 상충되는 고급정보들이 주어지고 새로운 우발적 상황과 대립적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관점을 상실하게 되면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어떻게 할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결국 보수적 언론들에 견인되는 정책들을 펴나가는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앞에서 한가지 예로 든대로 ‘2만불 시대’라는 정책목표가 노무현 정부의 화두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되지만 집권당이 아닌 야당시절 혹은 사회운동 때처럼 단순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인정’은 진보적 개혁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돌발적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보수언론이 해석하고 부여하는 보수적 정보를 뚫고 개혁노선을 심화시키면서 개혁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는 관점에서 정부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점이 없는 과정 속에서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 8월말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 일정한 폭의 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개편은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문제라기 보다 반년에 이른 국정을 평가하고 향후의 국정의 틀을 새로 짜는 성격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는가.
: 노정부가 6개월을 맞아 일정한 부분에서 인적 쇄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 개혁노선의 혼란으로 인해서 국정난맥상이 초래된 측면이 있는데 청와대나 내각의 부분개편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시기적으로 집권1년이 상정되지만 노정부의 전반적인 정책노선을 재검토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상징화하는 개편을 필요로 하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 정책 입안 분위기 형성돼야
개혁주체세력의 정무라인과 정책라인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무라인은 주로 386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인물들이 배치된 측면이 있고 정책라인에 있어서는 예컨대 이정우 정책실장외에는 개혁적 마인드를 가지고 노무현적 개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는 개혁적 수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이실장이 네덜란드 모델을 제기했다. 제기방식과 시점이 옳았냐는 문제제기도 있지만 네덜란드모델은 노사정을 제도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한 방안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 이 모델을 제기한 이실장이 희화화되거나 쓸데없이 문제제기를 해서 문제를 만든다고 하는 식의 공감대가 정책라인에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네덜란드 모델은 아니더라도 노사정간에 일정한 합의주의적인 제도모델들을 도입할 시점에 왔기 때문에 노무현식 중요한 정책개발메뉴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내부에서 보완되고 공론화되고 노무현정부의 정책으로 입안하려는 정책적 분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점에 대해 저는 일정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러 곳에서 반복된 지적들이 있어왔듯이 정무라인이 386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노무현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인적 풀이 포괄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보다 광범위한 개혁적 인맥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 진단으로 생각된다.
- 국민의 정부의 긍정적 정책들에 대한 ‘계승’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에서 이루어진 국정운영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특히 개혁적 성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 먼저 국민의 정부 초기상황과 참여정부 초기상황이 다르다. 거기에는 +측면과 -측면이 존재한다.
저는 노정부가 초기에 기본적으로 첫단추를 잘못 끼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노대통령을 포함해서 국정운영 주체들이 국민의 정부에 가해졌던 보수적 비판들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던 측면들이 있다고 본다. 그 보수적 비판들에 대한 의식이 국민의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계승’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났다. 제 생각에는 집권세력 내부에서 여기로부터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노정부의 일차과제는 국민의 정부의 긍정적 측면의 철저한 계승과 국민의 정부가 편 긍정적 정책의 ‘제도화 및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비판적’ 계승이라는, 즉 ‘비판’을 기본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보수언론의 ‘비판’이 ‘무비판적’으로 주체세력의 의식을 혼란시킬 수 있는 공간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햇볕정책’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의 정부의 최대 성과는 남북화해협력, 햇볕정책이었다. 한계는 있지만 그 외에도 재벌개혁정책, 생산적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생산적 복지정책, 노사간 타협을 지향하는 노사정 모델, 국가 인권위 같은 정책들도 나름대로 평가해줄 수 있는 정책이다. .
햇볕정책을 보면, 조중동을 포함해 보수적 집단으로부터 ‘퍼주기’ 등 끈질긴 비판이 일었다. 이로부터 햇볕정책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한 노무현 정부는 문제점들을 살피면서 새로운 노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처럼 상정하고 정책구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저는 노정부의 탄생으로 인해서 퍼주기를 포함 햇볕정책에 가해졌던 비판들이 소멸하고 주변화되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을 철저히 계승하는 관점에 서면, 이제는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는 측면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왜냐면 5년동안 지속된 햇볕정책이 또다시 5년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노정부가 ‘계승의 입장’에 섰을 때. 그러면 햇볕정책은 우리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기본적 공감정책이 되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정책들이 정책적인 고려사항으로 투입
과거 김대중 정부때는 적대적 남북관계 노선과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평화공존 정책이 대립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햇볕정책이라는 남북간 평화공존노선이 기본적인 합의노선으로 자리잡고, 그 하위수준에서 여야간에 대립이 있게 된다. 노정부의 햇볕정책의 철저한 ‘계승과 정책의 업그레이드화’는 이런 의미다.
그런데 노정부는 일부 비서진을 통해서 보수세력의 입장을 어떻게 용해할 것인가 하는 식의 노선을 선택했다. 즉 과거 반햇볕정책의 보수적인 정책들이 노정부의 정책적인 고려사항으로 투입되게 되는 것이다.
재벌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무슨 얘기냐면 국민의 정부의 긍정적 정책을 철저히 계승하는 입장으로 정책적 입장을 견지하게 되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정부는 ‘사서’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시키면서 거기에 발목이 묶여버리고 새로운 정책, 즉 ‘노무현식’ 정책들을 취할 공간을 상실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저는 바로 이 지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의 긍정적 정책들을 국민적 공감대 영역으로 고착시키고, 그 위에서 ‘노무현식’ 정책개발에 들어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정책적 기본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입장이나 핵심주체입장에서 보면 야당의 비판도 적절히 고려하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보수적인 정책들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입되는 공간을 광범위하게 주어버린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본노선에 대해 지금이라도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중동’과 “긴장할 정책영역을 과감히 만들어라”
-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전부터 보수집단, 특히 일부 언론과 타협을 배제한 가운데 대립해 오고 있다. 언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가.
: ‘조중동’의 비판에 대해 경청할 부분도 있지만 ‘조중동’과 “긴장할 정책영역을 과감히 만들어라”고 말하고 싶다. 저의 생각으로는 노정부가 한 측면에서는 대단히 소극적 방어의식에서 ‘조중동’의 비판을 받지않는 식으로 어떻게 정책을 집행할 것인가 하는 식으로 고민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노무현식’ 개혁, ‘노무현식’ 진보정책들을 과감히 수립하고 집행하고 그 방향에서 ‘조중동’과 긴장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유력한 방향일 것이다. 바로 이를 통해 노무현 지지세력의 적극적인 재결집이 가능한 지점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6개월을 보면 국민의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는 속에서 보수세력의 비판을 자초하고 ‘조중동’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러면서 자기다운 노무현 다운 정책은 펴보지고 못하고 이런 생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정부의 컬러가 살아있으면서 그럴 수 있는 정책들은 많다.
동북아 정책의 경우도 햇볕정책을 철저히 계승하는 속에서 동북아에서 일정한 평화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미추종적인 대미외교 노선 속에서는 정작 노무현 정부가 야심적으로 해보려고 했던 동북아 프로젝트는 난관에 봉착하게되고 노무현 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을 상실해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 일각에서는 동북아 프로젝트가 참여정부 초기에 중심적 국정방향으로 설정되는 듯 하더니 주춤거린다는 평가가 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는가.
: 북핵위기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생존전략이다. 이 전략은 동북아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나. 일본은 군사적 재무장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고 미국은 북핵위기를 기화로 전세계적으로 군사적 일방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의 생존전략은 한편 생존을 더 위협하는 비우호적 환경를 조성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 정부가 햇볕정책을 편 것은 북핵위기를 대하는 데 있어서 미국식의 정책노선이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복합적 상황이 동북아에 조성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입장에 섰을 때는 바로 미국의 정책노선이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는 복합적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복합적 상황이 조성된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것은 중국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혹은 일본이 북핵위기에 대해 강경노선을 선택하는 경우 남한정부가 일정하게 그와 거리를 두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면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한미간 혹은 한일간 긴장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격렬한 긴장이 아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저는 일본이나 미국이 북핵위기를 대하는 데에 노무현 정부와 협의적 관계를 가지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을 통해 저는 노무현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형성되고 정책적 운신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
2003년08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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