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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사태 관심없는 성남시
성남 종합병원 2곳 문닫아도 '나 몰라라'
윤지숙 기자
성남 인하병원이 폐원한지 한달째 되어간다. 인하병원은 성남 구시가지 최대 의료기관이자 서민형 병원이다. 수정구와 중원구민을 상대로한 의료서비스중 가장 큰 몫을 담당해왔던 인하병원의 폐쇄소식은 지역 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20년 가까이 시민과 함께한 성남 인하병원
△인하병원 폐업철회 10만 서명운동 돌파에 감사하는 가두행진 ⓒ윤지숙
인하병원은 지역주민에게 대학병원으로써 양질의 진료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사회 보건증진과 나아가 범사회적인 보건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목표로 성남에 건립됐다.
성남 인하병원은 87년 인하병원으로 첫 개원한후 성남지역사회에서 중추적인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며 60만 성남 구시가지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루 내원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허가병상은 늘 자리가 없어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87년부터 인하병원을 운영해온 한진그룹은 96년 인천 인하대학교병원을 새로 건립한 이후부터 성남인하병원의 재정과 인력을 줄곧 인천 인하대학교병원으로 유입시켰다. 그간 성남시 수정구, 중원구 주민들은 타병원과 똑같은 진료비를 내고도 열악한 의료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다.
성남시의 열악한 생활구조...이제 건강권마저
성남 구시가지는 서울과 밀접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현재 부동산 투기가 가열되고 있다. 인하병원과 함께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성남병원의 부지에도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성남 구시가지에 필요한 것은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생활여건을 향상시키는 공원과 문화공간 그리고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질 병원이다.
신시가지인 분당구는 여가를 위한 공원과 편의시설이 있으며, 대형 종합병원이 3곳이나 있다. 40만의 인구가 살기에 좋은 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그에반해 성남 구시가지는 제대로된 공원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며, 지역주민들의 생명을 위한 병원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구시가지에는 60만의 인구가 살고있다.
그동안 성남시민들은 다니기 힘든 비탈진 도로와 빽빽한 주거지환경등 분당과 비교하여 심각한 지역 불균형으로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인하병원의 폐업으로 이제는 응급상황에서 이용할 병원으로 가까이 쉽게 갈수 있는 병원도 없어지게 되어 더욱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었다.
성남시, 시민 건강권 "우린 모른다"
△"우리 아이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윤지숙
이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성남시, 시의회, 그리고 이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폐업만은 안된다”, “인하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 쳤지만 끝내 무위로 그친채 입원 환자들은 인근 대형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져 옮겨갔다.
이런 성남 구시가지의 심각한 의료공백사태에 대해 성남시는 오히려 병원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성남 구시가지엔 3개의 종합병원 중 한곳이 폐업과 다름없는 축소이전을, 인하병원은 폐업을 하는 바람에 200병상 조금넘는 성남 중앙병원 한 곳만이 남아있다. 과연 이병원이 60만의 성남시민을 책임질수 있을것인가.
지역 주민들을 더욱 허탈감에 빠지게하는 것은 인하병원부지와 성남병원부지에 아파트, 복합상가등의 허가를 내준 성남시청의 자세다.
처음 성남시장은 한진그룹소유의 인하병원 폐업으로 인한 성남시에 야기될 의료공백사태에 대해 보여주기식의 행동을 보여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만나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겠다. 만약 성사 되지 못하면 인하병원 노조와 한진그룹과의 만남을 주선하여 이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나서겠다고 했다. 이 또한 해결중재로 나선 인하병원노조와 시민단체의 볼멘소리에 보여주기식 행동이었다.
인하병원 폐업안을 반려시키겠다고 약속한 성남시장은 어디가고 그 자리엔 의료공백 상태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의 시름소리만 남았다. 폐업안 반려란 약속이행을 안하고 도피한 성남시장에게 인하병원 노동조합원의 항의 방문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7주일이란 여름휴가를 떠나고 없었다. 이날은 집중호우로 인하여 각지역은 물론 성남시에서도 크고작은 비피해가 잇달았다. 그러나 시장은 자리에 없었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성남시장의 말은 더더욱 시민들을 분노케했다. 자신이 없는사이에 반려안이 처리되어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남시장은 시립병원이라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성남시장은 존재하는 병원마저 문닫는데 일조하여 시민의 건강권을 버리려는 시장이 되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인하병원 170만부가 넘는 환자차트를 인천 인하대학교병원으로 이관하도록 승인한 것이다. 이제 성남시민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진료기록을 보기위해 인천까지 가야할 실정이다. 과연 성남시의 세금은 어떻게 사용 되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다.
△인하병원 폐업철회를 위한 시민걷기대회 포스터 ⓒ윤지숙
성남시가 말하는 복지성남을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였는지 말이다. 지자체하에서 시정부를 대표하고,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전면에 나서 구성남시민과 제시민단체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은 대안을 마련하면 이사태의 무게 중심은 달라질 것이다.
7월 1일 성남시는 시승격 30주년 행사를 하였다. 성남은 이제 100만의 거대도시로 성장하였으며,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현재 성남시는 시자립도 85%이상으로 전국에서 1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정,중원구의 열악한 도시환경과 혼잡한 교통문제는 분당구와 단순한 차이를 넘어 100만의 도시전체를 이원화 시키고 있으며, 이젠 의료서비스 조차 지역적 차별로 이어지게 되면서 성남시의 균형적인 발전과 성남시의 건강권은 지켜질수 없게 되었다.
병원은 법적으로 돈벌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병원은 공익 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로부터 줄곧 세제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혜택을 받는 동시에 병원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데 기여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안고있다.
아직도 인하병원의 폐업소식을 모르는 환자들은 아픈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고 있다. 10여년을 넘게 진료를 받던 사람, 응급조치를 위해 달려온 사람, 정기적으로 복용하던 약의 처방을 위해 오는 사람. 모두들 병원의 폐업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하병원에 내걸린 현수막 ⓒ윤지숙
시민 건강권 확보, 시민들이 직접 나서
성남시의 대책없는 의료기관의 폐업사태에 대응하여, 성남 인하병원 폐업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발족했다. 범대위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재명 변호사는 “관내에서 대형병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병원운영보다 수익성이 좋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건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병원들이 명백히 의료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시당국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조치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범대위에는 성남시의 60여 단체가 가입했고, 국회의원 5명, 40여명의 시의원 전원이 함께했다.
현재 60만 성남시민중 10만명이 한달이라는 기간내에 서명운동을 해주는 등 병원폐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인하병원이 폐업철회 될 수 있도록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뜻을 모아준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시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인하병원 살리기에 많은 참가신청서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11살된 소녀는 같은반 친구와 손잡고 가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60이 넘은 한 할머니는 “손주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천식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었던 병원인데 없어지면 되겠냐”하시며 참가의 뜻을 보내왔다.
시민들이 나서면 인하병원을 정상화 할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안다. 그러기에 그 자리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뜻을 모아야겠다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시민이 하나되어 건강권확보를 찾겠다고 나서는 지금 이시간에도 시당국에선 무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까지 피동적으로 움직였던 성남시는 이런 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수렴하여 두팔걷고 나서야한다.
"병원폐업하면 서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 윤지숙 (인하병원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