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국가는 자국이 아무리 평화롭게 잘 살려고 해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개인의 흥망성쇠가 대상세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듯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존립이 좌우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국가 간에는 서로의 안전과 국익을 도와주는 맹방과 상호협력으로 공영을 추구하는 많은 우방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전쟁을 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는데는 동맹국과 우방이 많을수록 좋은 것처럼, 외교와 국방에는 자주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자주 외교와 자주 국방을 외치는 것은 그릇이 작음을 스스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자주 외교와 자주 국방은 떠들 필요가 없이 확보해야 할 기본적인 국가과제이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동맹과 우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초강대국인 미국과 좋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며, 이를 근간으로 많은 나라와 우호관계를 맺어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도모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주외교와 자주국방론으로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하고 있는 일은 한마디로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한미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한 행정 협정은 우리나라가 스스로 독립과 국방을 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며, 오늘의 시점에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이다.
한미 사이에 평등한 행정 협정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으로서도 동맹국인 한국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그것 자체가 발전이며, 일방이 아닌 상호 협력을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방치하므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 반미 감정이 증폭되어 양국 관계를 해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지도자의 능력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외교 역시 인간관계와 같은 것이므로 상대방을 배신하거나 감정을 자극하고 증오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자신을 싫어하고 악담을 하고 적대시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듯이, 일부 한국민의 반미 행태는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모른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로 인간다운 모습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입장이라면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코리언 드림으로 한국에 온 근로자와 그 나라에 대하는 편견을 보면 우리의 도덕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하다.
일본 식민치하의 한국을 독립시키고, 공산화 전쟁의 위기로부터 국가를 구출하고, 처참한 가난에 시달린 국가에 무상 원조를 하며 재건을 도운 미국과 같은 오랜 친구관계를 외면하고 다른 어떤 국가에게 우리의 국난과 경제 발전을 돕는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인가. 다른 나라와의 협력 관계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얼마든지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오랜 친구를 버리고 미지의 새 친구를 찾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한미 관계를 흉허물이 없는 친구처럼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남북의 통일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함한 군비 증강으로 극도의 경제난에 직면해 탈북자가 늘어나고 주변국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을 때, 한국 지도자가 진정한 통일 의지가 있고, 한미간에 신뢰가 구축되어 있었다면, 핵 문제와 함께 통일 문제를 들고 한,미,북한이 담판을 할 수 있었다.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외면하고, 일방적인 대북 지원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을 국제 무대에 올려놓고 조명을 받게 했다. 대치하고 있는 북한을 지원하는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미국은 6자 회담을 들고 나왔다. 또 다시 열강들의 흥정거리가 된 한반도 문제는 북한의 입지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결과가 되어, 우리가 아무리 화해 협력과 통일을 말해도 오히려 통일은 멀리 달아나 버린 꼴이 되었다.
6자 회담은 한반도에 대한 주변국의 영향력만 증대시켰을 뿐, 핵 문제나 남북 통일에 어떠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과를 보아 알 수 있다. 하나의 혹을 떼려다 열 혹을 더 붙이게 된 것과 같은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문제는 미국이나 주변국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의 부도덕하고 무지하고 무능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인간본질대로 사는 본질세계가 된다면 핵을 비롯한 모든 군비가 해체되겠지만 힘이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군비가 불가피하고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 상황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지극히 중요하다. 오늘날 한국이 경제 중진국으로 성장한 것도 미국의 방위력에 힘입은바 크지만 앞으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좋은 보호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없다면 얼마나 많은 국방비가 소요되어야 하며, 그러고도 북한이나 주변국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냐 할 때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핵이 존재하는 한, 미의 발전적인 동맹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며 적극적인 협력 관계 속에 안정과 국력 신장을 이룩하고, 핵과 군비가 없는 지구촌을 실현하는 근본 문제에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자유주의 아닌 그 어떤 체제로 통일이 되어도 좋다는 불순한 저의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통일이 아니라 새로운 내란에 빠져들어 상상할 수 없는 참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외교와 국방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내치를 잘 해야 하고 내치를 잘 하려면 지도자가 대 원칙에 투철해야 한다. 해외 교민이 자국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정부가 내치의 수렁에 빠져 밖으로 눈을 돌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말고, 수많은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해외 대사관 영사관에 충분한 인력을 배치해 모든 분야에서 철저한 활동을 하므로 세계 속에 한국을 확대해 가는 전진기지가 되게 해야 한다. (인간본질시대가 온다 (헝덕 손복영 지음, 도서출판 말과흙, 2004) 참조)
** 위 내용은 인간본질시대운동본부 홈페이지 기획연재 ‘대원칙의 리더십’ 중에서입니다.
많은 의견 주십시오. 다음은 ‘대북정책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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