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이 한국에 제공한 정보들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로버트 김이 백대령에게 1995년 12월부터 제공한 자료는 약 50여 건인데, 이 중에는 미국의 주장처럼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것들은 주로 미국이 아닌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것이었고,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는 이미 제공된 것들이었다. 사건 담당 검사는 법정에서 “어떤 정보가 미국 안보에 중요한 것인지, 그것이 왜 공유되지 않았는지는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결정할 사항이다”라고 말했지만, 해군 정보국에서 19년 동안 일해온 로버트 김이 어떤 게 민감한 정보인지 모를 리 없었다. 그의 변호사였던 피터 긴스버그도 “로버트 김이 한국에 넘겨주었다고 주장하는 서류들은 역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대중을 상대로 한 정기간행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맹국과 공유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다...”라고 변론하였다. 그러나 이 변론은 검사나 판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기밀 분류 전문가들조차도 로버트 김이 한국 해군에 제공한 정보는 미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하지 않거나 기밀이 아니며, 대부분은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미국의 공식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당연히 공유해야 할 정보를 제공, 결코 간첩행위가 아니다.
로버트 김이 백동일 대령에게 서류를 보낼 때는 자료출처와 비밀등급을 지우고, 반송될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주소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FBI의 감시 자료에 의하면 로버트 김이 백 대령의 집에 직접 갔다가 그가 없자 정원에 있던 아들에게 전해주기도 했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백 대령에게 서류를 잘 받았느냐고 전화하는 모습도 찍혀있다. 그리고 1996년 9월, 10여건의 기밀서류가 전달될 당시 봉투가 개봉된 흔적이 있어서 자료 제공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 이런 행동들로 인해 두 사람은 첩보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어설픈 삼류 스파이’라고 지적 받았는데, 달리 말하면 그것은 두 사람에게 스파이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로버트 김은 한미 군사동맹과 정보 공유라는 관행에 비추어, 당연히 한국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했던 것이다. 또한 이런 자료들이 한국에 전달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한국측에 고의로 보내지 않고자 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결점 때문일 수도 있다고 판단,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상부에 보고하려던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