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글>
다음의 글은 민변에서 퍼온 글로서 국정원의 개혁방향이다. 읽기에 앞서 글올리는 필자의 의견을 서론에 붙인다.
[국정원(안기부,중정)의 과거 현재의 엄청난 범죄행위(비밀살인 유해물질투여 사건사고유발 온갖직간접조작공작 감시 미행 도청.... 등)의 발본색원 처벌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국정원의 과거 현재 범죄행위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범국민적으로 정치권 언론 각단체 국민들의 참여로 입법(시효배제등) 고변신고의포상 계도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획기적 조치가 선행되고 난 다음 신설된 별개의 기관이 민변의 주장보다도 더욱 더 권한이 축소된 정보기관이 탄생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부작용이 있다면 철저한 부작용 방지책을 마련한 다음 국정원을 해체하고 경찰에 모든 업무를 넘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국정원(안기부등)의 해체 범죄행위 발본색원을 주장해온(ID, anbalvonkro)의 주장이다.]
[민변의 주장]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
장주영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
1. 또 다시 국정원의 개혁
안기부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던 김영삼정부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정부도 국가정보기관의 제자리찾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말았다. 김영삼정부 말기 날치기입법을 통한 안기부의 수사권회복과 북풍사건, 김대중정부 말기 정치인들에 대한 도청사건은 두 정부의 국정원 개혁작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지난 16대 대선과정에서도 후보들은 입을 모아 국정원의 개혁을 약속하였다. 이회창후보는 국정원의 국내정치관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국회와 감사원을 통한 통제를 주장하였다. 노무현후보는 국정원의 국내사찰업무 일체를 중지시키고 해외정보만을 다루는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제 또 다시 국가정보원의 개혁논의를 되풀이하면서 국정원을 제도적으로 철저히 개혁하는 것만이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정원개혁의 큰 줄기는 현재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5가지 직무 중 정보업무와 국가기밀에 대한 보안업무를 제외하고 보안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국정원직원에 대한 수사권,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 조정권한을 폐지함으로써 순수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외정보업무를 분리하여 국내보안정보 및 국가기밀에 대한 보안업무와 국외정보업무를 나누어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비밀정보기관의 권한이 집중될 경우 남용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정보기관의 업무특성상 비밀은 철저히 보장하되 권한을 분리하고 적절한 통제를 통해 민주적인 정보기관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2. 국정원의 개혁 시도와 실패
가. 김영삼 정부
국정원의 권한에 부분적으로나마 실질적인 통제를 가한 것은 김영삼정부가 처음이다. 김영삼정부는 집권초기 개혁조치의 하나로 국가안전기획부법을 개정하였다. 주요한 개정내용은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없애고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국정원의 예산과 업무를 통제하도록 하였다. 안기부 직원들의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하여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정치관여죄와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는 것 등이었다. 수사권존속문제는 당시 야당에서는 폐지를 주장했으나 안기부의 강력한 반발과 여권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수사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법개정후 안기부는 정권말기에 정권재창출에 집착한 신한국당의 도움으로 날치기입법을 통해 불과 3년만에 제한된 수사권을 회복하였다. (이와 같이 안기부법을 날치기로 처리한 것은 야당소속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지금까지 날치기로 처리된 내용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수사권을 회복한 안기부는 지난 15대 대선과정에서 오익제편지사건, 윤홍준 기자회견사건등 북풍사건을 일으켜 대선과정에 직접 개입하였다.
국회 정보위에서 예결산심사등을 통해 안기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안기부의 예결산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안기부가 업무를 자세히 보고하지도 않아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안기부는 국회의원마저도 기밀누설의 의혹을 두며 견제를 가하여 정보위활동을 위축시켰다.
나. 김대중 정부
안기부의 북풍공작을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정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철저한 개혁에 대한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안기부개혁을 위해서는 인적청산과 제도적 개혁을 병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치 공작에 관여했던 인사들을 청산하고 특보제를 폐지하는 등 조직을 축소, 정비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말았다. 과거 불법행위에 관여하였던 직원들을 청산한 것은 옳은 일이었으나 그 자리를 채운 인사들이 다시 정권과 유착하는 폐해를 드러냈다.
김대중정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꾼 것 외에 법제도의 개혁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정원은 국회 529호실 사건, 도청사건을 일으켜 정치개입시비를 낳았고 벤처비리와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되는 등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업무는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것으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정치사찰을 계속해 온 사실이 정권말기 도청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3. 국정원의 개혁방향
가. 수사권폐지
(1) 규정 내용
국가정보원은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3호) 또한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4호)도 가지고 있다.
(2) 사건조작과 인권침해
국정원이 과거 안기부와 중앙정보부 시절에 수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숱한 사건조작과 인권침해행위를 저질러왔다는 것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정이 위기위식을 조성해 권위주의통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고문에 의해 최종길교수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고 1974년 유신반대운동이 확산되던 당시 민주세력을 탄압할 목적으로 발표된 인혁당사건도 고문 등으로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14대 대선직전에 터져 나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남한조선노동당사건에서도 사건조작의 의혹이 있었으며 15대 대선직전에는 이른바 북풍사건을 일으켰다. 김대중정부에 들어와서도 민혁당사건이나 피시통신에서 북한을 찬양했다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수사과정에서의 고문시비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안기부는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범인이 범행을 자백한 자술서까지 받아놓고도 단순한 살인사건을 여간첩 수지 김 사건으로 완전히 조작하여 정치에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김대중정부에 들어와서는 경찰이 홍콩수사당국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자 대공관련사건이라는 이유로 수사자료일체를 넘기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3) 순수정보기관으로
상상할 수 없는 각종 사건조작과 정치개입, 인권유린은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에 기인한 바 크다. 수사권을 폐지하게 되면 그 동안 국정원이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권을 근거로 정치권, 노동계, 시민단체, 문화계 등에 대해 벌여 왔던 불법사찰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다. 정보기관은 국가기밀을 다루는 기관으로 구성원, 조직, 활동내용 등 모든 것이 비밀이므로(국가정보원법 제6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감시와 통제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인권보장을 위해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필요로 하는 수사권을 비밀정보기관이 행사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1993년 말 안기부법개정에 의해 범죄수사에 관한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여전히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하였고 영장없이 불법체포, 구금하였으며 수사과정에서 고문, 협박을 자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을 해도 담당직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은 국정원 직원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비밀정보조직의 속성상 누가 조사를 했는 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문 등 불법수사의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국정원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협조를 받아 체포현장에 동행한다든지, 또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여 수사하면 되므로 대공수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정보와 수사권한을 동시에 보유해야 보안사범 수사가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입장에서 효율을 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정보기관의 직권남용과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사실 가장 효율적인 정보기관은 수사권과 정보수집권한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시, 군에까지 지부를 두고 각종 기관과 단체에 출입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였던 70년대의 중앙정보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직권남용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 독재정권의 파수꾼이 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정보기관이 얻고자 하는 정보도 대부분 국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정보기관은 국민들의 신뢰속에서 활동한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그래서 진정으로 효율적인 정보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원성의 대상이 된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약 수사권을 폐지하지 않고 국정원을 국내정보기관과 국외정보기관으로만 분리하고 국내정보기관이 보안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질러온 인권침해는 변함없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저질러진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국내정보수집과 보안수사권행사라는 두가지 권한을 축으로 하여 행해졌기 때문에 국외정보기능이 분리된다 하더라도 국정원의 직권남용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해진다. 국정원의 수사권과 관련하여 김종필씨도 "중앙정보부를 만들 때는 수사권을 혁명기간(5·16 쿠데타이후 군정기간)동안만 한시적으로 두려고 하였으나 그 뒤 손질을 못하고 그만 두게 됐다. 국정원의 수사권은 언젠가 검찰 등 일반 수사기관에 넘겨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설령 김대중정부에 들어와서 국정원의 인권침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 들었다 할지라도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공안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의해 언제든지 사건조작과 고문수사관행이 되살아 날 우려가 있으므로 수사권폐지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따라서 국정원의 개혁에 있어서 수사권폐지는 최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수사권제한과 같은 타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4)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이 없다
정보기관이 정보와 수사기능을 함께 보유할 경우 그 권한이 남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게슈타포나 동독의 슈타지 등의 예에서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FBI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가지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2차대전 후 서방연합국에 의해 정보기능과 보안수사기능이 분리되었으나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협조에 의해 국가안보를 지켜오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었다.
(5) 국정원직원에 대한 수사권 폐지
국정원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국정원법 제3조 제1항 제4호) 역시 국정원이 행사해서는 안될 것이다. 1995년 2월 지방자치단체선거를 4개월 앞두고 안기부가 전국의 지부장들에게 '지자제선거 연기검토' 지시를 내린 사건은 명백히 정치에 관여한 행위였는데도 안기부장과 차장이 옷을 벗었을 뿐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고문을 한 국정원 수사관들이 처벌받은 적도 없다. 이처럼 국정원 스스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직원들을 색출하여 수사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지금까지 그런 예도 없었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권한다툼이나 국정원의 수사방해로 수사를 하는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거나 구속한 때에는 국정원장에 통보하여야 하는데(국가정보원 직원법 제23조) 통보를 받은 국정원이 수사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권을 박탈하여야 할 것이다.
나. 국내정보업무와 국외정보업무를 별개의 기관이 담당해야
(1) 현재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와 국외정보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국내정보업무와 국외정보업무를 분리하여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국내외정보를 함께 다루다 보니 힘들고 어려운 국외정보분야는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손쉽고 직권남용의 여지가 많은 국내정보분야는 활성화되어온 것이 현실이다.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북한 체제와 경제 등 대북 정보수집은 필수적인 일이다.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전쟁속에서 해외 경제정보, 기술정보의 수집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한반도 주변국들의 패권주의와 정세변화에 대한 정보수집도 긴요한 일이다. 국내정보수집에만 열을 올린 국정원은 해외정보와 북한정보의 수집에는 소홀했다. 미국 CIA출신인 제임스 릴리 주한미대사는 '한국 정보기관은 우수한 사람들이 국내파트로 몰리기 때문에 대북정보에 취약한 편이다. 대북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국정원의 국내와 해외파트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도 국내정보업무는 FBI, 해외정보업무는 CIA가 담당하고 있으며 영국도 국내정보는 내무성산하의 MI5가, 해외정보는 외무성산하의 MI6가 맡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국내방첩보안은 내무부 산하의 국토감찰국(DST)이, 해외정보기능은 국방부산하의 대외보안총국(DGSE)이 맡고 있다. 독일도 헌법보호청(국내)과 연방해외정보국(해외), 이스라엘도 모사드(해외)와 신베스(국내)로 분리되어 있다.
이와 같이 국정원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고 국내담당 조직축소나 인원축소라는 미봉책으로 접근할 경우 언제든지 집권세력의 필요성과 국정원자체의 팽창논리, 정치권의 역학관계 등에 따라 다시 국내정보업무의 영역을 확장할 우려가 있으며 김대중정부의 국정원이 이를 입증해준 바 있다.
(2) 국내정보기능과 국외정보기능을 분리할 경우 정보기관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3가지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금의 국가정보원이 국내정보기능과 국외정보기능을 갖되 내부적으로만 업무를 구분하는 방안. 둘째, 국정원의 국내정보기능을 분리하여 기존의 정보수집활동을 해왔던 경찰에 넘기는 방안. 셋째, 별개의 독립된 정보기구를 설립하여 국정원과 경찰등의 국내정보기능을 통합하여 행사하는 방안이다. 첫째 방안은 국내정보와 국외정보를 분리하기 어렵고 국가정보원이 순수정보기관으로서 국내외정보에 관한 업무를 통합하여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해외정보업무는 근무여건이나 활동면에서 국내정보업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다. 따라서 국내외정보업무를 한 기관이 담당할 경우 우수한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국내정보업무에 몰리게 된다. 해외정보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해외업무의 활성화를 위해서 선진국의 정보기관처럼 국내와 해외정보업무로 나누어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방안은 새로운 정보기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정보업무를 맡을 경우 권한이 비대해질 뿐만 아니라 과거에 국정원의 권한남용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 사실 경찰은 국정원 못지 않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셋째 방안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국내정보기관과 해외정보기관으로 나누어 해외정보기관이 국외정보와 대북정보를 전담하게 하고 국내정보기관은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업무와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시설 및 구역에 관한 보안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해외정보업무에만 전념하는 정보기관이 생기게 되면 해외정보업무가 활성화 될 것이며 국내정보기구와 서로 견제하며 권한남용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내정보업무와 국외정보업무의 구분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혼선이 있을 지 모르나 이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고 두 정보기관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업무구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직제상으로는 국내보안청(가칭)은 총리직속으로, 해외정보처(가칭)는 대통령직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통령의 필요에 따른, 혹은 대통령의 구미에 맞는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국내정보조직은 총리산하로 옮기고 해외정보처는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다.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권한 폐지
(1) 업무 내용
국정원은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권한을 가지고 있다.(국정원법 제3조 제1항 제5호) 이 권한에 의해 국정원장은 국가정보 및 보안업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 등 기획업무를 수행하며 정보 및 보안업무의 통합기능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각 정보수사기관의 업무와 행정기관의 정보 및 보안업무를 조정한다.(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규정 제3조. 이 규정은 1981년에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내용상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여기서 "국내 보안정보"란 간첩 기타 반국가활동세력과 그 추종분자의 국가에 대한 위해행위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급되는 정보를 말한다.(위 규정 제2조 제2호) 정보수집의 대상이 간첩외에 '기타 반국가활동세력'과 그 '추종분자'라는 추상적인 문구로 되어 있다 보니 국정원법상 국내보안정보의 대상으로 열거한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보다 광범위하여 모법에 위배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추상적인 문구는 국정원의 정보수집대상을 무한정 확대하고 있으며 불법 사찰의 근거가 되고 있으므로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2) 기획권한
국정원의 기획업무는 ① 국가 기본 정보정책의 수립, ② 국가 정보의 중·장기 판단, ③ 국가 정보 목표 우선순위의 작성, ④ 국가 보안방책의 수립, ⑤ 정보예산의 편성, ⑥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본지침 수립이다.(위 규정 제4조) 그러나 위 업무는 정보기관으로서 정보업무와 직접 관련된 것이므로 국정원의 업무로 굳이 국정원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 즉 법에 국정원의 직무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정보정책의 수립이나 예산편성, 업무지침 등은 정보기관의 업무범위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3) 조정권한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권을 포함한 것은 기획권한보다는 각급 기관에 대한 조정권한을 국정원이 갖도록 하기 위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통일원과 외무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국정홍보처, 기타 정보 및 보안업무 관련기관의 업무에 대하여 조정을 하게 되어 있다.
각급 기관에 대한 조정대상이 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통일원 통일에 관한 국내외 정세의 조사·분석 및 평가, 남북대화, 이북 5도의 실정에 관한 조사·분석 및 평가, 통일교육·외무부 국외정보의 수집, 출입국자의 보안, 재외국민의 실태, 통신보안
·내무부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작성, 정보사범등의 내사·수사 및 시찰, 신원조사업무, 통신정보 및 통신보안업무·법무부 국내보안정보의 수집·작성에 관한 사항, 정보사범등에 대한 검찰정보의 처리, 공소보류된 자의 신병처리, 적성압수금품등의 처리, 정보사범등의 보도 및 교도, 출입국자의 보안, 통신보안·국방부 국외정보·국내보안정보·통신정보 및 통신보안업무, 군인 및 군무원의 신원조사업무지침, 정보사범등의 내사·수사 및 시찰·문화관광부 공연물 및 영화의 검열·조사·분석 및 평가·정보통신부 우편검열 및 정보자료의 수집, 전파감시, 기타 통신정보 및 통신보안업무·과학기술부 북한 및 공산국가의 과학기술 정보 및 자료의 수집관리와 활용·국정홍보처 신문·통신 기타 정기간행물과 방송 등 대중전달매체의 활동조사·분석 및 평가, 대공심리전, 대공민간활동
국정원은 위와 같은 조정권한을 통해 통일정책이나 문화정책, 국정홍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어 있다. 국방부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국군기무사가 기밀업무를 다루기 때문에 국정원이 국방업무에 관하여 까지 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정보사범의 수사에 있어서도 정보수사기관이 내사 수사에 착수하거나 이를 검거한 때와 관할검찰기관에 송치한 때, 정보사범 등에 대하여 검사의 처분이 있을 때, 나아가 심급별로 재판결과에 대해서도 즉시 이를 국정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규정 제 7조) 또한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주요 정보사범 등의 신병처리와 공소보류결정을 할 때에는 국정원장의 조정을 받아야 하며(위 규정 제8조, 제9조 제1항) 검사가 주요 정보사범 등에 대하여 기소 혹은 불기소 처분을 할 때에는 국정원장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위 규정 제9조 제2항) 정보사범의 수사에 관하여도 국정원이 광범위하게 개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보기관이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여 수사를 도우면 될 것이지 정보사범의 수사와 검사의 처분에 대해서 까지 조정이나 협의를 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
국가기밀의 관리는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를 통해 비밀보호와 보안조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 및 보안업무의 조정권한을 구실로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넘어 각종 정부정책에 관여할 여지를 남겨놓은 국정원의 조정권한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라. 국회의 통제강화
국회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예결산심사와 안건심사를 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정원의 예산은 항상 무수정 통과되는 등 국회를 통한 국정원의 통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예산은 크게 국정원 본예산, 기획예산처의 예비비에 숨겨진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활동경비', 각 부처 예산 중 '특수활동비로 분류된 정보예산의 상당 부분'의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예비비에 숨겨진 활동비는 예비비라는 특성 때문에 예산심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도 그 근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소관 부처 상임위에서 실효성있게 심사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부처 예산에 흩어져 있는 국정원의 예산은 모두 국정원예산으로 통합하여 국회 정보위의 심사를 받게 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들만에 의한 단기간의 비공개 심사로는 실효적인 예결산심사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신원조회를 거친 의원보좌관이나 전문위원으로 하여금 정보위원회에 참석케 하여 국정원의 예결산에 대해 철저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비공개로 하는 대신에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예, 결산심사인데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를 통한 국정원의 통제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국정원이 정보위원회에 제공한 정보가운데 국가안보에 직접 관계가 없는 정보는 정보위원들의 의결에 의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둘 필요가 있다. 국정원이 홍보를 원하는 내용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독자적으로 공개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보라는 것은 시대나 상황,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 따라 기밀성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자유민주사회에서 국가기밀의 지나친 확대와 비공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 보안업무의 축소, 정비
국정원의 보안업무과 관련하여 보안업무규정과 그 시행규칙은 불필요한 혹은 불명확한 규정들을 통해 국정원의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해 놓고 있다. 특히 신원조사의 경우 그 대상에는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외에도 공무원임용예정자, 해외여행자, 국가중요시설·장비 및 자재들의 관리자, 중앙관서의 4급 이상의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판·검사 및 국립대학교 부교수 이상 교수, 학장, 총장, 국영 및 정부관리기업체의 중역급 이상의 인원을 포함하고 있고 그 외 국정원장이 필요로 하는 자에 대해서도 신원조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규정 제31조 제2항, 시행규칙 제54조)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신원조사의 목적도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규정 제31조 제1항)하는 것으로 추상적이어서 남용의 소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조사사항(시행규칙 제56조 참조)도 배후사상, 접촉인물, 정당, 사회단체 관계, 심지어 인품과 소행까지도 들어 있는 등 그 범위가 극히 넓다. 조사대상자가 너무 많고 조사내용도 너무 광범위하여 형식적인 그리고 자의적인 신원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원조사결과 국가안전보장상 유해로운 정보가 있음이 확인된 자에 대하여는 관계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며 신원조사결과통보를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보안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므로(규정 제34조 제2항) 사실상 신원조사대상자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신원조사가 사생활의 비밀, 학문과 사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밀취급인가자와 같이 국가기밀을 다루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까지 국정원이 신원조사를 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정보기관의 월권을 막기 위해서는 신원조사의 대상과 내용 등도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4. 근본적인 국정원개혁을 촉구하며
참여정부의 국정원에 대한 개혁작업은 김영삼정부와 김대중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제도적인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권한 중 수사권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업무의 활성화와 정보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내정보와 국외정보를 구분하여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국정원이 갖고 있는 행정기관에 대한 조정권한을 폐지하여 정보기관이 국가정책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국회가 국정원의 예,결산에 대한 심의를 실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국정원의 세부규정들을 정비하여 권한남용의 근거를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대선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입을 모아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한 바 있고 국정원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국정원을 확실히 개혁하여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올바른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국정원의 제도적인 개혁에 실패하여 5년 후 다시 정보기관의 개혁을 재론하게 된다면 이는 참여정부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국정원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