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회사 일 때문인가 보다 가늠은 해 보진만...
무엇인든 먼저 이야기하는 법이 없는 남편의 성품 탓에
쉬이 물어보지도 못한답니다.
그런데... 얼마전 뉴스를 보다가
남편이 다니는 직장이 파업에 돌입한다는 이야길 접했습니다.
몇 퍼센트인가의 임금 인상요구와
또 몇 퍼센트인가의 성과급 지급...
또 주 5일제 근무...
모두 우리 남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듯 합니다.
남편과 연애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친정이 되어버린 저희 집에 처음 인사오던 그 날...
술 회사(술을 팔러)에 다니는 남편의 직업이 맘에 걸린다는
친정 부모님들의 말씀에 해맑게 웃으며
"저는 술을 팔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나눠드리러 다니는 사람"이라던 그에 당당하던 답변이
친정 부모님들이 곱게 키운 딸의 결혼을
주저없이 허락하셨던 이유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편은 당신의 직업이
당시만해도 가진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양주나
그나마 있는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가 아니라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소주를 파는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하던 사람입니다.
우리 남편은 집안 일에는 빵점이지만^^
무척이나 책임감이 강한 가장이며
훌륭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앞뒤 빼고.. 과정과는 상관없이..
짧은 시간.. 결론만을 이야기하고 말아 버리던 그 보도 내용이
못내 섭섭하고 속이 상했습니다.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이 자신만의 욕심을 위해
책임감이나 또 어떠한 사명감 없이
파업을 조장한듯한 내용은 맞지 않습니다.
우리 남편도 서민이고.. 우리 가족도 서민입니다...
어젯밤...
늦게 귀가해 잠들어 있는 아이들과
선잠에 깬 제 이마를 쓰다듬던
남편의 얼굴이 자꾸 떠오릅니다...
2004년 08월 17일 저녁 어느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