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면에 비친 박지원의 모습은
참 초라합니다. 그가 떠날 때 말했던
`화무십일홍`의 아스라한 흔적이 느껴
지기까지 합니다.
권력의 달콤함에 젖어있던 시절,
`베스트드레서`의 깔끔함을 과시하던
그의 머리엔 고뇌의 흔적인 흰 머리만
무성하군요.
셰익스피어의 잠언 하나를 인용해봅니다.
"권력은 그 자체로는 더없이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한 일을 과찬하면 그 자리는 무덤이
되고 만다. 불은 다른 불에 의해 꺼지고
못은 다른 못에게 자리를 뺏기듯이 권력은
권력에게 무너지고 힘은 힘에 의해 패한다"
한낱 꿈같은 야망은 사라지고,
짧았던 권력이 남긴 아픈 현실만이
그를 옥죄는 군요. 그에게 어쩔 수 없는
인간적 연민을 느끼는 건, 역사에 대해
안일한 나의 부족함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