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관계자 여러분께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2000년 10월에 폐암 수술을 받고 완치되었다고 지내던 중 2003년 말에 다시 재발된 경로에 있어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이진수 박사님의 진료를 받고 지금까지 지내는 암 투병환자 고춘신(58세, 여성)입니다.
가난했지만 카톨릭신자로서 부끄럼 없는 나름대로의 신앙생활로 용기를 가지고 교회봉사 활동과 특별히 상임회의 회장단으로써 사회복지분과에 의욕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던 중 이진수박사님의 9개월 째 치료 과정에서 그야말로 암 투병 이상의 인간의 괴로움이 있음을 하소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복지사업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나 감기 환자는 의료보험혜택으로 부담 없이 치료를 받는가 하면, 고가의 약값을 치루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암 투병 환자에게는 약값이 너무나 부담이 커서 치료할 수 없어 죽음을 맞아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국가가 외면한다면 의료보험 혜택이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 어떤 때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원리는 어디에 있다고 하는 것입니까? 육신이 병들어 받는 고통도 서러울진대, 약 값이 너무 부담스러워 집을 팔아야 하고 전세에서 달세로, 결국 거리의 노숙자로, 끝내 자살이라는 해결책만이 기다리는 괴로움과 설움을 국가가 모른다고 할 수 있는 현실입니까?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잘 사는 것, 못 사는 것, 자본주의, 민주주의 어느 것이나 해당되는지는 가난의 책임을 각자 개인의 능력에 씌울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연을 말하고자 함이 결코 아닙니다. "이레사" 라는 약 값 한달 비용이 한 가장의 두 세 달의 월급이라는 사실은 환자들에게 "돈 없으면 죽어라"하는 국가의 시책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감기는 의료보험이 되고 암 투병 환자에게는 약값에 보험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어떤 원리입니까?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으로 드리는 이 사연을, 죽어 가는 사람이 가족들마저 못살게 하고서 세상을 떠나야 하는 비극을 외면하시렵니까?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입장에 서서, 고통 중에 허덕이는 자 편에서 희망을 주시는 힘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세 자녀의 엄마로서 지금까지 교육에 육신을 다 쏟았고, 이제 빚진 것을 갚아나가야 할 시기에 폐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죽음과 싸우고 있는 처지에 있는 자신이 너무나 막막합니다. 도움을 주십시오. 높으시고 힘있는 분께서 우리나라에 저와 같이 투병 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이레사" 약 값에 사랑으로 베풀어주시오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편은 나이가 들 때까지 한번도 쉬어온 적이 없는 생활을 했으나 이제는 경비조차 어려운 실제의 현실입니다. 그 동안 구멍가게로 대학 교육을 마치고 나니 그 대가가 삶의 무게인지 암이라는 병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경제적인 문제가 몸이 아픈 사람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재 지금까지 저는 "이레사"로 잘 치료 되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만약 제가 죽더라도 이 글이 저와 같은 약을 복용하는 수많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런 영광을 주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행복하게 죽음을 맞을 수가 있겠습니다. 암 센터에 계시는 이진수 박사님은 육신의 병은 물론이거니와 마음의 병도 함께 치료하시며 저의 경제적인 사정을 같이 마음 아파하시는 존경하는 훌륭한 박사님이십니다.
여러분!
제발 이 부족한 글을 모른 채 마시옵고 불쌍한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저는 카톨릭 신자로서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내 스스로 판단하는 행위인 '자살'은 결코 하지 못합니다. 신앙의 차원에서 내 영혼 구원에 용납될 수 없다는 믿음과 신앙이 있기에 제가 자살할 수 없는 현실을 보아주십시오. 한달 약값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육신이 아픈 고통보다 어쩌면 훨씬 더 한 것입니다. 온 가족에게 괴로움을 주면서 자신이 구차하게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이 제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직은 더 살아있어야 합니다. 약값이 없어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자식이 아플 때 부모가 보살피듯이 가정공동체가 병들었을 때에는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국가가 있어, 개인이 건강하고 희망을 가질 때 나라도 튼튼해진다는 원리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공대를 졸업해도 직장이 없고 이 더위에 노동을 하며 엄마의 약값을 걱정하는 아들의 몸부림이 더욱 더 아픈 가슴의 상처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있건 없건 4년 동안 어렵게 대학 졸업을 하고서도 막노동을 하는 젊은 청년들의 현실을 국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까? 약값은 완전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며 약자에게 강자는 희망을 주는 우리의 삶이 있어야겠기에 무지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병들은 엄마가 눈물로 호소합니다. 인간이 세상 마지막 날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흐려짐으로써 자연적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치를 저는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코 죽음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몸이 병든 자가 치유 받고자 함은 신앙의 차원에서도 인간이 마땅히 모른 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이 주신 생명을 내 스스로 끊지 못함을.., 그 이유를 혹 생각해보신다면...
사람은 누구나 병들고 또한 죽습니다. 그러나 능력이 없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죽어라 하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함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1인 대모(시위)를 하더라도 죽음을 각오하고 이 글을 올립니다. 희망의 빛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아름다운 결과를 기다립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에 슬퍼하는 저에게 수정성당 사회복지 후원회 회원이며 누룽지 회원 친구들이 돈을 모아 약 값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사랑을, 나의 자존심마저 사라진 서러움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고통을 함께 하는 누룽지 친구들!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와 용기를 내어 하느님이 주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여 고마운 친구에게 보답하는 삶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부디 국가 기관에 도움을 하소연하는 마음 받아주시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어 가난하고 병든 약한 자에게 희망과 용기로 사회공동체 한사람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되찾게 하여 주십시오. 내가 믿는 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비옵니다.
"이레사"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수많은 암 투병환자들을 대표하여 이 글을 올립니다.
2004년 7월 30일
고 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