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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식물인간...



저는 1부 상장된 중견기업에서 연봉 2천 4백 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고 근무하는 정규직 회사원 입니다.



과거 1996년 초 군 전역 후 1년여를 직업을 찾기 위해 막노동부터 시작해서 97년 초 당시 국내 코스닥 벤처 1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잘 나가던(?) 반도체 회사에 취업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벤처 열풍이 걷히며 이듬해 여름 부도가 났고, 저는 명예퇴직 후 고향으로 귀향하게 됐습니다.



노모를 모시고 있는 저에게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기 위해 자동차 세일즈, 건설현장에서 막노동, 용접보조원 등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면서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 했지만 꾀 오랜 기간 동안 방황하게 됐고, 실직이 길어지니 당연 빚도 늘어 났습니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 실업자를 대상으로 장기 저리의 대출을 시행하여 그나마 빚으로 생활을 꾸려 나갔고, 이듬해인 99년 여름 지방의 상호신용금고(현재의 상호저축은행)에 잠시 몸을 담았다가 그 해 연말 현재의 회사에 취업 하여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빚을 상환하며 조금씩 생활이 정상화가 되가니 여기 저기서 손을 벌리기 시작 했고, 친구에게 빌려준 신용카드가 문제가 됐습니다. 어렵다고 사정해서 빌려준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결제를 하지 못해 제가 현금서비스로 대환을 하게 됐고, 그런 식으로 계속 결제를 하다 보니 빚은 줄지 않고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빌려 주었던 매형의 사업자금과 같이 근무하던 직원의 빚 보증이 잘못되어 제가 모두 떠 안게 됐습니다. 그 후 은행 대출이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이른바 돌려 막기로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줄어 들던 부채는 연 2천 만원 가량 되는 이자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1억원에 가까워 졌습니다. 이자만 제 연봉과 맞먹는 액수 입니다. 먹고 사는 것은 고사하고 원금은 갚을 상황도 안되고 이자 납부하기도 빠듯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여기 저기서 융통해 일단 결제일을 넘기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연체된 지 1주일이 넘었습니다.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어 자살도 생각 했습니다만, 그보다 죽을 각오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는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신용회복지원센터에 제 상황을 말씀 드리면 신용불량자가 되면 큰 고통이 따르니 채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합니다. 제가 채무를 성실히 이행할 능력이 되면 무엇 때문에 그곳의 문을 두드리겠습니까? 다시 말해 신용이 정상인 저는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을 이용 할 수 없고, 나중에 신용불량자가 되면 그때 가서 도움을 주겠다는 식이니 이걸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쪽에서는 신용 회복을 위해서 지원하고, 한쪽에서는 지속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정부에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신용불량자로 진입하기 전 잠재적 신용불량자 등급의 채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하루 빨리 시행 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 들이 대부분 신용불량자 들을 위한 것이고 저처럼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채무자들을 위한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은 개별 금융기관과의 협상 뿐인데, 저 같은 다중 채무자는 그 또한 매우 힘든 것이며 설사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고율의 금리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들어가기 전에 시간만 끄는 것일 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9월부터「개인채무자회생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있다 보면 어차피 저는 신용불량자 대열에 들어 서거나, 성격 급한 채권기관들에 의해서 급여가 압류되어 회사에서 쫓겨 나거나 하게 될 겁니다.



이에 원천적으로 신용불량자와 실업자를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신규 신용불량자의 진입을 최대한 줄이는 것뿐이라 생각 합니다. 늘어나는 신규 신용불량자의 유입을 줄여 각종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과 함께 그 숫자를 진정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신용불량자가 400만명, 잠재적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 한다고 합니다. 20대에서 40십대의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 아닙니까? 다시 말해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할 절반의 인구가 경제적 식물인간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내수가 어떻게 살아 날 것이며, 실업률이 줄어들 수 있겠습니까? 또한 저조한 출산율, 급증하는 이혼율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재경부 이헌재 부총리께서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나아 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땐 이제부터 시작 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온 잠재적 신용불량자에 속한 그룹은 나름대로 신용 관리를 해온 사람들로서 이 등급에 속한 분들이 신용 불량자로 내몰리는 것은 한계 상황에 봉착 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돌려 막기라는 절망적인 게임으로 버티다 결국에 그 조차도 하지 못하고 한꺼번에 폭발하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해서 처음부터 접근해야 합니다. 원천적으로 신용불량자의 유입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잠재적 신용불량자를 위한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을 하루 빨리 시행 함과 동시에 다중 채무자를 위한 주채무 금융기관으로 채무통합 및 상환기간 연장 등 지속적으로 신용불량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야만 더 이상의 신용불량자 양산 및 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고사 위기에 있는 내수도 살아날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개인 자산 관리를 잘 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테지만, 현재의 신용불량자 문제는 정부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 IMF 환란 후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발행 및 사용을 권장하여 이삼백 만원이던 한도가 일천만원 이상으로 늘어 과소비를 조장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부실기업 채권으로 망해가던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160조원 중 43%에 달하는 69조원이 회수가 곤란하다는데 책임지는 이는 없어 보입니다. 저는 제게 공적 자금을 쏟아 부어 주라는 것도 아니고 빚을 탕감해 주라는 것도 아닙니다. 본인이 진 빚을 본인이 갚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하루 빨리 주변환경을 만들어 구제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더 이상의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