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내리는 아침... 옹색하기 짝이 없는 컨테이너 급식소. 하나 둘 씩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듭니다. 전 같았으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넓직한 식당이었는데 컨테이너는 좁습니다. 그래서 비내리는 밖에서 우산을 쓰고 순서를 기다립니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누구하나 불평이 없습니다. 하나같이 다친데 없느냐 며 걱정을 해주십니다.
한 할머니는 몹씨 흥분하십니다. "내가 배고파 밥 먹으러 가는데 왜 길을 막는겨 !" 일요일 아침 급식소를 부순 젊은이들이 급식소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서서 가도 밥이 없으니 가지말라며 못가게 길을 막더라는 겁니다. 어제도 길을 막아서더니 오늘도 또 길을 막아섰답니다.
"저눔들을 왜 그냥 놔 두는겨! " "법이 있는겨 없는겨!" 배식을 하던 젊은 이가 튀어 나갑니다. 격앙된 그의 눈은 핏발이 서있었습니다. 주방으로 간 그는 주방의 부엌칼을 들고 나옵니다. 모두들 앞을 막아섭니다. "그눔들이 이걸 노리고 있는거야! " "바보 짓 하지마!" 여럿에게 제지당한 그는 어느새 핏발선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여럿이 달려간 길목에 그들은 없었습니다. 모두들 우산도 쓰지 않은채 그날처럼 비를 흠뻑 맞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흥분을 최대한 억제하는 이유는 큰 피해를 입고 이성을 잃은채 반격하여 큰 사고라도 일어나면 이 무법천지를 응징할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두꺼비는 말로만 듣던 무법천지의 현장에서 이를 악물고 법을 지키려는 그들의 감내하는 고통을 두눈으로 똑똑이 보았습니다.
식사후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비를 맞고 서서 무언가를 한참동안 상의하는 모습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에게 무언가를 내미셨습니다. 이렇게 쓰면 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쓰신 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이 사람들아 정신차려!" "또 습격온다고 소문이 파다해 !" "또 급식소를 부숴 버린대잖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제 자신들의 밥 걱정이 아니셨습니다. 자식같이 착하기만한 이들이 걱정되시기 시작한겁니다.
한참 후...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세차게 내리는 비를 온몸에 맞으며 걸으면서도 손에는 우산이 펴지지 않은 채 였습니다. 엄습해오는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온몸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사무실까지 100킬로의 무서운 속도로 달리며 핸펀의 누름을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