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줘어~~
-두꺼비-
“밥 줘어~~~”
흠뻑 비를 맞고 퉁명스런 표정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노인급식소 앞에서
한손에 수저를 든 채 한 할머니가 소리치고 있다.
벌써 2년째 노인급식소에서 아침점심을
해결해온 8순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생명줄인
급식소가 갑자기 무너져 없어진 것이다.
아침을 굶고,
점심때 다시 무너진 급식소 앞에 와
밥을 달라 외치고 있는 할머니...
매일아침 며느리처럼
노인들의 배식을 해오던
김원심 아주머니는 컵라면을
들고와 달랜다...
“할머니.. 오늘은 컵라면 먹고
이틀만 기다리세요.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미안해요. 할머니...“
뜨거운 물이 면발에 젖기도 전에
허겁지겁 젓가락으로 휘젓고 있는 할머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나쁜 놈들...”
김원심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친다...
일요일 새벽.
느닷없이 들이닥친
100여명의 잘 훈련된 젊은이들은
일사불란하게 회관을 둘러싸고
노인급식소에서 아주머니 두명을 끌어내고
대형 굴삭기 두 대를 동원해
주민자치회관을 분해하듯 부숴버렸고,
노인 급식소 주방과 식당기물전부도
휩쓸어 버렸다.
무참히 찌그러진 밥솥,
냄비, 식판, 반찬통, 김치, 수저....
그속에 울부짓는 아주머니들...
이 광경은
공권력에 의해 재개발지역의 농성자들을
끌어내는 현장이 아니고
구룡마을 일부집단들이
마을주민 800여세대를 대표하는
주민자치회를 습격한 사건의 현장이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이들은 불과 20분만에 회관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하루종일 내리는 굵은 빗줄기는
800여세대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집어삼키고...
KBS의 뉴스 앵커는 처참한 현장을 말한다.
“서울강남의 한 비닐하우스촌 주민회관이
폐허로 변했습니다. 중장비가 그대로
멈춰 서있고 부서진 벽과 집기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지난99년에 세워진 뒤 양로원과 급식소로
사용되어 왔던 곳입니다“
SBS의 앵커는 물딱지 현장을 고발한다.
“구룡마을자치회원증을 만들어 개발이 되면
아파트 한 채씩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이고
5000만원씩을 받고 물딱지를 팔고 있는 현장을
고발합니다“ 화면에선 딱지를 팔려던
사기꾼이 뛰어 도망가고,
인터뷰하던 기자는 이를 추적하는 숨가쁜
장면이 리얼하게 돌아간다....
구룡마을 입구 현수막.
“일부주민과 부동산업자들이 개발을 빙자한
물딱지를 매매함으로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절대로 이들의 농간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SBS TV 세븐데이즈 방영)“
결정적으로 이 현수막은
마을회관 습격사건의 빌미가 되었다.
물딱지를 팔아먹던 무리들이
딱지매매를 감시하고 불법거래임을 홍보하던
주민자치회 회관을 습격한 것 이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비공식 통계로
딱지당 5000만원에서 8000만원씩
약 400여장의 물딱지가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그 금액만도 무려 200억원이 된다.
충분한 자금력을 비축한 이들 앞에
회관하나 없애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였을 것이다.
불쌍한 사람들...
주민자치회 주민들은 탄식을 한다.
딱지라는 것이
저들이 회원 몇십명으로 구성된
구룡마을자치회란 생소한 이름의 회원증.
이 회원증이 5000만원 8000만원씩이라니...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정말로 바닥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사람들...
건설현장의 막노동자.
파출부,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
거리의 박스나 파지를 채집하는 사람.
보일러 수도공사 보조.
주차장 관리원, 병원쓰레기 수거자.
등등...
이들에게 딱지 이야기는
먼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가족끼리 모여살 수 있는
이 판자집 만으로도 만족한 삶이란다.
가당치도 않은 딱지가 만연하면
판잣집에서 쫓겨 날까봐
전전 긍긍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시선을 보내야 하나...
수저를 들고 “밥달라” 외치고 서있는
저 할머니에게 지금 한끼의 식사가
제일 절실한 이 부서진 현장이 슬프다.
이 할머니에게
식판과 수저를 빼앗아 간
딱지꾼들은
한자리 술값이 몇백만원씩 하는
호사로움으로 취해있을 이 현실이
슬픈 것이다.
이 세상 정말 불공평하다...
2004년7월6일
눈물의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