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가 경제불황 여파로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 데도 야외 오페라는 갈수록 호황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몇달전 열린 장이모우 감독의'투란도트'흥행에
고무된 공연 기획사들은 '아이다' '카르멘'같은
대작들을 내년 상암경기장에서 열 준비에 부산하다.
월드컵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서울 상암경기장은
오페라 전쟁터로 그 이름을 바꿔야할지도 모르겠다.
야외오페라에 이렇게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쇼'와 '이벤트'로 볼거리를 화려하게 제공하는
무대에 대한 편식 때문일까, 아니면 갑자기
뜨거워진 오페라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
극장 오페라가 죽을 쑤고 있는 요즘 상황에
비춰볼 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국내 운동장 오페라 입장료
라는 것이 야외오페라의 본산지인 베로나
아레나 경기장의 입장료보다 비싸면 비싸지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막대한 제작비로 파이를 키운다음 고가의 입장
료를 매기는 것은, 오페라 대중화와는 한참
동떨어진 관행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야외 오페라를 보는 국내 관객들 상당수가 제 돈
내고 보낸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입장료를 대량구매하여 일반에 배포하는
명품 마케팅의 유행하면서 야외 오페라는
그 마케팅 전략에 가장 잘 맞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업들의 전략이 달라질
경우, 일시적으로 부는 야외 오페라 바람이
일순간에 사그러들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렇다고 야외 오페라의 품질에 대한 무조건적
편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문화 한탕주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클래식 문화의 대중화라는 기조와는 걸맞지
않는 흐름이란 걸, 다만 우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