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참 무색한 시절이다.
노정권 출범 반년만에 참여정부는 '모두가 참여하는
불참정부'가 되고 말았다. 여론 조사의 수치 이상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짙어졌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할 개혁의 대의는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 전반엔 집단적 테러리즘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
가고, 북핵 문제로 한반도의 운명을 한치 앞을 보기
힘들 만큼 아득한 수렁에 빠지고 있다. 모두들 비판
과 충고를 하기에 바쁜 나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
부도 정치인도 뼈아픈 반성 보다는 그 얄팍한 권력의
안온함에 젖어 자기방어를 하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양길승 향응 파문'을 수습하는 청와대의 태도만 봐
도 그렇다. 왜 원칙과 철학을 저버리는가. 이전에
그가 아무리 청렴결백했더라도, 참여정부의 일등공
신이었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직자의
신분을 잠시라도 저버렸다면 엄중하고 날카로운 처
벌이 필요한 것이다.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삼았던 참여정부가 아니었던가.
그 도덕성에 큰 상처를 가한 행동이었다면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 소양인 것을. '기본'이 살아있
지 않고서는 개혁도, 참여도, 반부패도 한낱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슴을 열고 인정해야 한다.
이미 '불참'의 대열에 들어선 국민들과 더이상 거리
를 두지 말라.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 세상 돌아가
는 꼴이 하도 답답해 잠시 등을 돌렸지만, 여전히
참여정부, 그대들에게 기대하는 몫이 작지 않다는
걸 겸허한 마음으로 되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