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 1인 시위
전국중증장애인독립생활대책협의회장 최창현
일시: 2004년 6월 30일 PM 12:00
장소 :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연락처 : 이경자 016-533-0094
김효진 019-9101-6421
언론을 통하여 김선일씨의 죽음을 접했습니다. 한 개인의, 죽음 앞에서의 처절한 절규를 보며 국가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여 김선일씨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선일씨는 1인 시위 스스로 걸어서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본인은, 한 나라 국민의 목숨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에 뼈에 사무치는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며,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국가를 규탄하고 파병 철회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하였습니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곧 대한민국 자주권의 죽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아 마땅한 나약하고 선량한 국민인 김선일씨를 살리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그 많은 시간동안 피랍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희생 앞에서 정부는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는 것입니까?
당장 파병 철회하십시오!!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미국의 꼭뚜각시에 지나지 않는 행동만 하는 것을 그 동안 죽 지켜보아 와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참여정부의 출범에 이어 탄핵소추기각이라는 중대한 사태를 맞았을 때 대통령을 믿고 따라 준 이들이 누구였습니까? 국민이지 않습니까?
국민의 힘을 얻어 이 땅에 다시 우뚝 선 노무현 대통령만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똑똑히 확인하였습니다. 선량한 국민의 생명이 담보 잡힌 마당에 미국의 눈치만 보며 뒤꽁무니만 살살 빼는 정부를 보니, 이 땅을 떠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이러한 꼭두각시 국가를 믿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을 당해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할 따름입니다.
본인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일개 중증장애인으로서 혼자서는 물 한모금도, 밥 한 숟가락도 먹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명분 없는 이번 파병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파병 철회하십시오!! 당장 파병 철회하십시오!! 뜻있는 여론으로 탄핵반대를 이끌어낸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마십시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국가입니까? 국민을 위한 국가입니까 아니면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가입니까?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마십시오. 김선일씨는 곧 우리들 자신입니다. 명분없는 이라크 파병, 철회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