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버린 사람들
오! 필승 코리아!
다이나믹 코리아!
대 한 민 국...의 아름다운 청년 김 선 일...
그러나 조국은 그를 버렸다
살육의 땅, 황량한 사막에
제국주의가 차린 욕망의 제단 앞에
선량한 국민 김 선 일을
조국은...
한 마리 짐승처럼 제물로 팽개쳤다
아! 그러나
이 땅에 울부짖는 영혼이 어디 그 뿐이랴!
일제의 만행에 맞서 싸우다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민초들...
귀무덤으로도 돌아오지도 못한 그 한 많은 영령들...
위안부로 끌려가 목숨같이 아끼던 순결을
악마들의 정액받이로 유린당한 채 지고 만 원통한 꽃 꽃 꽃들...
광산으로... 공장으로... 전장으로... 끌려 가
고문으로... 총으로... 칼로... 죽창으로 죽어 간 끝없는 절규들....
벌판 가득... 강물 가득... 강토를 적시고 흘러 넘쳐...
태평양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고도 남을 피... 피... 그 억울한 선지피들...
그들을 조국은 아직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미친 시대의 이념 앞에
제국주의자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동족의 총질에
비목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다만 행불로 처리된 숱한 원혼들...
실미도에서... 북한산에서... 이 하늘 밑 어느 틈바구니에서
살인병기로 길들여져 산산이 흩어진
군번도 없이 유령으로 떠도는 파리만도 못했던 목숨들...
몇 푼 달러 벌이에 내몰려 고엽제를 뒤집어쓰고
아직도 고통에 시름하는 이 땅의 참혹한 절규들...
조국의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감옥에서... 도심에서... 지하실에서...
벌판에서... 피 토하며 쓰러져 간 피지 못한 꿈들...
성장의 소용돌이 속에 평생을 뼈가 부서지게 일을 했건만
가난을 저주하며 죽어가야 했던 불쌍한 사람들...
그들도 조국은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아! 이 나라를 위해 쓰러진 목숨들은 왜 모두 그렇게
일회용 컵만도 못한 것이었던가
그들은 무엇을 사랑했고 누구를 사랑했고
무엇을 위해 쓰여졌고... 누구를 위해 싸웠고
끝내 쓰러져 그것으로 개만도 못한 목숨이 되었던가
그들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조국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건만
아무런 메아리도 듣지 못한 채
흔적도 없이 들판에... 야산에... 물속에... 역사 밖으로
오히려 금기가 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고 말았던가
이 땅의 망령이여
이 땅의 선량한 사람들과, 꿈과 양심과 역사를
유린한 미친 망령이여
그들이 그렇게 사랑하던 이 땅에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떠도는 원혼들이 보이는가
아직도 시뻘건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원통함을 아는가
조국을 사랑했고
테러와 제국주의를 증오했고
세계인의 가슴 속에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건만
목놓아 불렀던 조국이 끝내 외면한
아름다운 청년 김 선 일...
님이여!
원통한 님이여!
이제 님께서 이 죄 많은 조국의 업,
다 지고 가소서
피 흘리며 가야 할 저승길이지만 그 마음 다 삭이고
용서하며 기도하며 가소서
그러나 이제 님은
비정한 조국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할 이 나라의 혼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인을
테러와 제국주의와 침략과 탐욕으로부터
모든 소중한 가치를 지켜 줄 수호신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이 땅에
다시는 님 같은 주검이 없기를...
조국의 이름으로 이 나라의 국민이 버려지는 일이 없기를...
조국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범죄가 없기를...
인류가 테러와 전쟁과 제국주의와 모든 악을 물리치기를...
님이여 지켜 주소서
대 한 민 국의 아름다운 청년
김 선 일...
님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아름다울 것입니다
님이여 편히 잠드소서
편히 잠드소서
2004. 6월 25일
김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