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을 만나 대선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조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오늘(10일) 페이스북에서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윤 전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에서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면서 "저에게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나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다음 날인 지난 5일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과 차담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과 지난 6일 등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탄핵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인사이자, 대권 주자 후보군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경선을 앞두고 보수층 표심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주목되는 것은 면담자들이 전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덕담 차원을 넘어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지사에게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검찰 시절 측근이었으나 정계 입문 이후 사이가 멀어진 한동훈 전 대표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는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 의원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고 지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입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된 직후 한남동 관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당내에서는 대권 주자들과 윤 전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맞붙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핵 찬성파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파면당하고 내란 수괴 혐의로 수사받는 사람의 메시지가 무엇이 중요한가"라며 "자꾸 이분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중도층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도 떠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메시지가 밖으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당에 부담만 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