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사돈 살인 사건의 진실은?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영월 군등치 청테이프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05년 4월, 영월의 한 시골마을 군등치에서 70대 여성 김 씨가 살해되었다. 시신의 코와 입, 손과 발은 청테이프가 붙어있었고 이불이 겹겹이 쌓여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살던 김 씨. 원한이나 금전 문제도 없던 그를 살해한 이가 누구인지 미궁에 빠진 그때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전날 밤, 김 씨의 사돈인 박 씨가 피해자의 집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집 주변에서 박 씨의 통신 기록이 포착된 것. 김 씨의 집에 방문한 사실을 숨겼던 박 씨는 경찰이 통신 기록을 공개하자 방문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경찰은 하필 살인이 벌어진 그날 10여 년 만에 연락도 없이 사돈의 집을 찾았다가 우연히 살인을 목격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했고 이에 박 씨를 의심했다.
계속된 수사에서 박 씨는 딸을 힘들게 하는 김 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특히 경찰은 박 씨가 사건 당일 신었던 신발을 태워버린 점, 그리고 자신의 방문 사실을 숨긴 점, 또한 경찰이 언급한 적 없는 범인만 알 법한 일들을 언급해 그가 범인이라 확신했다.
결국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 씨는 10년형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후 박 씨는 자백을 번복했고 박 씨의 사위인 피해자인 큰아들이 장모 편을 들며 박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5번의 재판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박 씨. 대법원은 정황보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것을 근거로 삼아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수사 관계자들은 김 씨의 큰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통상적으로 어머니의 사망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부터 할 텐데 장의사를 대동하고 현장에 대동했던 행동부터 자연스럽지가 않다는 것.
이에 김 씨의 큰아들은 김 씨의 이웃으로부터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만 듣고 살인 사건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기에 장의사와 함께 왔다고 주장했다.
경찰들의 의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소 김 씨에게 자주 연락을 하지도 않던 박 씨의 딸인 김 씨의 며느리가 사건 다음 날 김 씨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안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집집마다 전화를 걸었던 것을 의아해한 이웃들도 큰아들 부부를 의심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며느리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은 박 씨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다. 사건 당일 남편과 다툰 뒤 아들이 있는 평창으로 향했던 박 씨. 박 씨는 평창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영월로 향했고 여기에서 차를 놓치는 바람에 하루 신세를 지기 위해 김 씨의 집에 가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 씨의 집에 도착해 소변이 너무 마려워 밖에서 볼일을 먼저 본 박 씨. 이후 박 씨가 김 씨의 집에 들어가자 이미 김 씨가 사망해 있었고, 시신을 발견한 박 씨는 혹시라도 자신이 의심을 받을까 봐 두려워 급히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 김 씨가 걱정되어 딸에게 전화를 걸어 꿈 핑계를 대며 안부 확인을 재촉했고, 그렇게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것.
박 씨는 신발을 태운 이유에 대해서도 족적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혐의를 뒤집어쓸까 봐 태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바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까 봐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관계자들은 그가 말하는 우연의 우연히 이 사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가 발견된 현장에서 전화기가 발견되었는데 선이 잘려있었다는 것. 이는 계획적 범죄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 검증에서 박 씨가 보여준 구체적인 행동들도 그의 진술에 신빙성을 높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씨는 현장 검증 당시 경찰의 재촉에 못 이겨 목격한 것을 비슷하게 흉내 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박 씨가 범인이라면 제압하는 과정에서 하다 못해 지문, 머리카락, 옷 섬유라도 떨어뜨릴 듯한데 하나도 발견이 안 됐다"라며 의아해했다.
청테이프에서 붙은 머리카락에서 나온 DNA도 박 씨와 일치하는 것은 없고 제3자의 DNA와 피해자의 것만 나왔던 것. 여기에 대법원은 박 씨의 진술에서 가위로 잘랐다는 전화선 단면과 현장에서 발견된 전화선 단면의 모양이 다르다며 자백의 신빙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문가는 박 씨의 진술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 발목과 손부터 테이프를 둘렀다고 진술한 것을 지적하며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몸에 남은 흔적과 박 씨의 진술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목했다.
또 박 씨가 범인이라면 김 씨의 안부 확인을 재촉했을까 하는 부분도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경찰은 시간의 문제로 제3자의 범행이 불가능했다고 판단해 박 씨를 더욱 의심했다. 사건 당일 오후 7시 15분까지 딸과 통화를 했던 김 씨. 그리고 박 씨는 오후 8시 무렵 김 씨의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45분 정도의 시간 안에 살해당했어야 하는데 제3자의 범행일 경우 이것이 가능하냐는 것.
그런데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김 씨의 집에 박 씨가 도착한 시간이 가설에 의한 추정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직접 실험을 해서 박 씨가 김 씨의 집에 도착했을 시간을 추정했고, 그 결과 대략 오후 8시 20분 정도에 도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약 1시간 5분의 시간이 존재하는 것.
이에 전문가는 "오히려 박 씨가 범인이 거의 아니라고 봐야 한다. 제3자가 들어와서 범행하고 나갔을 시간대가 한 시간 훨씬 넘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청테이프를 감는 것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의 범행 수법인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 씨의 몸에서 반항흔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누군가에 의해 강한 위협적 상황에서 반항하지 못하는 상태로 묶였을 것이다. 흉기로 위협당했거나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시신에서 뚜렷한 살해 의도를 가진 공격의 흔적 보이지 않는다며 "금품을 노린 강도의 의도치 않은 사망 사건 이런 가능성이 가장 먼저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사라진 금품이 없어 강도 사건일 확률을 낮게 보았던 것. 이에 전문가는 "금품을 목적으로 들어온 범죄지만 어떤 형태로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금품마저도 가져가지 못하고 도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때 제작진은 박 씨가 사건 당일 김 씨의 집 앞에서 하얀 자가용 1대를 보았다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이 차량은 박 씨가 현장을 떠날 때는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 또한 이 차량이 주차되어 있던 장소가 평소 차량이 주차하지 않는 장소라는 이웃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3자의 침입과 범행이 있었던 것 아닌가 추측했다.
그러나 당시 박 씨만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확신했던 경찰들은 강도 살인에 대한 내용은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 또한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 현장에 있던 청테이프 등의 증거도 남아 있지 않고 사건 기록만 남아 DNA 재검사 등 정밀한 검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경찰은 억울한 상황에서 구속이 되면 민원을 넣거나 항의를 할 텐데 박 씨가 전혀 항의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박 씨는 자신 때문에 고생을 하는 가족들을 걱정했고, 특히 재수사를 할 경우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재수사를 포기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하루빨리 재수사를 통해 진범이 밝혀지고 이에 가족들이 완전한 의심을 벗길 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