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무선호출기 폭발 부상자를 구급차에 실어 나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발생한 무선호출기 폭발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전투원 상당수가 죽거나 다치고 통신 체계까지 '먹통'이 되면서 조직 운영 능력에 치명타를 입게 됐습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지만, 전투원뿐 아니라 헤즈볼라와 협력한 관계자 및 그 가족들의 일상까지 뒤흔든 공격에 전투력과 사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당장 보복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9명이 죽고 2천750명이 다쳤습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려왔습니다.
NYT는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사전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제어 스위치를 설치해 터뜨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각 폭발의 규모는 작았지만 호출기가 신체 가까이에서 터지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얼굴과 손, 다리 등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근처에 있던 가족 등도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들은 미사일이 오가는 국경 전투 지역이 아니라 집과 슈퍼마켓, 길거리, 차, 이발소까지 일상적인 장소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지역 안보 전문가인 아메르 알사바일레 교수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투원뿐 아니라 헤즈볼라와 연관이 있는 모든 이들을 일상에서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헤즈볼라에 심리적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습니다.
그는 "이건 헤즈볼라의 모든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으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이날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폭발로 다수 헤즈볼라 조직원이 죽거나 다쳐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전투 인원이 줄었을 뿐 아니라 조직 전반의 사기도 저하된 모습입니다.
한 헤즈볼라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번 사건이 최근 1년여간 이스라엘과 충돌해 온 헤즈볼라에 발생한 "가장 큰 보안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BBC는 헤즈볼라에 공포와 혼란을 심기에 이보다 더 계산된 공격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인력과 통신,사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분석가 니콜라스 블랜포드는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를 노린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면서 이번 공격으로 망가진 통신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은 조직원들 간의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고 BBC에 말했습니다.
(사진=AFP,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