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자, 이들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관광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규정상 중국인은 90일 넘게 국내에 머물고,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해야만 차를 몰 수 있습니다. 업계 주장대로 운전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을지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따져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올 들어 7월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3만 명,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3명이 중국인입니다.
제주에서만이라도 중국인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 운전을 허락하는 건 흉기를 지급하는 것'이다, '살인 면허를 내주자는 거냐?' 등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주도민 : 중국인들이 관광 와서 운전을 다들 한다고 하면 사실 불안해서 잘 못 다닐 것 같아요. 굳이 그렇게 특혜까지 줄 필요가 있나….]
그래서 중국의 교통사고 통계부터 확인해 봤습니다.
교통사고 발생률은 1만 대당 9.7건, 우리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률은 10만 명당 17.4명으로 우리보다 2.5배 정도 높습니다.
교통 환경 자체가 다른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중국인 운전자의 법규 위반을 확인해 봤는데, 운전자 1명당 0.38건, 국내 운전자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인 관광객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해도 될까요?
국내 도로 교통 전문가 3명에게 물었는데, 모두 부정적이었습니다.
[박용훈/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 우리와 상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에는 대개 하위 차로에서 유턴이나 좌회전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건 매우 중대하죠.]
이런 이유로 국가 간 교통 법규나 신호 체계가 호환 가능한지를 서로 검증한 다음 협약을 맺고 운전면허를 상호 인정하고 있는데, 중국은 우리와 관련 협약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협약 없이 운전면허를 인정해 준 전례도 없었습니다.
[유정훈/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중앙정부 차원에서 운전 시스템에 대한 상호 체크 없이 관광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이렇게 열어줬을 때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제주도 측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관광업계의 요구만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김한길·조수인·이재준, 작가 : 김효진, 인턴 : 배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