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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매일 직접 주사 놓는 행복이네…"막막해요"

<앵커>

수입에 비해 낼 병원비가 너무 많으면 한 가족의 삶까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병원비를 재난적 의료비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4.6%에 달하는 가구가 이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받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재난적 의료비의 실태와 대안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오늘(11일)은 그 첫 순서로 태어난 지 17개월 된 행복이네의 이야기를 먼저 보겠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행복이의 왼팔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낸 후 주사기를 집어 드는 모습이 서툽니다.

[엄마가 미안해]

비의료인인 행복이 엄마는 간호사에게 주사 놓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17개월인 행복이는 태어난 이후 원인 불명의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행복이 어머니 : 아이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일어나지를 못하는 거예요. 앉아 가지고 울기만 하는 거예요.]

수많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전자 이상으로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 발열이 반복되는 희소병입니다.

[김성헌/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평생 약을 써야 된다는 굉장히 큰 병입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애들이 예후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자기의 정상적인 수명을 다 누릴 수 없구요.]

다행히 입원 치료 끝에 또래 아이들처럼 잘 걸을 수 있게 돼 이제 퇴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원 후가 더 문제입니다.

매일 집에서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이 어머니 : 며칠 안 맞췄는데도 이렇게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데 이걸 내가 아이에게 매일매일 주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너무 막막하거든요.]

[김성헌/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통증도 좀 심하고. 주사 보관도 또 냉장 보관을 해야 되고, 차광을 해야 되고, 그래서 얘들이 어디 여행도 가지도 못합니다.]

한 달에 60만 원이 넘는 주사비와 병원비도 버겁습니다.

월 소득의 20%가 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본인 부담 의료비가 80만 원을 넘을 경우, 또 소득이 낮은 가족에는 의료비가 연 소득의 10%를 초과해도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보공단 조사에서는 기준보다 낮은 경우에도 병원비 부담으로 무너지는 가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이상민, CG : 홍성용·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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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재난적 병원비 지원, 가장 좋은 방법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의료 상황은 개별적인 것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다른 나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겠습니다. 행복이도 지금 매일 주사를 맞고 있죠. 그런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의 표준 주사 치료제는 2달에 한 번 맞는 겁니다. 이 주사제가 우리나라에는 2015년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 1년 약값 1억 5천700만 원이 모두 환자 부담입니다. 그런데 스위스, 영국은 2009년부터, 일본은 2011년부터 보험을 적용했고 현재 36개 국가에서 보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주사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본인 부담, 매일 맞아야 하는 다른 대체 주사는 보험 적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Q. 우리나라 '비용 대비 효과성' 우선?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우리나라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입니다. 행복이가 매일 맞는 주사는 1년 약값 원가가 8천3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두 달에 한 번 맞는 주사는 원가가 1억 5천700만 원. 약값이 싼 매일 맞는 주사에만 희귀질환산정특례 등 국가 지원이 적용돼 600만 원 정도만 환자가 부담하면 됩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치료제 대신 다른 치료제가 국가 지원을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Q. 환자의 실질적인 도움에 가치 두어야?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건강보험 재정만 고려하면 같은 효과일 때는 무조건 싼 약을 쓰는 게 좋겠죠. 하지만 행복이 사례처럼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보험 적용 여부를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희귀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처럼 비용 대비 효과성만 획일적으로 따져서는 정책 목표 달성하기 어려울 겁니다. 오는 9월 15일에 이 주사제의 보험 적용 여부 다시 논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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