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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연 7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너무 빨리 핀 벚꽃…모기도 더 빨리 온다

밤의 해바라기
지난 주말 화두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핀 벚꽃이었습니다.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안에 있는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삼는데,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공식 개화한 걸로 봅니다. 황사가 물러간 자리에, 서울에서 1922년 이래 두 번째로 일찍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반가울 법도 하지만 마냥 좋지는 않았습니다. 온화한 날씨에 벚꽃만 빨리 피는 게 아니라 모기 같은 달갑지 않은 손님도 빨리 찾아올 테니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질병관리청에서 모기와 관련된 보도자료가 두 건 나왔습니다. 일본뇌염주의보 발령, 그리고 올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발생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23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21일 제주, 22일 부산 지역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날씨가 따뜻했지만 아직 서울에서 모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계절입니다. 조금 이르다 싶은 생각에 확인해 보니 지난해보다는 19일 빠르고, 2021년보다는 하루 늦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간의 주의보 발령일이 나와있는데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12~2014년까진 4월 하순에 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이후 5년 동안엔 4월 상순, 2020년에는 3월까지 앞당겨졌습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참고자료
기간을 더 넓혀서 볼까요? 2000년대 초반 일본뇌염주의보 발령일은 무려 5월이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4월로 당겨졌고, 2020년대 들어서는 3월 하순으로 더 빨라진 걸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절지동물인 모기는 기온에 매우 민감한 곤충이라 기후 변화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온난화로 빨간집모기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모기 서식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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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모기가 옮기는 위험한 질병은 일본뇌염과 삼일열 말라리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뇌염은 과거 매년 수 천 명씩 환자가 나왔던 모기 매개 감염병이지만, 효과적인 백신이 나온 뒤 환자가 급감했습니다. 1999년 이후 한 해 환자는 0~40명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2010년 이후 성인 환자가 조금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하는데, 1970년대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 태어난 세대 중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온난화로 모기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모기 서식 기간이 늘어나고 있고, 야외활동 인구도 많아져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 언제든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말라리아는 일본뇌염과 다르게, '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입니다. 국내에 토착화된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삼일열 말라리아'입니다. 삼일열 말라리아를 옮길 수 있는 중국얼룩날개모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지만, 환자는 주로 인천, 경기 북부, 강원도 휴전선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모기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지 위험한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모기는 조금 다른 존재입니다. 지난 2014년 빌 게이츠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the deadliest animal in the world)'로 모기를 꼽았습니다. 각각의 동물 집단이 한 해 몇 명을 숨지게 하느냐로 판단했을 때 상어가 10명, 뱀이 5만 명이라면, 모기는 72만 5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 숫자로 보면, 모기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군 가운데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 맞습니다. 2016년 WHO 통계에 따르면 상어가 100년 동안 숨지게 한 사람의 숫자가 1,035명으로, 모기가 하루 만에 숨지게 한 사람 1,470명보다 적었습니다. 모기가 위험한 건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각종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말라리아는 2억 4,100만 건 발생했고, 62만 7천 명이 말라리아로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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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지카바이러스 관련 자료를 다시 열어 볼까요? 우리나라 해외유입 모기 매개 감염병 '3대장'은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 WHO에 따르면, 이 세 가지 감염병은 아열대와 열대지역 약 100개 국가에서 매년 발생합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인 동남아시아의 경우 10개국 모두 이들 감염병 발생 국가입니다. 세 감염병 모두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의해 전파됩니다. 올 들어 벌써 41명이 모기 매개 감염병에 걸렸는데, 뎅기열 확진자가 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치쿤구니야열 5명,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1명이었습니다. 확진자가 방문했던 국가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필리핀 등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들 감염병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모기 두 종류 중 흰줄숲모기가 국내에 서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늘고, 모기 서식 기간이 길어진다면 국내에서도 감염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2014년 일본 도쿄에서는 요요기 공원에서 흰줄숲모기를 통해 160명이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뎅기열 유행지역에 다녀온 여행자들을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모기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스페인 보건당국도 지난해 해외에서 유입된 뎅기열 바이러스가 자국 내에서 전파된 사례가 두 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세계적인 의학 저널 'Lancet'에 게재된 논문에는 기후 변화가 모기 매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포함됐습니다. 연구팀은 글로벌 이동성과 도시화, 그리고 기후 변화가 뎅기 바이러스 감염을 증가시키는 주요 동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뎅기의 기초 재생산지수, 즉 확진자 한 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수치도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의 기초 재생산지수는 1950~1954년 평균 대비 13%, 7% 늘었습니다. 13% 증가한 건 이집트숲모기에 의한 감염이고, 7% 늘어난 건 흰줄숲모기에 의한 감염입니다. 연구팀은 숲모기의 지속적인 지리적 확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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