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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사교육비 41만? 기본이 1백만인데?" 조사 방식 살펴보니…

[사실은] "사교육비 41만? 기본이 1백만인데?" 조사 방식 살펴보니…
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 2007년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이 '비현실적인 수치'라며 발끈했습니다. "기본만 해도 월 100만 원이다", "한 과목에 40만 원인데 무슨 소리냐", 심지어 "그 동네 어디인지 이사 가고 싶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습니다. 사교육비 월평균 41만 원이라는 통계는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액수와 너무 동떨어졌다는 겁니다.

과연 사교육비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길래 월평균 41만 원이 나온 것일까요. 조사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신뢰할 만한 통계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사교육비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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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조사 방식은?


사실은팀은 먼저 구체적인 사교육비 조사 방식을 취재했습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라는 이름으로 정기 조사를 해왔습니다. 올해는 6월 1차 조사, 10월까지 2차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표본 규모는 전국 3,100개 학급의 학부모 7만 4천 명입니다.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서베이에서 이 정도 표본은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언론사 여론조사는 1천 명 정도 표본으로 통계를 냅니다. 7만 4천 명 표본 서베이는 통계적 관점에서 틀린 수치가 나올 확률이 0에 가까운, 거의 완벽한 조사에 가깝습니다. 학부모들 답변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 있지만, 그러면 서베이라는 방법 자체를 부정하게 됩니다.

통계의 기술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요. 사실은팀은 사교육비 조사의 설문지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사실은팀이 확보한 2022년 초중교 사교육비 1차 조사 설문 문항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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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조사 설문지를 보면, 학부모들이 과목별, 사교육 방식별, 월별로 얼마나 사교육비를 지출했는지 구체적으로 쓰도록 돼 있습니다. 6월에 진행되는 사교육비 1차 조사는 3~5월의 사교육비를, 10월 2차 조사는 7~9월 사교육비를 적습니다. 봄 학기와 여름 방학 기간의 사교육비가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전문가는 서베이 시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정책팀장은 "학부모들은 조사 당시 지출한 사교육비를 적어 내는데, 교육부와 통계청은 이걸 '연간화'시켜서 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한다. 겨울 방학에 지출한 사교육비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과소 추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년이 바뀌는 겨울 방학 기간에는 다음 학년 선행 학습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합니다. 학원들도 선행 학습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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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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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교육비 조사에서 겨울 방학 기간 사교육비가 제외돼 있는데?
A. 겨울방학의 경우, 통계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일종의 '변경 기간'이다. 학년 구분을 못할 경우 통계가 왜곡될 위험이 존재한다. 보다 명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위한 취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학부모의 경우, 겨울방학 때 쓴 사교육비가 중학교 사교육비라고 답해야 하는지, 아니면 고등학교 사교육비로 답해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고, 자연히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겁니다.

통계청은 "겨울철 사교육비가 조사에서는 제외돼 있지만, 조사에서 제외된 달의 경우, 가계동향조사의 교육비 지출 구조를 통해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연구와 논의를 거쳐, 조사 개선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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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함정


그런데 사실은팀이 조사 결과를 꼼꼼히 분석해 보니, '평균의 함정'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평균치가 우리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전체의 78.3%입니다. 초중고 학생 5명 중 한 명은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대입을 준비하지 않는 학생들은 사교육 의존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실제 고등학교 학생 전체의 사교육 참여율은 66.0%인데, 특성화고를 제외한 일반고(조사에서는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 포함)만 따로 추려 내면 사교육 참여율이 72.5%로 높아졌습니다.

월평균 사교육비 41만 원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 21.7%의 학생들도 모두 합쳐서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만 따로 떼 평균을 내보면 어떨까요.

이번 사교육비 조사 통계를 분석해 '전체 학생'의 사교육비 평균, 그리고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사교육비 평균을 비교해 봤습니다.

사교육비 사실은 이경원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이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기준으로 하면 52.4만 원이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수치도 높아지는데, 사교육을 받고 있는 '일반고' 학생의 경우 72만 4천 원이었습니다.

이 수치라면 가계 소득의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요. '일반적인'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일반고에 다니는 2명의 자녀가 있을 때를 가정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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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인 가구의 중위 소득은 한 달에 512만 1,080원이었습니다. 중위 소득은 4인 가구의 소득을 높은 순서대로 쭉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의 소득 수준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복지 급여를 지급할 때 기준점이 되는 수치입니다.

이 액수를 일반적인 4인 가구의 소득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위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사교육을 받고 있는 일반고 학생의 평균 사교육비는 72만 4천 원입니다. 두 명이니까, 144만 8천 원으로 계산됩니다.

'일반적인' 한 달 가구 소득 512만 1080원, '평균적인' 한 달 사교육비 144만 8천 원.

정리하면, 사교육 받는 고등학생 2명이 있는 4인 가구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경우, 사교육비로 가계 소득의 30% 가까이 지출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평균 41만 원'이 나온 바로 그 사교육비 통계를 다시 분석한 결과입니다.

사교육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중위 소득은 512만 1,080원입니다. 중위 소득 절반 이하인 기초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중위 소득의 50% 이하), 그러니까 4인 가구 소득이 256만 540원 이하인 경우는 전체의 17~18%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분들에게는 월평균 41만 원의 사교육비도 적지 않은 돈일 겁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겨울방학 사교육비 증가 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말고도, 단순 합계와 단순 나누기로 계산된 평균값의 함정이 존재한다는 게 사실은팀의 판단입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가계 소득과 벌어지는 빈부 격차 문제, 여기서 생기는 박탈감의 문제도 함께 얽혀 있습니다. 2007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이번이 '역대 최대'였음에도 학부모들이 유독 발끈했던 것은 고물가 시대, 그만큼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턴 : 여근호, 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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