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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풍선의 습격'…위성보다 가까이, 드론보다 오래

미국 하늘에 달덩이 같은 풍선이 등장했습니다.

길이도 60m에 달해 아주 거대합니다.

미국은 지난 4일 이 풍선이 중국의 스파이 풍선으로 판단된다면서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했습니다.

그런데 위성이나 드론처럼 최첨단 관측 장비가 많고 많은데, 왜 정찰용으로 풍선을 썼을까요?

사실 기상 분야에서 풍선을 쓰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전 세계 기상청은 매일 기상 관측용 풍선을 띄웁니다.

우리나라도 이곳 강릉을 포함한 7개 관측 지점에서 하루 4번씩 총 28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풍선 아래 달린 관측 장비가 하늘의 상태를 측정하고 우리가 매일 보는 날씨 예보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김명호/기상청 라디오존데 담당 : 약 35km 상공까지 기압, 기온, 습도, 풍향, 풍속을 관측합니다.]

날씨 관측용으로는 효과가 크겠지만, 왜 정찰용으로 풍선을 썼을까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싸고, 높이 날고,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이 난다는 것입니다.

통상 여객기가 다니는 고도가 12km고, 전투기의 한계가 20km인데, 풍선은 48km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전투기가 올라가기 어려운 높이라 요격 미사일까지 동원됐고,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치러진 공중 요격으로 기록됐습니다.

요격도 생각보다 어려운데, 1998년 캐나다에서는 관측용 풍선이 전투기 총알을 1천 발 넘게 맞고도 하늘에 계속 떠 있었습니다.

풍선에 테이프를 붙이고 바늘로 찌르면 잘 안 터지는 것처럼 이렇게 구멍이 난다고 당장 추락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을 적들의 공군기지 위에 띄워 놓으면 전투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성을 썼다면 어땠을까요?

통상 정찰용 위성은 500~600km 고도를 떠다니기 때문에 지면과의 거리가 멉니다.

반면 풍선은 20km 정도 고도에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고해상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풍선은 뜨고 난 후에는 계속 올라가다 결국 높은 상공에서는 터지죠.

그런데 정찰 풍선은 어떻게 고도를 유지할까요?

풍선은 크게 2개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위쪽에는 헬륨이나 수소처럼 가벼운 기체가 들어있고요, 아래쪽에는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거나 내뱉는 장치가 달려있습니다.

주변 공기는 헬륨보다 무겁기 때문에 공기를 빨아들이게 되면 풍선이 무거워져서 가라앉고요, 공기를 내뱉게 되면 헬륨만 남아서 떠오릅니다.

이렇게 부력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뜨는 힘도 엄청 강해서 3t의 관측 장비를 싣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래가는 것도 장점입니다.

통상 드론이나 항공기, 헬리콥터는 연료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길어야 하루 정도 떠 있을 수 있지만, 풍선은 연료 소모가 거의 없어서 45일까지도 떠 있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정찰 기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가격도 위성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가 탑재된 장비를 회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1783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람이 풍선을 타고 비행에 성공한 이후 과학계는 지금까지 남극 탐사나 기상 관측, 지진 탐지 같은 분야에 풍선을 활용해왔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금성이나 화성 같은 행성을 탐사할 때 행성 열기구, 즉 풍선을 이용해서 관측할 방법까지 연구 중입니다.

낡은 기술처럼 보이지만 첨단 기술과 결합하면서 위협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풍선, 함부로 띄우면 안 됩니다.

(기획 : 권영인, 구성 : 김태연, 영상취재 : 김균종·조창현, 편집 : 하성원, CG : 서승현·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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