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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콜센터 실습생의 비극…'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가 약진했습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이런 영화들이죠?

한 편이 더 있습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 '다음 소희'입니다.

K-콘텐츠 속의 한국은 BTS처럼 밝거나 오징어게임처럼 어두운 양 극단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다음 주 개봉하는 '다음 소희'는 어느 쪽일까요?

특성화고 졸업반인 소희는 콜센터 현장실습생입니다.

춤을 좋아하고 밝고 당당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이제 나 사무직 여직원이다.]

이내 극심한 감정 착취와 비인간적인 경쟁 속에 시들어갑니다.

[야 뭐 하자는 거야? (고객님, 해지 연장을 하시면 요금제….) 아 이 씨*** 야!]

[나는 이런 수치는 본 적이 없어서 너무 걱정이 돼. 특히 여기 김소희 씨. 제일 심해.]

지금 한국 사회는 콜센터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공공기관까지 콜센터를 통하지 않고는 소통이 어렵습니다.

종사자 200만 명, 시장 규모 4조 원대로 추산됩니다.

김관욱 교수는 이 책을 쓰면서 100명 넘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만났습니다.

[김관욱/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사람입니다. 고객님' 저자 : 죄송합니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회사가 내몰게 되면 나중에는 그 죄송함마저 다 소진되면 결국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모든 상황에 무감각해지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콜을 최대한 짧게, 최대한 많이 처리해야 하는 오늘날 콜센터 노동 현장은 '모던 타임즈'의 유명한 장면을 닮았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

'다음 소희'가 특히 인상적인 건 콜센터를 넘어 한국사회에 만연한 가치관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겁니다.

취업률만 높인다면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든 관심 없는 학교, 산하 학교 취업률을 높여야 인센티브를 받는 지방 교육청, 인센티브라는 족쇄 속에 기업도 정부도 여고생의 죽음을 개인 탓으로 돌릴 뿐 그 어느 곳 하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정주리/'다음 소희' 감독, 칸 영화제 2회 초청 :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연관되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콜센터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김관욱/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사람입니다. 고객님' 저자 : 기업이 벽으로써 상담사분들을 고용한 겁니다. 일반시민 분들은 너무나 불편하죠. 직접 담당자와 이야기하고 싶고 빠른 업무처리를 하고 싶은데 결국 간단한 수준의 컴플레인은 해소시켜 줘도 즉 기업의 손해가 되는 컴플레인은 처리하지 못하게끔 막는 시스템이죠.]

'다음 소희'가 칸뿐 아니라 10여 곳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건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에게 회사 측은 말합니다.

[어쨌든 현장실습 나온 여학생이 자살을 한 건데, 회사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라면 그냥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닌가요?]

[배두나/'다음 소희' 주연 : 그것이 오로지 나의 세상이었던 사람한테 '그냥 걸어 나오면 되지, 누가 칼 들고 협박했어?' '왜 거기에 있었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잔혹한 거 같아요.]

소희같은 비극이 또 나올 수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 영화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입니다.

(기획 : 노유진, 구성 : 김태언, 영상취재 : 김세경·조창현·신동환·윤형,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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