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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제까지 '전 정부 훈련 부족' 타령…"정권 교체 후 해가 바뀌었다"

[취재파일] 언제까지 '전 정부 훈련 부족' 타령…"정권 교체 후 해가 바뀌었다"
▲ 작년 5월 10일 0시 윤석열 대통령이 통수권을 인수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0시 국군 통수권을 인수했습니다. 53만 국군을 총지휘하는 최고사령관이 됐습니다. 통수권 인수 후 7개월 하고도 보름이 지나 북한 소형 무인기 1대가 서울 도심을 휘저었습니다. 군사적 가치 없는 소형 무인기이지만 격추하지 못했으니 군의 실책입니다. 군은 식언도 했습니다. 책임은 합참의장, 국방장관을 타고 올라가 최고사령관 통수권자에 미칩니다.

요즘 통수권과 그 주변에 책임은 보이지 않고, 남 탓만 무성합니다. 통수권자가 시작했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어받았습니다. 수권 정당의 수석대변인도 가세했습니다. 주장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에서 군이 훈련을 제대로 못 해서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아래에서 군의 훈련 여건은 척박했습니다. 그렇다고 연병장에 앉아 허송세월하지 않았습니다. 남 눈에 안 띄게 조용히 훈련했고, 이곳저곳 전전하며 사격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훈련 안 해 무인기 놓쳤다"는 통수권과 여당의 질타는 무책임한 변명에 가깝습니다. 정권 교체하고 해가 바뀌었습니다.
 

눈칫밥 먹으며 훈련했다

2020년 6월 해병대 연평부대의 자주포들이 원정 훈련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로 휴전선과 NLL을 따라 완충구역, 비행금지구역 등이 설정됐습니다. 해당 구역에서 연대급 이상 훈련, 포 사격, 항공작전이 금지됐습니다. 완충구역 밖이더라도 마음대로 훈련하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훈련은 남몰래 눈치껏 했습니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에 주둔하는 해병대는 2018년 9월 이후 자주포, 다연장 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사격을 육지에서 했습니다. 장비들은 화물선, 대형 트레일러에 실어 완충구역 밖인 경기도 파주와 연천, 강원도 강릉 등의 군 사격장으로 옮겨졌습니다. 병력은 여객선, 전세버스 타고 이동했습니다.

백령도와 연평도 화력들의 육지 원정으로 생긴 공백은 김포와 포항 해병대 전력들이 임시변통으로 메웠습니다. 역시 화물선, 트레일러, 전세버스, 여객선에 기차까지 동원됐습니다. 9·19 합의 지키느라 바다 건너 산 넘기를 예사로 했습니다.

그제 새해 들어 첫 해상기동훈련에 나선 해군 함정들이 함포를 사격하고 있다.

해군은 그제(4일)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동시다발 대공·대함 실사격 및 전술 기동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1, 2, 3함대의 구축함, 호위함, 고속함 등 함정 13척에 항공기 4대 투입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시작된 훈련이 아닙니다. 매년 했습니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 훈련은 기자들을 함정으로 불러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뿐입니다. 육군과 공군도 마찬가지입니다.
 

훈련했는데 그들은 '전 정부 때 훈련 부족'을 탓한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범을 두고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드론봇 부대는 실효적 훈련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정권에서 중단되었던 실전 훈련 등이 재개되어야 함은 물론,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훈계했습니다.

앞서 상술한 대로 지난 정부 시기에도 우리 장병들은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9·19 군사합의의 제약에 부득불 훈련 총량이 다소 줄었을 지 몰라도 우리 군의 공격·방어력이 떨어졌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습니다. 이제 와서 안보태세 전면 재점검하라는 양 대변인의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해가 바뀌도록 안보태세 점검 않고 뭐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육군 드론봇 부대는 2018년 창설된 신설 부대입니다. 한반도 전장에 맞는 드론 전술과 지침을 새롭게 창안해 훈련하며 성장해왔습니다. 드론 통합 사령부라는 근원 미상의 거대 부대 창설하겠다면서 드론봇 부대를 실효적 훈련 못 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드론 통합 사령부가 제대로 편제와 전술 갖춰 실시하는 실효적 훈련은 다음 정부에나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군 최고 전문가 신원식, 김병주 의원 공히 북한 소형 무인기는 공격용은 물론이고 정찰용으로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군사적 효용이 있는 무인기는 우리 군 방공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 것입니다. 우리 군이 북한 소형 무인기 못 잡았고, 이후 대처도 둔탁했으니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훈련 안 한 탓"이란 지적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통수권자와 대통령실, 여당은 전 정부 공격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과 안보를 정치에 끌어들인 것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과 안보는 정치 중립이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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