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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탓, 제재 완화 필요" 중 · 러 주장 어디까지 맞나

[월드리포트] "미국 탓, 제재 완화 필요" 중 · 러 주장 어디까지 맞나

남승모 기자

작성 2022.11.23 09:12 수정 2022.11.23 10: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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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탓, 제재 완화 필요" 중 · 러 주장 어디까지 맞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용론 속에 뉴욕 유엔 본부에서 22일 다시 회의가 소집됐지만 이번에도 이사국들의 단합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북한 문제로 10번이나 회의가 열렸는데도 늘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끝난 겁니다. 그 사이 북한은 미완성 단계로 평가됐던 ICBM 화성 17형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기술적 진보를 이뤘습니다.

유류 공급 규제 강화 같은 실질적인 대북 압박을 위해서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어야 하는데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대 반 서방 대립 구도가 격화하면서 대북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상대편 주장이라고 해도 어디까지 맞고 어디부터 틀린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국제 무대에서 그런 논리 다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국내 외 정치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분과 논리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립지대에 있는 국가들을 설득하는 데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북한 무장 해제하려는 미국 때문"

푸틴 바이든

먼저 러시아 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2일 회의에서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차석대사는 북한 도발 문제와 관련해 '악순환'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무력 시위를 벌이면 안보리가 열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거듭될수록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런 논리인데, 예상하셨겠지만 러시아는 문제의 발단을 미국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건 북한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려는 미국의 욕망 때문"이라는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의 말이 대표적입니다. 러시아는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방적인 안보 원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북한 문제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 주도로 움직이는 세계 안보 질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걸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나아가 유엔과 안보리가 오히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남북 대화와 다자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보리 결의안도 제재 강화가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며 군사적 대응과 제재 강화는 한반도에 더 큰 긴장만 조성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북한에 현실적 제안 해야"…제재 완화 촉구

장쥔 주 유엔 중국 대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도 큰 틀에서는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지만 표현 방식은 좀 다릅니다. 개인적 평가입니다만 러시아가 직설적이라면 중국은 간접적, 우회적입니다. (그 나라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크게 3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하자'입니다.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행동이나 발언은 자제하자고도 했습니다.

둘째 '올바른 길로 돌아가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자'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솔선수범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하고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형식적 대화에서 실질적 대화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전진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군사 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셋째, '우호적인 상황을 조성하고 평화와 회담을 추진해나가자'입니다. 안보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장애물(아마도 제재 결의가 아닌가 합니다)을 만들기보다 외교적 노력의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해 긴장 완화와 사태 악화를 막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북한 측 생각을 항상 비난하거나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논리적 허구성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더 이상의 혼란을 막자'거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제재 완화로 북한을 대화에 나설 수 있게 하자'는 것 등입니다. 사실 제재 완화는 대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측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미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브리핑 때마다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대화 노력'보다는 '방치' 내지는 '무시'에 가깝게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미 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너무 낮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교묘히 왜곡하거나 누락하고 있는 부분은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려는 미국의 욕망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 비확산은 미국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공통 목표입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엔 대북 제재는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겁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자위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자위권 차원에서라도 당장 우리나라부터 핵 무장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미사일, 북한 국기

다음으로 대북 제재 완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실적 필요성이 제기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닙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먼저 제재 완화에 나선다면, 그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제2, 제3의 북한에게 좋지 않은 신호를 주게 될 수 있습니다. 제재 완화는 최소한 국제사회의 규범 안으로 복귀하는 노력이라도 보이는 때에야 꺼낼 수 있는 의제입니다.

또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훈련이 북한 도발을 촉발한다고 주장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오히려 미국의 무관심이 더욱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북한을, 그것도 북한이 가만히 있는데, 거액의 군사비를 지출해가며 굳이 압박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되자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기 위해 훈련에 나서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하고 있듯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로 대표되는 반 서방 세력의 갈등 속에서 파생됐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 대북 제재에 동참했던 전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더욱 향상됐다는 것, 서방과 반 서방의 대립이 더욱 격화됐다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고도화됐으니 이제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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