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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여러분은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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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 구독자, 최근에 외롭다고 느낀 적 있어?> 레터에 한 구독자가 피드백을 하나 보내줬어요. "MZ세대의 퇴사를 주제로 뉴스레터를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구독자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마부뉴스! 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 한 장을 품고 있잖아요. 최근 퇴사와 이직이 트렌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에서 워낙 이야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해외에선 대퇴사 시대라는 용어도 유행이라고 하니…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은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Great Resignation, 대퇴사 시대


혹시 독자 여러분은 대퇴사 시대라는 단어 들어봤나요?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엄청난 규모의 퇴사자가 나오는 시대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21년을 기점으로 노동자들이 대거 퇴사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학자들이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죠.

우리 인류 역사에서 Great이라는 단어가 붙는 사건이 사실 몇 되질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1929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세계적인 경제 공황, 대공황(Great Depression) 일 거예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 대침체(Great Recession)도 있죠.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IMF는 대봉쇄(Great Lockdow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기에 2021년 시작된 거대한 퇴사의 파도, 대퇴사까지 등장했죠.

Great이 붙어있는 사건 중에 삼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공황, 대침체, 대봉쇄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세 사건을 들여다보면 Great이라는 접두사가 가지는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그렇다면 대퇴사는 도대체 상황이 어느 정도길래 Great이라는 단어가 붙은 걸까요?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2000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미국의 월간 퇴직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월마다 발표하는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 자료를 활용했어요.
미국 월별 퇴직률 라인그래프

그래프를 보면 2021년 11월과 12월에 퇴직률이 피크를 찍고 있는 게 보일 겁니다. 2021년 11월 미국의 퇴직자는 451만 명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다 규모를 기록했어요. 퇴직률은 통계 역사상 처음으로 3.0%를 찍었죠. 일반적으로 퇴직과 이직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에는 낮아집니다. 회사 바깥의 환경이 심상치 않으니 일단 지금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면 회사에서 버티면서 돈을 버는 게 이득일 테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시점에 퇴직률이 증가하는 게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누가 봐도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잖아요. 코로나가 닥치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8%대까지 증가했어요. 2020년 3월과 4월엔 각각 1,303만 명과 919만 명이 해고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심각했거든요.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낮아져야 할 퇴직률이 웬걸? 줄어들질 않습니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퇴사 시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퇴사의 물결이 미국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닙니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죠. 영국에서도 2021년 8월 사상 처음으로 구인 자릿수가 100만 개를 돌파했고 호주에선 코로나 시기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노동자가 코로나 이전보다 10%가량 증가하기도 했어요. SNS에선 “I Quit”이 유행처럼 번졌고, 최근엔 조용한 사직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등장했죠.
 

Great Rethink, 일을 다르게 생각하다

SNS를 가득채운 조용한퇴직 열풍

틱톡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 혹시 독자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어요? 조용한 사직은 실제 회사에 사표를 던지지는 않지만, 앞으로 회사 내의 경쟁과 평가와는 결별하겠다는 가치관을 말합니다. 일종의 심리적 퇴사인 셈이죠.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퇴근을 하면 일과 관련된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나의 삶과 일 사이에서 일이 아닌 삶에 무게중심을 두고 더 이상 일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조용한 사직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앞에서 이야기한 대퇴사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도 보고 있죠. 확실히 코로나를 겪고 나면서 우리들의 삶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코로나 이후의 우리 삶에 닥친 불안감은 우리에게 직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줬습니다. 또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업무 환경과 문화를 경험하면서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죠. 대퇴사 시대의 또 다른 이름이 대전환(Great Resuffle)시대 그리고 대재고(Great Rethink)시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연도별 퇴직률 바차트

그런데 어쩌면 일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의 변화는 코로나 시대 그 이전부터 있었을지 모릅니다. 앞서 본 미국의 월별 퇴직률 그래프를 연도별 평균으로 다시 그려봤어요. 연도별 퇴직률을 그려보면 아까 월별로 봤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흐름이 보이죠? 바로 2009년부터 이어지는 퇴직률의 증가 추세 말이에요. 2020년과 2021년을 보면 코로나라는 불안한 시기에 퇴직을 미루었다가 이듬해에 한 번에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증가하는 흐름의 시작점은 2009년, 바로 세계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대침체의 시기입니다. 코로나라는 분기점이 물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분명하지만 이미 과거부터 퇴직률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대퇴사 시대가 순간의 사건이 아닌 장기 흐름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엄청난 경제 침체의 파도를 맞았던 2009년부터 우리는 일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업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대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은 어떤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갤럽에서 전 세계 96개국의 11만 2,312개의 기업, 2,708,538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에 대한 기쁨과 슬픔을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는? 2021년 전 세계의 직장인들이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 비율은 2009년 조사 이후 사상 최고치였어요.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모두 44%. 2021년 조사에서 나머지 부정적 감정 표현인 걱정, 화, 슬픔의 비율은 지난 조사보다 모두 감소했지만 스트레스 비율만 유일하게 증가했습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걱정, 슬픔, 화남 비율 라인차트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 그리고 기성세대보다는 MZ세대(40세 미만의 직장인)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여성은 남성(42%)보다 5%p 높은 47%가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죠. 40세 미만의 연령대의 직장인의 스트레스 비율은 47%로 40세 이상보다 8%p 높았고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동아시아가 압도적 1등입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스트레스 비율이 높은 동아시아는 55%로 전 세계 평균보다 11%p 높게 나왔어요. 특히 동아시아 MZ세대의 스트레스는 글로벌 평균보다 무려 14%p 높은 61%를 기록했는데, 젊은 세대의 스트레스 비율이 60%가 넘는 지역은 우리 동아시아 지역이 유일합니다. 이러 환경에서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인생의 무게추를 나의 삶 쪽으로 옮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도 대퇴사의 파도가 닥칠까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건 미국과 유럽 사람들 뿐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함께 겪은 건 마찬가지죠. 그보다 앞서 세계금융위기의 파도를 맞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미국과 유럽 사회처럼 대퇴사 시대가 열릴까요? 이직과 퇴직이 활발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서 한 번 가져와봤습니다. 사람인에서 2021년 상반기 퇴사율을 조사한 건데 2020년 상반기보다 1.8%p 증가했더라고요. 코로나 전후를 비교했을 때 코로나 이후 퇴사율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51.5% 정도였습니다. 퇴사가 늘어난 기업, 줄어든 기업 거의 반반인 셈입니다. 뭔가 흐름이 변했다고 보기엔 약하죠?

이번엔 조금 더 정교하게 조사된 데이터로 살펴볼게요. 미국의 퇴직률 데이터를 살펴봤던 노동통계청의 JOLTS 데이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사업체노동력조사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월마다 진행하는 이 조사를 보면 월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했는지 그 규모와 비율을 확인할 수 있죠. 월별 이직률을 살펴보면 미국처럼 뚜렷한 상승세가 보이진 않습니다. 연도별로 평균을 내보면 어떨까요? 아래 그래프가 우리나라의 연도별 평균 이직률인데, 월별과 마찬가지로 추세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2020년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연평균 5%를 넘기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나라 연도별 평균 이직률

우리나라의 이직률 데이터로 봤을 때 미국과 유럽처럼 변화가 뚜렷이 보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Z세대를 중심으로 이직이 일종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고, 이직을 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감도 느낀다는 설문 결과도 있는 만큼 일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는 바뀐 건 확실해 보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대퇴사 시대와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데이터로 풀어봤는데 어땠나요?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나요? 1년 미만? 3년 정도? 아니면 5년 이상 주욱 다닐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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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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