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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심심한 사과' 논란, 정말 MZ라서 그럴까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휴대폰 휴대전화 (사진=픽사베이)
올해로 상담가 10년 차. 2030 청년들을 상담하기 시작한 것이 2013년 겨울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이들을 지칭하는 많은 단어들이 나타나고 또 사라졌는데요. 요즈음은 MZ세대라고 부르곤 하지요. '또 금방 사라지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꽤나 오래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 년 간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질문들은 비슷했는데요. "대표님은 오랫동안 이 세대를 상담하셨다면서요? 요즘 MZ세대는 이런 행동들을 한다던데 그 심리가 뭐라고 보십니까?"라는 겁니다.

가장 최근에는 '심심한 사과' 논란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심심한의 뜻을 정말 MZ들은 모르는지? 그 정도로 문해력이 심각해졌는지?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여서인지? 주로 그런 질문들이었지요. 저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음... 그건 MZ세대 전부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니까요.

MZ세대. 무엇이 그렇게 다르기에 기성세대는, 그리고 미디어는 이들을 파헤치려(?) 하는 걸까요. 그런데 지금껏 화제가 된 MZ세대 이슈들을 보면 '과연 MZ라서 그런 걸까?' 싶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젊은 사람'을 발견하고 또 그것이 화제가 되면 금새 확대되어 "MZ들의 특징인가요?"라고 화두가 되는 느낌인데요.

며칠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요. 한 70대 손님이 편의점에 들어와서 2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담배"라고 반말로 주문하자 알바생이 "2만 원"이라고 반말로 대답했고 이에 격분한 70대가 폭언을 하면서 재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금새 전문가들은 "MZ세대는 기존의 상하관계에서 벗어난 관계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대 전체의 특성인 것 처럼 비추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이 세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논의가 전개됩니다.

한자어에 다소 무지한 개인, 서열 문화에 분노하는 개인, 어떤 성향을 가진 개인도 20대이거나 30대라면 금새 "MZ의 특성 아닌가?"라는 시선을 받게 되는데요.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1983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를 묶어서 말하는 MZ세대. 이들이 모두 심심한 사과라는 단어가 어색할까요? 대다수가 윗세대의 반말에 반말로 맞받아칠까요? 다 떠나서... 이들이 한 세대가 맞긴 할까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MZ세대란 말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묶었다고들 말합니다. 1983년생은 한국 나이로 40세입니다. 대졸 취업 이후 꾸준히 직장생활을 했다면 현재 차장급의 연령대입니다. 그리고 2004년생은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이지요. 그러니까 이 MZ세대라는 단어는 현재 고3 학생에서 시작해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 그리고 직장 내의 사원, 대리, 과장, 차장까지. 이 모두를 묶어서 '한 세대'라고 통칭하면서 "그들의 특징이 이거라며?"라고 반문하고 있는 겁니다. 현행법 상 청소년, 청년, 장년으로 접어든 세대까지를 모조리 묶어버린거죠.

저는 1985년생이라 사실 법적인 청년은 지난 나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 MZ 담론 덕분에(?) "요즘 애들"이라는 소리를 몇 년 더 듣게 되었습니다.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만난 2000년대 생과 1990년대 생, 그리고 제가 속해있는 1980년대 생은 명백히 다른 세대라고 할 만큼 판이한 환경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자꾸 한 세대로 묶어서 "그들의 심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항상 "같은 세대가 아닙니다"라고 정정하기에 바쁠 따름이지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MZ세대 직장인은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라는 점이 굉장히 화제가 되었는데요. 스마트폰이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컴퓨터는 낯설어하고 입사 후에야 처음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배운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의 특징입니다. 1990년대 초중반생까지만 해도 학령기에 컴퓨터를 사용한 세대. 그러니까 고등학생 즈음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이 등장한 세대입니다. 사용 능력은 전체 세대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들의 5~6살 동생들인 2000년대 초반 생부터가 앞서 말한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세대입니다. 즉, 위의 예시 문장은 명백히 Z세대 중심으로 해당되는, 그것도 전체가 아닌 일부의 특징이고요.

또 한 가지를 살펴볼까요? "요즘 MZ들에게 레트로가 열풍인 이유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해서이다"라는 주장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레트로 열풍의 중심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과연 Z세대는 이 시기를 향수라고 느낄까요? 아니요. 그들은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M세대에게는 레트로가 "과거의 향수와의 만남"이라면, Z세대에게는 "나 태어나기도 전에 이렇게 힙하고 세련된 감각이?"라는 느낌, 즉 윗 세대 문화의 재발견인 겁니다. 즉, 이번 예시 문장은 M세대의 특징입니다. 완전히 다르지요?

이런 예시들을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MZ세대 당사자는 서로를 같은 세대라고 느끼지를 않습니다. 직장 생활 15년 차의 차장님과, 2022 수능 완성 문제집을 풀고 있는 고3 학생 사이의 거리감은 45세 중년과 65세 노년의 거리감보다도 큽니다. 연령 차이는 똑같이 20여 살이지만 그 20년 사이에 대입, 취업, 퇴사, 결혼, 출산, 육아 등의 과정이 빼곡이 들어차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거치는 생애주기죠. 그들에게 '같은 세대'라는 프레임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그저 세일즈와 바이럴 포인트로 만들어내고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사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MZ 담론이 점점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젊은 세대에 대한 인식은 왜곡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세대를 하나로 묶은 뒤, 기성세대 입장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패턴은 모조리 '그 세대라서 그렇다'라는 명제로 몰아넣어버리면 청년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세대간의 화합도 오히려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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