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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포커스] '친서 교환' 했다는데?…북한 주민들은 모른다

<앵커>

한반도 포커스입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보도를 통해 본 북한의 속내를 살펴보겠습니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 20일과 21일 친서를 주고받았죠.

남북 관계가 경색된 와중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북한은 이걸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올라온 친서 교환 보도입니다.

남북 관계 발전 가능성에 여지를 남기는 듯한 김 위원장 발언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용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는 친서 소식, 일절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남북 정상 간에 친밀한 인사가 오갔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날 북한의 메인뉴스 톱 보도는 이랬습니다.

[조선중앙TV 22일 보도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꾸바(쿠바)공화국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시었습니다.]

물론, 남한에 대한 메시지라고 다 감추는 건 아닙니다.

서욱 장관의 선제 타격 발언을 문제 삼았던 이달 초 박정천, 김여정의 담화만 해도 노동신문에 나란히 실렸습니다.

[박정천 비서 담화 (3일, 조선중앙TV) :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서울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데 총 집중할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 (3일, 조선중앙TV) : 핵보유국을 상대로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소식은 모른 채 박정천, 김여정 담화에서 비롯된 대남 적대 분위기만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친서, 실제로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기보다는 대외용 카드로서의 성격이 커 보이는데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윤석열 차기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주고받는 방식의 정상 외교를 자주 하는 편인데요.

북미 협상이 한창일 때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도 이른바 러브레터를 주고받기도 했죠.

김 위원장이 트럼프 친서 읽는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한 적도 있습니다.

[조선중앙TV (2019년 6월) :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습니다.]

트럼프와의 친서를 공개했다는 건 북한이 그만큼 북미관계에 실제로 힘을 쏟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필요에 따라 공개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친서, 북한 대외정책의 속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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