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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메타버스 부동산 가당할까?

[어쩌다] 메타버스 부동산 가당할까?

정혜경 기자

작성 2022.03.05 09:08 수정 2022.03.05 10: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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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초입이 뒤숭숭합니다. 전쟁의 포화요. 게임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폴란드 게임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는 실제 전쟁의 역사와 참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한 자사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의 할인 이벤트를 열고 모든 수익을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쟁, 전투와 죽음은 결코 게임 속 숫자와 그래픽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누군가의 살과 피, 눈물과 비명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이 시시각각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꼭 접합되나 했던 가상과 현실에 균열이 여느 때보다 더 또렷해지는 나날입니다.
 
예기치 않은 역사의 전개에 전 세계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가상 자산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암호 화폐 시장은 큰 변동성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꽃길’ 전망이 우세한 메타버스 부동산 사정은 어떨까요? 이 전쟁이 끝날 때쯤 지금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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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이름만 그럴 듯한 ‘가상 세계’의 변주라는 혐의들이 등장하고 있죠. 그만큼 메타버스 ‘떡상론’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메타버스는 ‘초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네 맞습니다. 가상 세계와 글자만 다른 개념입니다.
 
다만 어원을 떠나 개념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의미들이 덧대지고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면서 그 안에서 실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라거나, 기술과 융합해 현실을 확장한 세계라는 정의도 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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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용자가 함께 플랫폼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요체로 하는 웹 3.0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기존의 ‘가상 세계’ 또는 초기 메타버스와 현재의 ‘진화하는 메타버스’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 가상공간을 쉽게 개발, 제작, 활용할 수 있는 생산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심지어는 현실을 본뜨거나 또는 현실과 상관없는 가상의 세계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0년 11월 오픈한 호주의 가상부동산 플랫폼 ‘어스2’는 쌍생아처럼 분화하는 로고 이미지가 뜻하는 것처럼 지구 모습을 1:1 축적으로 본뜬 가상 세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3차원 지도인 ‘구글어스’를 본떴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스2(Earth2)입니다. 이용자는 이 지구를 마우스 클릭으로 이곳저곳 유랑하며 세계 각국의 땅이나 주요 건물 등을 신용카드 결제 방식 등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로 10m, 세로 10m 폭의 면적을 1타일로 지칭하고 판매는 타일 단위로 가능합니다.

어스2 지도에 표시된 독도(좌), SBS 사옥 메타버스 캡처(우)

위성으로 지구를 보다보면 꼭 마우스 스크롤을 올려 지명을 확인하게 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독도입니다. (직업병일지도요.) 이 세계에선 부동산을 구매한 가입자들이 직접 설정한 국적이 표기되고, 각각이 얼마에 어느 면적만큼을 샀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일본, 미국, 한국 등 여러 국가 국기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데, 애국자로 추정되는 어떤 사용자는 ‘독도’라는 글자대로 타일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지정학 이슈의 패권 다툼은 가상 세계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찾아본 김에 SBS 사옥이 있는 양천구 목동서로 161 부지도 한번 살펴봅니다. 한국 국적 사용자 2명과 싱가폴, 미국 사용자 각각 1명이 이미 투자를 했습니다. SBS의 총 가격은 437달러, 우리 돈 약 52만 원 가량이군요. 사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오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지난해 기준 약 반년 만에 6배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은 명실상부 가상부동산계의 ‘핫 플레이스’입니다. 어스2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최근 7일간 미국 다음으로 부동산 거래 면적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1억2천백만 제곱미터의 부동산이 벌써 팔렸습니다. 한국과 미국 국적의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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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사용자가 익명이지만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 그리고 일부 플랫폼에서는 암호화폐로도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NFT 거래와도 유사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선 가상세계에서 착용, 활용할 수 있는 패션 브랜드들도 속속 입점하는 추세입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자아가 땅을 구매하고, 저택을 짓는 등 자산을 개발하는 툴도 추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래퍼 스눕독이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에 구매한 저택 근처의 이웃집은 최근 45만 달러, 우리 돈 약 5억 3천만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눕독은 이 메타버스 저택에서 파티와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습니다. 기대감이 커지면서 각종 투자 분석업체들은 메타버스 내 부동산과 상거래 시장이 향후 천조 원 규모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부동산은 하락장이 시작된 ‘암호 화폐’ 생태계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실제 메타버스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투자자 A씨는 “암호 화폐 투자 기회를 놓쳐서 큰 후회가 남았다. 그래서 늘 투자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메타버스 부동산이 기회라고 생각해서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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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자산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한 한편 개념과 전망이 여전히! 모호한 만큼, 이 차이를 악용한 범죄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사기가 대표적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웹사이트에서 메타버스를 빙자한 불법 자금 모집 사기에 주의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일부 범죄자들에 의한 메타버스 허위 투자 프로젝트나, 사기 암호 화폐, 게임 및 부동산 등 아이템에 대한 이른바 ‘먹튀’를 꼽았습니다. 컴퓨터 코드로 만든 메타버스 부동산이 당연히 실체도 없고,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희소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숙명입니다.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 가령 메타-자아인 내가 당하는 성폭력 범죄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폭행 및 구타는요? 만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제 신체가 피해 감각을 입는 경우는 어떻게 법리를 구성해해야 할까요? 페이스북이 이름을 바꾼 ‘메타’는 최근 자회사로 운영하는 호라이즌 월드에 성범죄 방지를 위해 아바타 간 거리를 둘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한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에 접근할 수 있는 구획을 정한 겁니다.
 
한국에서는 메타버스 연계 실감콘텐츠에 대해 게임물, 음악, 영상물에 대한 규제 중 어느 쪽에 따른 규제를 적용받을 것인지 그리고 몰입감 및 인체, 정신 건강에 대한 영향 판단, 디지털 치료제로서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의료기기 및 의료법 규제 적용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메타버스 시대의 연착륙을 위한 의원 입법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입니다. 게임형 메타버스 콘텐츠와 관련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자격에 ‘역사’ 분야를 추가하여 역사적 사실 왜곡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2021.5.12. 김승수 의원 대표발의), 게임을 디지털 콘텐츠로 한정하고 사업자와 특정장소형 게임관련 사업자의 준수사항을 분리하여 규정하는 법안(2021.11.23. 이용 의원),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정의하고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2021.12.2. 전용기 의원) 등이 나왔습니다. 현재도 심사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플랫폼’으로 볼 경우에 대한 규제 법안도 제출된 상황입니다. 알고리즘 기반의 맞춤형 추천 광고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 이를 EU 수준에 맞춰 메타버스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법안(2021.11.23. 윤두헌 의원)은 물론, 메타버스에서 주로 거래되는 NFT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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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가 이끄는 비대면 시대가 메타버스 부동산마저 견인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민간 공공 가릴 것 없이 야심차게 내놓고 있는 장밋빛 전망 한편엔 우려도 큽니다. 시세 조종 가능성이 너무 쉽다는 점, 가격 산정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양산’과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메타버스 시대의 부동산 자산은 과연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이 될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의 대명사가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참고문헌
 
<메타버스 플랫폼의 유형별 사례를 통한 콘텐츠 활용방안>, 오혜정, 2021.
<메타버스 콘텐츠 발전방안 공청회 자료>,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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