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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EU,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부작침]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EU, 어떻게 생각하나요?

안혜민 기자

작성 2022.01.07 09: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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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EU, 어떻게 생각하나요?
2022년 새해에 이런 소식이 들려왔어요. EU의 행정부라고 할 수 있는 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초안을 회원국에게 전달했다는 거였죠.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의 그린(Green)과 분류체계를 의미하는 택소노미(Taxonomy)가 합쳐진 단어, 즉 친환경 분류체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초안에는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요.

EU의 결정에 탈원전 정책을 집행해 나가던 유럽의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독일의 경제장관은 EU의 결정이 그린워싱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을 했어요. 오스트리아의 환경부 장관은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죠. 원전에 대한 동상이몽은 유럽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국내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선 원자력 발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원전이 친환경이라는 EU의 결정, 어떻게 생각하나요?
 

EU 그린 택소노미 간단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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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U의 결정이 뚝딱 나왔던 건 아닙니다. 이 논의가 시작된 건 2018년부터였거든요. 2018년 3월, EU는 <지속 가능 금융 액션 플랜>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이게 뭐냐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돈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서 일종의 실행 계획을 짠 거예요. 바로 이 계획 안에 EU 택소노미가 포함되어 있어요.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뭐가 친환경 산업인지 EU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서 돈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2. 3년 간의 논의 기간 동안 EU는 연구소에 관련 연구 의뢰도 하면서 여론을 수렴해 나갔어요.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전 찬성파, 반대로 원전을 배제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여론전도 이어져왔죠. 발표를 앞둔 작년 말엔 막판 여론전이 가열되기도 했어요.
 
우리는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이 분류체계의 완전성, 신뢰성 그리고 그에 따른 유용성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것을 우려합니다.
- 독일 외 4개국 공동 성명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며,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외 9개국 에너지 장관

3.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선 안된다는 반대파 대표주자는 독일입니다. 독일을 필두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작년 11월에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어요.

4. 찬성파 대표주자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찬성파 10개국(프랑스, 핀란드,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은 EU의 주요 신문에 공동기고문을 실어 여론전에 가담했죠.

5.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21년의 마지막 날 EU 회원국에 전달된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는 원전을 친환경적 투자로 분류했어요.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은 원전은 과도기적으로 녹색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단 조건부로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에만 원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 투자로 분류했습니다. 또 신규 원전의 경우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고요.

6. 다만 이게 확정안은 아닙니다. 1월 안으로 정식 발표가 이뤄질 건데 그전까지는 회원국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거든요. 설령 최종안이 발표되더라도 과반 국가가 동의하면 거부할 수 있어요. 일단 독일은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상황입니다.
 

원전은 '과도기적 친환경 산업'이다


EU는 왜 원전을 과도기적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걸까요? 그린 택소노미 결정에 기반이 된 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에 발간된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와요.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0에 가깝다. 원자력 발전은 기후변화 완화 목표에 잠재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즉 EU의 이번 결정은 원자력 발전이 저탄소 에너지라는 지점에 주목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의 76%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에너지의 대부분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죠.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에너지의 84.3%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고 있거든요. 아직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1.4%에 불과하고 원자력 발전도 4.3% 밖에 되질 않아요. 당장 코 앞에 닥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 화석연료는 탄소를 어마어마하게 배출하는 녀석들이라는 게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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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비교해봤습니다. 연료별로 1기가와트시(GWh)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나올까요? 잠깐, 1GWh가 어느 정도 규모냐면요, 2020년 대한민국 1인 평균 전력소비량은 9,826킬로와트시(kWh)입니다. 1GWh는 102명의 한국인이 1년간 소비한 전력 정도로 보면 될 거예요.

다시 탄소 배출로 돌아와서, 결과는? 화석연료 3대장이 압도적으로 많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이 확실히 배출량이 적어요.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 원자력 발전입니다. 원자력으로 생산하면 3t의 온실가스가 나옵니다. 반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건 석탄인데 무려 82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죠. 원전의 273.3배 규모입니다.

이 논리로 프랑스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을 우상화하진 않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원전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2020년 프랑스는 전체 전력 중 67.2%가 원전에서 생산되고 있어요. 화석연료를 통해서 나온 전력은 9.5%로 10%를 넘질 않는 상황입니다.
 
Q. 탄소배출량이 낮은 재생에너지를 쓰면 되지 않나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덜 써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그러면 원자력 발전 못지않게 탄소 배출량이 적은 재생에너지를 확 늘리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거예요.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요. 바로 간헐성이죠. 재생에너지는 꾸준히 에너지를 생산되는 게 아니라 시점별로 생산량이 달라져요. 해가 많이 뜰 때에는 태양열 발전이 휙휙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요? 바람이 많이 불 때는 풍력 발전이 원활하게 돌아가겠지만 바람이 안 분다면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아직까지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거대한 용량의 배터리 기술이 필요해요. 많이 생산될 때의 에너지를 모아뒀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도록 말이죠. 최근 각광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장하는 단계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독일의 경우 백업 전력을 갈탄(화력 발전)으로 두고 있지만 종종 블랙아웃 위기 상황이 있기도 했어요. 게다가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를 백업 전력으로 선택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그래도 탈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원자력의 내재된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거죠. 원자력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요 시점별로 발생한 원전 사고가 전 세계 탈원전 속도를 가속화시켰어요. 원전 사고가 터지면 사실 사고 이전으로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요. 1979년 미국의 쓰리 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미국은 사실상 탈원전을 선택했죠.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 내에 더 이상 원전 건설은 없을 거라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2013년까지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은 없었습니다.

7년 뒤 터진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유럽 전역이 방사능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유럽의 탈원전 흐름도 거세졌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급격하게 원전 완공 건수가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1987년엔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로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스위스에서도 1990년에 향후 10년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어요. 2011년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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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문제 역시 남아있습니다.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연료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방사선과 열을 내보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거든요. 원자력 시설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격리된 공간에 핵 폐기물을 처분하는 선택을 하고 있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환영하는 지역이 없는 탓에 전 세계적으로 부지 선정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어요. 만에 하나 폐기물이 유출되기라도 하면 주변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오염에 노출될 테니까요.

우리나라도 1986년부터 이어진 방폐장 부지 선정 논란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폐장 부지가 아직도 결정되지 않은 탓에 우리나라의 사용 후 핵연료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안에 임시 보관되고 있고요. 보관용 부지가 아닌 탓에 저장 공간도 충분하지 않아요.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월성(중수로)은 이미 98.8%를 채웠고 고리(경수로)와 한빛(경수로)은 2031년에 포화될 예정이거든요. 밑의 이미지를 보면 확 와닿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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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3년 이후 미국의 상황은?

2013년까지 사실상 탈원전의 모습을 보였던 미국은 다시 원전 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핵심 산업으로 원자력을 선택했거든요. 그래서 30년 만에 신규 원전을 건설했어요. 현재 바이든 정부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EU의 그린 택소노미보다 앞서서 원전을 무공해 전력으로 포함하는 2050 탄소중립 행정명령에 서명했어요. 바이든 정부는 가동 중인 원전에 재정 지원을 하고 미래형 원전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죠.
 

우리나라의 원전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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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중 원전의 비율은 28.6%입니다. 프랑스의 67.2%보다는 훨씬 작고 독일의 11.3%보다는 크죠.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비율도 5.7%로 크지 않은 상황이고 여전히 화력발전의 비율이 높아요. 2022년 지금도 우리나라엔 석탄발전소가 새로이 들어서고 있기도 해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을 집행해나가고 있어요. 신규 원전의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을 중지했죠. 하지만 탄소 중립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탈원전 정책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어요. 주요 대선 후보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죠.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는 만큼 마부뉴스가 주요 후보들의 정책을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Q. 탈원전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은?

이재명: 신규 원전 건설하지 않을 것. 가동 중인 원전은 사용기한 내에 안전하게 사용. 현 정부의 감원전 정책 유지.
윤석열: 탈원전 정책 폐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는 바로 추진할 것. 후속 원전 건설 추진 여부는 국민 의견 수렴하여 결정.
심상정: 핵 발전소 추가 건설 반대. 사고위험과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음.
안철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는 탄소중립 불가능. 탄소 감축을 위해 기존의 원전 정상 가동, 소형 모듈 원자로 사업 국책사업으로 추진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원전에 대해서는 국가별로도 입장이 다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난무하고 있어요. 마부뉴스를 본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장 코 앞에 닥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원전은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내재된 위험을 통제할 수 없기에 탈원전을 해야 하는 걸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생각을 알려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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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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